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량은 보이지 않고 단양고을에 흉흉한 소문만

단양 고을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져 나갔다. 죽령에서 풍기 아전이 도적 떼에게 당했다느니, 해동 보부상이 몰살을 당해 시체 썩는 냄새가   죽령 골짜기에 가득하다느니, 우창의 도주가 자신한테 반기를 드는 보부상을 여강에 처넣었다는 등 해괴망측한 소문이 퍼져 나갔다. 그러자 단양 관청에서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서 각처에 아전을 보내고 이방은 휴가 떠난 군수영감을 찾기 위해  각 계곡마다 사람을 풀었다.

 고을은 폭풍전야 같았다. 각 고을에서 몰려오는 상인과, 도방회의를 기회라 생각하는 좋지 못한 무리까지 가세하자 인심이 흉흉해지고 법과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지자 급기야는 이방과 형방이 상의하여 충주 관찰사에  도움을 청했다.
 “형방, 벌써 오늘이 닷새째요, 기한이 지나면 상부에 보고해야 되지요? 혹시 영감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요?”

 “설마요. 무관이 있고 장사까지 데리고 갔는데.”
이방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니 입 안이 쓰다 못해 단내가 났다. 며칠째 밤잠을   설쳤는데 도방 회의 때까지 뜬눈으로 지새울 것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혹시 두향이가 알지도 모르겠소.”
 “그렇지 않아도 사람을 보내봤소. 그곳에도 없소이다.”
 “형방, 죽령 살해 사건을 어떻게 보시오? 보부상을 죽인 건 산적 무리가 확실합니다. 살아남은 해동 보부상이 증언하고 있으니……. 헌데 풍기 아전들은 증인이 없어 큰일입니다.”

 “풍기 쪽에 형리를 보냈으니 조만간 전황을 알 것 같습니다.”
밖에서 이방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방의 거처에는 늘 사람이 붐볐다. 단양 살림을 도맡아 하다 보니 이곳저곳 손님이 잦았다. 이방이 문을 여니 밖에는 보부상 서너 명이 서 있었다.

 “안동에서 오는 길입니다. 단양 도방회의에 오는 길에 퇴계 선생님이 계시는 도산서원에 들렸더니 반가워하시면서 영감님께 안부 서찰을 하나 써주었습니다.”
 이방은 반가웠다. 몇 해 전 단양 군수를 지내고 지금은 향리에서 후학을 육성하는 조선팔도의 유학자인 퇴계 선생이 제자인 지금의 단양 군수에게 보낸 것이었다.

 보부상들은 이곳저곳 장사를 다니면서 지역 소문을 전하고 가끔씩 지역 세도가의 심부름도 맡아 하곤 했다. 관청에는 역관이 있어 고을마다 역리에 의해 서신이   오고 갔지만 거의 관에서만 이용할 뿐, 개인적으로는 사람을 보내는 일이 통상이었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보부상들을 많이 애용하였다. 보부상도 이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세력가나 호족의 심부름을 잘하면 지역상권이나 장사의 도움이 되어서 은근히 심부름을 자청하기도 했다.

 “죽령을 넘는데 고생은 안 하셨소?”
 “고생은요. 도적이라도 만나면 푼돈이나 집어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사람 그림자도 없더군요. 죽령 방에는 관리가 있었지만 죽령을 넘을 때는 코빼기도 안보였습니다. 단양 관청에서 이번 도방회의 때문에 코빼기도 안보였습니다. 단양 관청에서  이번 도방회의 때문에 쫓아낸 것이 아니었습니까?”

 “이보시오, 보부상, 혹시 오는 길에 풍기쪽 소식은 못 들었소?”
 “풍기에서 묵는 동안 별다른 소문은 없던데요. 단지 목상이 돈깨나 뿌렸는지 얼마 전 풍기 아전들에게 술 한 잔 냈다는 것과 풍기 군수가 아전 몇 명을 한양까지 딸려 보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풍기 군수 출셋길이 열렸다는 말만 들리던데요.”

 이방과 형방은 침을 꼴깍 삼켰다. 목상이 넘어 왔으면 틀림없이 단양 관청을 들릴 것이다. 지난 봄 이곳을 찾아 역관을 딸려 보냈었는데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작년의 목상이 떠올랐다. 거드름을 피우며 대감 행세를 하고 비위를 못 맞추면 어김없이 한양 조정에서 문책이 오곤 했다. 목상이 풍기까지 왔었다면 분명 단양과 우창을 들릴 터인데 어디서도 목상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목상이 왔다는 때가 얼마 전 죽령에서 풍기 아전이 죽었다는 소문이 돌던 때와 비슷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느낌에 이방은 고개를 외로 꼬았다.                                                                      글=조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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