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동 윤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장



가축분뇨가 자원이라는 말에는 분뇨를 모아 퇴비로 활용한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다. 우리 축산은 가축사육의 규모화·집단화 및 소비지 인근 지역에서의 가축사육을 통해 효율화를 추구하며 성장해 왔다. 축산물은 국민의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반면 가축분뇨의 환경오염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따금 가축분뇨로 인한 하천이나 지하수 오염 문제가 이슈화될 때마다 축산농은 좌불안석이 된다.

축산은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분뇨처리, 악취발생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가축분뇨는 연간 4천649만 톤에 달한다. 수입사료에 의존하는 집약적 축산, 좁은 농경지 보유 등으로 축산농가가 자체적으로 가축분뇨를 처리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가축분뇨는 유기물질로서 오염 부하량이 높은 물질이기 때문에 수질과 토양 오염의 영향이 큰 반면 잘 관리하고 적절하게 처리하면 자원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

예로부터 가축분뇨는 작물의 영양 공급원은 물론 토양 개량제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독일의 하버가 공기 중 질소로부터 암모니아를 합성하여 각종 작물생산 증대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이후 다양한 화학비료가 생산되었다. 그 결과 취급하기 쉽고 성분이 균일한 화학비료가 작물의 비료원으로 대체되었다. 우리나라도 화학비료 위주로 식량자급을 달성하였으나 남용으로 인한 지력의 쇠퇴 문제도 동시에 떠안게 되었다. 경종과 축산, 환경과 생산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자연순환농업을 적극 이행해야 하는 까닭이다.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는 농장 내 순환을 원칙으로 적절한 처리를 거쳐 자가 농경지에 작물의 비료로 재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축산 여건상 충분한 자가 농경지 면적을 확보한 농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인근의 경종농가와 연계하여 가축분뇨를 질 좋은 퇴비 또는 액비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자연순환농업은 자연생태계의 영속적인 물질순환 기능을 활용하여 작물과 가축이 건강하게 자라게 함으로써 농축산물의 안정성과 품질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마침 정부에서도 가축분뇨 퇴비 및 액비를 활용한 자연순환농업 대책을 마련하여 적극 추진하면서 그 어느 때 보다 가축분뇨 자원화에 대한 의지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력이 떨어진 토양 내 유기물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가축분뇨 퇴비 및 액비 사용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가축분뇨는 비료성분인 질소, 인산, 칼리, 칼슘, 마그네슘 등의 다량 원소와 철, 아연, 동, 망간, 등의 미량 요소도 포함되어 있어 잘 부숙시켜 작물에 사용하면 화학비료를 대체할 수 있다. 가축분뇨 처리과정의 불편함과 약간의 환경부담을 고려하더라도 가축분뇨의 자연순환은 농업 및 국토환경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또한 양질의 퇴비 및 액비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체계가 마련되면서 축산농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매우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따라서 축산농가가 먼저 양질의 퇴비와 액비 생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경종농가도 가축분뇨 퇴비·액비를 이용한 작물재배에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에너지화도 추진하고 있다. 가축분뇨는 다량의 유기물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메탄을 생산하여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는 화석에너지 고갈에 따른 대체에너지로서 역할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 또한 가축분뇨로부터 암모니아, 인 등 유용자원을 회수하는 기술도 개발되어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제까지 축산농가의 골칫거리이자 일반 국민들로부터 환경오염원으로 취급받던 가축분뇨의 화려한 변신이 어디까지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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