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제 ‘삼단수’ 마시고는 깊은 잠에 들다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날인 오늘은 바람도 선선하니 날씨가 매우 좋았다. 저녁 별들이 어두운 밤하늘에서 보석처럼 빛났다.

 바우는 산짐승이 오지 못하도록 몇 군데 바위를 굴려 세우고는 조그마한 모닥불을 피웠다. 칠흑처럼 어두운 계곡 사이로 요란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와 빠끔히 하늘만 보이는 곳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서로 경쟁하듯 반짝반짝 아른거렸다.

늦여름 강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불었다. 하방리 포구에는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술에 곯아떨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무리들이 어둠을 틈타 사라졌다.

 생기동 토정에게 어린 소년이 큰 단지를 들고 들어왔다. 나무로 만든 단지가 제법 무거워보였다.
 “그것이 뭔가?”
 “예. 촌장어른께서 특별히 지은 것입니다. 하루에 세 번 드시라고 하셨습니다.     참, 토정 선생님은 드시지 말라고 이르셨습니다.”
 “알았으니, 가 보거라.”

 소년이 나가자 토정은 준량과 식솔들을 불렀다. 아랫방에 누워있던 무관과 장사가 들어오자 토정은 단지 안을 표주박으로 휘젓더니 한 사발을 떴다. 표주박 안에는 붉은 액으로 가득 찼다. 토정도 놀라는 표정이 역력하여 세 쪽박을 가득히 떠놓고는 세 사람이 눈치를 보았다. 선뜻 손을 내미는 자가 없었다.
 “촌장이 준 약일세. 준량 자네와 내가 먼저 마셔보세.”

 준량이 만류하기도 전에 토정이 빈 박을 통속에 휘저어 가득 떠서는 장사에게   내밀었다.
 “이보게 준량, 몸에 해로울 지도 모르는데 그리 벌컥 마셔버리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쩔 뻔 했나?”
 “자네가 마시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마주 보는 눈빛에 깊은 신뢰감이 흘렀다. 그 동안 침울해 하던 준량이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보기에는 삼단수가 분명한데 무엇을 더 섞었는지 도통 모르겠단 말이지.”
 “삼단수라고?”

 “예전부터 해독제로 쓰는 약일세. 오랫동안 햇빛을 받으며 쌓인 붉은색의 흙을  약으로 쓰는 것인데. 붉다고 해서 쓰는 건 아니고 사람이 밟았거나 조금의 이물질이도 있으면 못 만들지. 삼단수는 서치 정도 걷어 내고 두세 치 판 흙을 세 번  우려낸 물일세. 이 물로 닭을 삶으면 노린내가 없고 독극물을 먹었을 때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하지.”

 “헌데 황톳물치고는 맛이 이상치 않나?”
 “그러게 말일세. 나도 여러 번 먹어 보았지만 이런 맛은 처음이네. 내일 떠나기  전에 촌장께 물어보세. 그리고 잊지 말고 자정이 넘으면 한 그릇씩 더 마시도록  하게나.”
 자정이 되자 삼단수를 마시고는 모두 깊은 잠에 들었다. 신음소리도 나지 않는  모처럼 만의 단잠이었다.
글=조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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