최 희 철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가금과장


자연환경이 좋아지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도 많아졌다. 철새도래지는 관광 상품화되었고 아름답게 군무하는 철새들은 사진사들의 앵글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이러한 가창오리와 기러기 군무는 어느새 경계의 대상이 되었고, 두려움의 대상이기조차 하다. 왜냐하면 조류인플루엔자의 전파경로를 보면 국가나 대륙 간 이동은 야생철새를 통하여 일차적으로 전파되고 이후 사료, 계분, 왕겨, 종란 운반차량과 사람 등 직접 접촉을 통해 이차 전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종란, 사료, 깔짚 등 차량의 왕래가 많고 상대적으로 직원이 많아서 인적 유동이 많은 씨오리나 종계농가에서 많이 발생해 가금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그 동안의 학습효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닭고기, 오리고기, 계란 등이 외면당하면서 그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닭고기, 오리고기는 현대인에게 딱 맞는 육류이다. 오리고기에는 포화지방산 함량이 적고 몸에서 합성하지 못하는 필수지방산인 리놀레산과 아라키돈산 등의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풍부하다. 이들 불포화지방산은 고혈압, 동맥경화 같은 생활습관성 질병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을 낮추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오리고기는 비타민과 칼륨, 인, 칼슘, 철분 등의 미네랄이 풍부해 성장발육과 원기회복을 돕는다. 라이신, 발린, 트레오닌 등의 필수아미노산과 콜라겐은 피부의 재생을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피부미용에도 좋다. 특히 비타민A가 다른 육류보다 풍부해 면역력 강화, 두뇌성장, 신경계 발달,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어 수험생과 성장기 어린이에 좋으며, 소화가 잘되고 영양분의 체내 흡수가 높아 노인들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전통의학에서도 오리고기의 효능이 수록되었으며 동의보감과 본초 강목에는 오리고기가 오장육부의 기능을 고르게 해 속을 편안하게 하며, 중풍을 예방하며 빈혈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닭고기는 요즈음 다이어트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각종 광물질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슴살은 칼슘, 나트륨, 철, 아연 및 구리 함량은 낮고 인, 칼륨, 마그네슘 함량은 높다.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으며 아미노산 균형이 좋아 고급단백질식품이다. 특히 황 함유 아미노산인 메치오닌은 장년층과 노년층에 아주 좋다. 한국인은 곡류를 주식으로 하여 닭고기를 곁들여 먹어야 메치오닌이 공급된다. 필수지방산인 리놀산, 리놀렌산, 아라키돈산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계란은 병아리를 부화하는데 필요한 각종 영양소가 충분히 들어있는 완전식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에게나 좋은 영양식이다. 대부분의 비타민과 미네랄, 단백질 그리고 필수아미노산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계란에는 온갖 생리활성물질이 들어있다. 흰자에 포함된 오부알부민, 오보트랜스페린, 라이소자임은 항균활성, 항고혈압, 면역조절 기능을 발휘한다. 특히 라이소자임은 항박테리아, 항바이러스, 면역조절, 항암작용이 있어 계란에서 별도로 분리 정제하여 건강보조식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노른자에는 루테인, 지아잔틴, 면역글로부린 등이 들어있다. 이들은 눈의 건강에 관여하는데 특히 백내장의 발생을 예방하고 노화과정의 눈의 기능약화 현상을 막는다. 레시틴은 바로 콜레스테롤을 분해해주는 물질이다. 이 레시틴은 지방산과 인, 비타민B 복합체의 하나인 콜린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천연물질로서는 유일하게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하는 독특한 유화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영양의 보배가 요즈음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에 따라 계란까지도 이동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이런 상태에서 살처분, 매몰 또는 폐기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지 않으며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섭씨 70도에서 30분, 75도에서 5분간 열처리할 경우 바이러스가 모두 사멸되므로 끓여먹으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식량농업기구(FAO) 등에서도 익힌 닭고기, 오리고기 및 계란 섭취로 인한 전염위험성은 없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잘못된 오해로 가금 산업의 어려움은 커져가고 있다. 이런 때 우리 몸을 위해 닭과 오리고기, 계란 소비에 동참한다면 고생하고 있는 축산 농가들에게 큰 힘이 될 뿐만 아니라 겨우내 추위에 지친 우리 몸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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