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품 10년내 1천200개 관세철폐…쇠고기 15년 ‘무의미’

혹자는 ‘자본가와 대기업을 위한 만찬’이라고 하고, 또 다른이는 ‘FTA 모터’에 농업이 내쳐진 것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현정부가 전사적으로 FTA를 가져오고 있다. 정부는 G8회원국이며 세계 11대 경제대국이라는 칭송까지 붙인 캐나다와의 FTA체결은 ‘경제영토’ 확장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의를 부여한다.

하지만 캐나다와의 FTA 체결은 모든 경제연구소와 언론들의 분석대로 농산업과 농민들에게는 ‘초상 난’ 것이다. 근시일내 뉴질랜드와의 FTA에다, 박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올해내 중국과의 FTA까지 마무리할 것이라는 ‘FTA시리즈’에 농업은 대책없이 사라질 위기다. 축산업위주의 문제점을 본다.

□ 농산물 양허

농식품부가 11일 배포한 ‘한·캐나다FTA 농업분야 협상결과’ 자료에 따르면 쌀, 분유, 치즈, 감귤, 사과, 배, 고추, 마늘, 양파 등을 포함한 211개 품목은 양허제외됐다. 총 품목수 기준으로 14.1%에 달하는데, 그 수준이 한미FTA 1.0%(16개), 한EU FTA 2.9%(42개)에 비해 ‘보수적’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1천200여개의 품목은 10년내에 관세를 없애고, 나머지 70여개 품목도 15년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참고로 옥수수가루 등 406개 품목은 관세가 즉시 없어진다. 정부는 이들 완전개방 목록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천연꿀, 맥아, 대두, 보리, 감자분, 사료용 근채류, 보조사료 7개 품목에 대해서는 저율관세할당(TRQ)을 설정하고, 쇠고기, 돼지고기, 사과, 배, 보리, 감자분, 팥 7개 품목에는 농산물세이프가드(ASG)를 매긴다.
쌀과 관련제품 16개 세번은 협정대상에서 제외했고, 관세와 관련된 협정상의 모든 의무를 면제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쌀관세화를 기정사실로 확정한 상태에서 의미없는 결과물이란 지적이다.

□ ‘장기적 점령군’ 쇠고기

15년에 걸쳐 40%의 관세를 점차 낮춘다는 결론이다. 도체와 이분도체(신선·냉장), 갈비(신선·냉장·냉동) 등 9개 세번에 대해서는 ASG를 설정했다.
광우병에 대한 불안으로 지난해 수입비중이 0.6%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캐나다 입장에서는 점진적인 관세철폐도 크게 손해 볼 게 없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호주 등과 쇠고기시장 3파전에 분명하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어떤 보호장치를 갖출지 하는 점이다.

□ ‘대체수요의 피해자’ 돼지고기

냉장·냉동 삼겹살이 13년 장기 철폐된다. 냉장상태의 기타부위도 13년이다. 문제는 냉동으로 수입되는 기타부위다. 5년이내에 관세가 사라지기 때문에, 무주공산인 국내 비선호부위 가공시장이나 삼겹살 대체수요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겹살과 기타부위 4개 세번에 대해서는 ASG가 설정된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점한 수입쇠고기와 수입 목살 등으로 인해 시장 잠식 우려된다.

□ ‘생산단가의 유혹’ 낙농제품

분유(36~176%)나 치즈(36%), 버터(89%) 등은 기존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지만, 캐나다의 주력 수출품인 유장, 혼합분유, 유당 등의 저율관세내지 무관세 유입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정부의 규제가 풀릴 경우, 국내 유제품업체들은 원자재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게 때문에 수입분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우유수급불안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 ‘헛구호’같은 정부 대응책

정부는 협상결과에 근거해 피해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의견 수렴을 통한 국내 대책 수립을 덧붙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국내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피해 보전 대책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의 약속엔 현실적인 구체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협상결과에 근거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선, 농업계가 아연실색한다. 협상결과를 유추해 농업피해를 연구하고, 이후 협상에 임해야 하는 기본 상식이 결여됐다는 비난이다.
이에 대해 농학계 한 교수는 “한·캐나다 FTA는 TPP 참여국과의 사전협의나 양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좀 빨리 하게 된 것 같다”면서 “결국 농업분야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부분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약방문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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