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여성농업인들은 농사일, 가사노동 등으로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농사일의 대부분을 도맡아 하면서도 공동경영주·경영주라는 인식은 많지 않았다. 여성농업인의 직업의식이 낮은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중한 노동이 여성들의 경제·사회적 활동에도 큰 장애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를 하며 만난 수많은 여성농업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말을 한다. 어쩌다 한 번씩 외출할라치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농사일을 하고 나가야 한다고. 또 외출 후에는 밀려있는 집안일을 하느라 쉴 틈이 없다고. 특히 지역 리더로 사회적 활동을 하는 여성농업인들은 외출이 잦아 많은 일들을 해내느라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남편은 해외연수로 일주일동안 농장과 집을 비웠는데, 내가 농장을 비우면 농장일이 안돌아가 해외연수를 포기해야 했다”고 말한 여성농업인도 있었다.

농업·농촌에 6차 산업을 강조하며 여성농업인들의 할일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조금이라도 소득을 올리기 위해선 가공이나 체험 등을 해야 하는데 6차 산업은 여성농업인들의 역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여성농업인들의 일은 늘어만 가고 있고, 여성농업인들의 비중도 절반을 넘어섰는데 이들의 직업적 지위 향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듯하다. 여성농업인의 지위향상, 삶의 질 향상은 하루 이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2008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서도 이 문제는 지적됐었다. 5년이 지났지만 이 문제점은 아직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굴, 추진하려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가부장적인 농촌 환경에서 여성농업인의 전문 인력화를 단숨에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방향이 잘못 설정됐다는 말이 아니다.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부서가 부재하다면 이는 반쪽짜리 정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소화속도가 더디고 혹여 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음식을 씹는 역할을 하는 이로 음식을 잘 씹어 넘긴다면 소화속도는 더욱 빠르고 몸에 무리도 안갈 것이다.

여성농업인 정책이 올바르게 정착하고 여성농업인들의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선 다른 어떠한 정책보다 여성정책부서 부활이 먼저 시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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