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만 보면 심심할 틈이 없어요”

‘오이기순농부렐라’, ‘행복한52아줌마’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가브리엘농장 이기순(50)대표를 수식하는 단어다.
이기순 대표는 남편 이병철(57)씨와 2년전 귀농해 백다다기와 청오이를 재배하는 여성농업인이다.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에서 귀농 한 지 2년째이지만 10년차 못지않은 똑소리나는 생활을 엮어가고 있다.
“병천 아우내 오이는 맛과 품질을 전국에서 알아주잖아요. 남편 고향이기도 하고, 건강이 안좋아 들어왔는데 농촌생활이 딱 맞는 것 같아요.”

30년 가까이 부부가 대기업에서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지만 모두 접고 지금은 오로지 농사에만 몰두하고 있다. 늘 7평의 원룸에 2,000평의 정원을 가꾸고 산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농촌정착의 비결중에 하나인 듯 했다. 7평의 원룸은 하우스안에서 숙식하는 공간이고, 2,000평의 정원은 하우스 10동의 오이밭이다. 오이밭에는 ‘설레임의 뜨락’, ‘설레임의 연못’처럼 그냥 지나칠 공간에도 이름을 붙여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가브리엘’은 남편 이병철씨의 세례명에서 따온 것이다.
그녀는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천안시농업대학에도 다니는 등 농학에 대한 열정도 불사르고 있다.

“작년에는 첫해라 농사가 완전히 실패했어요. 잘나가는 직장, 넓은 집 다 놓고 왜 이렇게 사는지 살짝 원망도 들었지만 지금은 전화위복이 됐어요. 오히려 더 공부하고 집중하니 올 해 농사가 술술 풀려가고 있어요. 긍정의 힘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이야기만 나눠도 그녀의 눈에서는 행복바이러스가 마구 샘솟는 듯 했다.

가브리엘농장의 오이는 가락시장과 직거래로 출하되고 있다. 또 수익금의 일부는 창원, 산청 등 사회복지시설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이런 나눔활동은 누구나 좋은 오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소비자가 식탁에서 행복하게 안전한 농산물을 먹는다면 농사꾼으로 그것만큼 행복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 역시도 최상품만 골라서 먹어보고 맛이나 느낌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어요. 먹어봐야 맛을 알잖아요.”

그리고 그녀는 농사도 사업인만큼 철저한 분석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농사에서도 기술적인 부분은 남편이, 홍보나 마케팅은 자신이 맡아서 하고 있다.
“저는 15년 정도의 계획을 세워두었는데 5년안에는 농사를 완전히 정착시켜 귀농인들의 멘토가 되고 싶고, 10년 후에는 아이들이 농업을 원하면 물려줄 생각이에요. 또 15년 후에는 저희 부부처럼 귀농을 하고 싶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원을 해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귀농을 했지만 귀농인 티를 빨리 벗고 자신의 뜻대로 가려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귀농을 하면 여성들의 몫이 커요. 막연한 설레임을 버리고 자세하게 알아본 후에 귀농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오이차, 오이식초도 공부해 오이의 대중화에 좀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5년, 10년 후에 가브리엘농장의 변화된 모습도 꼭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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