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가 발효된 지 2년을 맞은 지난 3월 15일. 정부는 발효전에 비해 미국수출이 10.3% 늘었고, 수입은 3.8% 줄었다고 밝혔다. 또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수출(6%) 증가율을 크게 웃돌아 꽤 괜찮은 장사를 했다고 자평했다. 이 가운데 특히,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했던 농식품분야는 전체 대미수출 증가율 보다 두 배이상 많은 21.4%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고, 농식품수입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20.2%나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정치권과 산업계가 실패한 FTA로 규정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수출이 늘기는커녕 산업위축과 함께 일자리까지 줄어든 것을 감안, 현재 추진하고 있는 FTA를 비롯한 TPP, TTIP 등 무역협정을 원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니 오바마 대통령이 자국내 여건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역효과’라고 해명까지 했다고 한다.

한미FTA가 지난 2년동안 정말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 특히 농식품수출이 이전보다 늘었다니 농업계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토록 반대했던 농업계가 정부에게 큰 절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언론보도까지 있으니 그리해야 마땅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FTA 발효 이후 수출증가율이 발효 이전에 못 미치고 있고, 무역흑자도 농축산물 수입 감소에 따른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발효이전의 수출증가율은 쏙 빼고 발효 직전과 직후의 수치만 발표했다. 수치로만 보면 분명 맞다. 하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사실과 다르다. 농식품 수입액이 점점 늘고 있다. 미국의 가뭄 덕분에 곡물수입이 반토막 수준이지만 과일, 채소, 가공식품의 수입액이 크게 늘고 있다. 축산물도 발효 첫 해 줄었다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숨기려는 듯 다소 왜곡된 수치표를 제공했다.

미국정부는 자국내 불만에 대해 농축산물의 경우 가뭄과 질병 때문에 수출이 줄었지만 다른 분야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점차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리 사정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다른 값싼 수입산 때문에 국내산 가격이 낮아지는데다 이례적인(?) 대풍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 탓에 전체적으로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정부 말대로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물론 좀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가뭄 등 기후변화와 경기침체라는 변수가 없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까. 지난 2년을 반추해보면 얼추 답이 나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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