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성사시키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에 대한 걱정과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농업계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타산업계 시선이 곱지 않아 보인다. 특히 경제전문신문임을 표방하는 언론사들의 자극적인 보도를 보면 농업인은 마치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세금먹는 하마 쯤으로 치부되고 있다. 각종 보조금을 불법으로 받아 챙기고, 있지도 않은 FTA피해를 내세워 정부 예산을 축내고, ‘떼법’을 만들어 보조금을 퍼붓게 만드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언론들은 일례로 한칠레FTA 이후 경제효과를 든다. 농업이 망한다며 극한투쟁을 한 결과 정치권이 파격적인 보조금 잔치를 벌였는데, 10년이 지난 현재 망한다던 포도농가 소득이 두 배로 늘었고, 수 조원의 보조금을 폐업지원금으로 허비했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미국, EU에 이어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의 FTA피해대책에서 보조금 정책을 제외해야 한다고 경고까지 하는 형국이다. 이는 농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치 않은, 특히 피해예상 작목을 포기하고 대체작목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농사를 접고 도시로 나간 농업인들을 간과한, 농업개방 정책 때문에 강제적으로 구조조정 당한 농업계 현실을 외면한, 전형적인 매판자본 언론의 행태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야 어디 경제전문언론이라 볼 수 있겠는가.

이들 언론들은 대체로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지극히 편파적이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형평에 어긋나면 얘기가 다르다. 보조금만 봐도 그렇다. 어디 농업에만 보조금을 주느냐 말이다. 농업뿐만 아니라 기업체에도 해마다 수 조원의 보조금이 투입된다. 망해가는 기업은 세금을 들여 사주기도 하고, 농업인에겐 언감생심인 ‘빚 탕감’까지 해주지 않는가. 그러면서 하는 말은 가능성 있는 기업 살리기요, 국가경제 기반조성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고 한다.

하지만 농업은 국가의 근본이요, 국민들의 생명창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언론들의 형평성 잣대는 버려져야 마땅하다. 굳이 외국사례를 들여다 볼 필요도 없다. 먹을거리 기반이 무너지면 아무리 많은 돈을 갖다 줘도 먹을거리를 살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아닌가. 농업에 들이는 세금이 아깝네, 투자 대비 수익이 없네 하는 언론, 그리고 기업과 정부의 형평없는 잣대질, 이제 그만 내려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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