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석 근
국립축산과학원 연구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으로 더 춥게만 느껴졌던 겨울도 새 생명 탄생의 계절 봄에게 양보를 하고 물러나고 있다. 봄은 산과 바다로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이후 주말을 이용한 가족단위의 명소 관광여행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말마다 도시근교와 명소로 오가는 도로의 교통체증을 알리는 교통정보를 접하게 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과거에는 직장동료나 동호회 중심의 여행이 많았다면 이제는 가족단위의 여행으로 많이 옮겨지고 있다. 최근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의 젊은 시절, 남진의 노래 ‘님과 함께’가 대유행했다. 그 시절 젊은이들은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라는 노랫말처럼 대부분 목장을 이루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가족단위 목장체험을 할 수 있는 젖소농장들이 증가해 직접 경험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낙농가가 도시민을 상대로 체험목장 운영을 처음 시작한 것은 영국과 프랑스에서다. 당시 낙농목장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도시 생활자들이 자연과의 만남을 통하여 정신적인 휴식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현재 프랑스는 1천400여 개소의 낙농체험목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720만 명의 시민이 방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타조체험, 승마체험, 양떼체험, 젖소와 유제품제조 체험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낙농 체험은 2000년도 초반 낙농진흥회의 체험농장인증 이후부터라 할 수 있다. 초기의 체험목장은 큰 규모의 농장에서 젖소사육과 착유과정 등을 견학하고 쉬었다가는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젖소에서 송아지가 태어나고, 사료를 먹고, 우유를 생산하고, 우유로 치즈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과정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낙농진흥회가 인증한 목장 18개소 외에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밀크 스쿨(우유학교)’ 등 30여 목장에서 체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낙농체험목장이 도입된 2004년에는 연간 약 4천 명 정도가 농장을 방문하였으나 지금은 30여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낙농체험의 가장 큰 장점은 송아지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을 통하여 신비한 생명탄생과 성장의 숭고함을 배울 수 있어 자라나는 어린이나 학생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처음 젖 짜기를 체험한 어린이들은 늘 냉장고의 찬 우유만 먹다 젖꼭지를 통해 나오는 따듯한 우유에 놀라곤 한다. 그리고 한 방울의 우유가 생산되는 과정 즉, 우유를 만들기 위해 먹는 사료와 물의 양과 젖소의 수고로움을 알고는 고마움을 마음에 새기게 된다. 여기에 방금 짠 우유로 만드는 치즈와 아이스크림의 제조는 직접 체험을 통한 과학의 원리를 알게 된다.

 직접 만든 치즈로 피자나 샐러드 요리를 만들어 온 가족이 나누어 먹으며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농산물을 이용하는 체험은 식물의 성장기에 따라 씨를 심거나 수확기가 정해져 있어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낙농체험은 연중 우유생산이 가능하여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늘 가족과 타는 자동차보다는 처음으로 타보는 트랙터나 경운기 타기 체험도 두고두고 아이들 가슴에 추억으로 남게 된다.

영국 속담에 ‘하루만 행복하려면 이발을 해라. 일주일 동안 행복하려거든 결혼을 해라. 한 달 동한 행복하려면 말을 사고, 한 해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새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하라’가 있다. 오직 위생적인 우유를 생산하고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성실이라는 뚝심으로 살아가는 농장주의 설명은 노동의 대가는 정직하다는 것을 깨닫는 숭고한 광경이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펄 벅이 1960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소달구지에 볏단을 가득 싣고 가는 소의 힘듦을 덜어주기 위해  지게에 볏단을 나눠지고 함께 걸어가는 농부의 모습을 보고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하였다. 이를 통하여 자연과 만물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낙농가는 위대하다. 최근에는 낙농가들이 목장주변에 나무와 꽃을 심고 주변을 정리하어 환경을 바꿔가고 있다. 목장환경을 아름답게 바꾸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기쁘게 되고, 젖을 생산하는 소에게도 기쁨이 전달될 것이다.

또한 농장을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봄에 사랑하는 가족과 가까운 체험목장을 방문하여 추억을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 하루도 쉬지 않고 성실하게 젖소와 생활하는 농부의 성실함과 생명탄생의 과학을 배우며, 가족의 소중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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