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외치는 정부 상대로 무기한 투쟁 나서

전국 4천여 산닭 종사자들이 아스팔트 농사에 나선다. ‘세월호’ 때문에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도 산닭 종사자들은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떨어질 수 없다는 절박함에 생업을 뒷전으로 미루고 아스팔트 농사에 뛰어들 모양새다. 

전국 4천여 산닭 종사자들의 수장을 맡고 있는 (사)한국토종닭협회 최승호 산닭유통분과위원장은 “‘이래도 불법, 저래도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 ‘법대로’ 였다”면서 “생업의 존폐를 걸고 산닭시장 합법화를 위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최승호 위원장과 일문일답.

산닭 시장이 제도권 진입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가 ‘법대로’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문제고, 변화를 거부하는 부동자세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양계산업이 대형 계열화사업으로 재편되면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산닭시장이 ‘서자’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을 제외하고 무조건 대형 도계장에서 도계토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수 십마리를 판매하는 산닭시장 특성상 대형 도계장을 가는 것도 문제지만 도계장에서도 거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도계장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정부는 무조건 도계장에서 도계하라고 ‘원칙’만을 고수하고 있다. 

지켜질 수 없는 법을 만들어놓고 막무가내로 지키라고 강제하고, 이를 어겼다고 단속해서 수백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이다.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가 따로 없다.
정부가 도계장을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산닭시장 합법화를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권 진입이 녹록치 않은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대규모 집회를 개최키로 한 이유도 이때문인가. 
산닭시장은 지난 세월 제도권 진입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쳐왔지만 어느 누구도 귀담아 주지 않아 전국 4천여 종사자들은 온갖 고통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까지 주무 부서였던 농림축산식품부나 올해부터 산닭 시장 업무가 이관된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법대로’만 반복하고 있어 산닭 종사자들의 제도권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의 개정을 어느 누구도 손도 대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로 인한 산닭 종사자들의 물질적·정신적 피해는 막대하다.

민초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담당 공무원이나 부서에서 이를 해결해 주려는 의지가 필요한데  대한민국 정부는 현재까지도 그런 자세가 없다. 그저 자리보전 잘하다 딴 곳으로 가려는 습성 때문이다. 자리보전만 할 것 같으면 공무원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아무나 시켜도 ‘법대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탁상행정’으로 인해 산닭 종사자들이 온갖 고통을 겪어야 하는 현실이 고통스럽다.

이번 집회에서 요구 사항은 무엇인가.
‘불법’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온갖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지난 세월을 아낌없이 토해 낼 것이다. 또한 전국 4천여 산닭 종사자들의 염원이 담긴 제도권 진입을 외칠 것이다. ‘이래도 불법, 저래도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합법적인 울타리에서 영업활동을 영위하게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산닭시장이 제도권 진입을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 변화를 꽤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가. 
지난 2008년 AI 발생시 전통시장을 방문했던 차량이 전파 주범으로 몰려 전국 산닭시장이 두달이 넘도록 영업중단 조치를 받았다. 당시 농식품부는 한발 더 나아가 축산물가공처리법(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을 통해 산닭시장 폐쇄를 추진했다.

이에 4천여 전국 산닭 종사자들은 대전 유성호텔에서 2차례에 걸쳐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에 나섰다. 다행히 국회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산닭시장이 폐쇄될 경우 종사자들의 생업이 심각한 지장을 받고, 이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산닭시장 폐쇄는 안된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때부터 산닭 종사자들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함에 제도권 진입을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이와 함께 스스로 변화를 꽤하기 위해 산닭시장 리모델링 공사를 대대적으로 전개해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노력을 펼쳤다. ‘비위생적이다’, ‘혐오스럽다’ 등의 부정적인 인식을 타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법대로’만을 고수하면서 외면했다. 산닭 종사자들이 제아무리 노력한들 관심조차 없는 정부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끝으로 한말씀 해달라.
산닭시장은 토종닭 유통시장의 30%를 차지할 만큼 막중한 역할을 도맡고 있지만 제대로된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산닭이 ‘비위생적이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산닭과 도계닭의 품질을 검사해보면 산닭이 월등하다. 공식적인 시험기관을 통해 산닭의 월등함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외면하고 있다.

혹여 산닭시장이 제도권 진입 된다 하더라도 온갖 규제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산닭 종사자들은 그 어떠한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합법화를 위해서는 희생할 수 있다는 각오가 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변화가 없다. 안타까움만 앞선다. 이번 집회는 산닭시장의 존폐를 내건 만큼 사활을 걸고 강력한 투쟁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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