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 도방회의 싱겁기 짝이 없었다

   “방주어른, 아무래도 사태가 심각합니다. 우창에서 묵은 빚에까지 이자에 이자를  쳐서 받으니 물건을 받기는 커녕 돌아갈 경비도 없겠습니다. 몇 년 눈감아 주다   이번에 묵은 빚까지 받으려고 나서는 것을 보니 방주 어른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동방 방주는 안색이 굳어있는 대상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한결 같이 분하고  원통해 치를 떨고 있었다.

 “오늘 낮에 관찰사에서 조사하러 올 것입니다. 아직까지 입청하지 않은 영감은  아마도 가을이 오기 전에 목이 달아날 것이 확실합니다.”
 “그래 영감은 아직도 소식이 없느냐?”
 “예. 아전들이 사방팔방 사람을 풀었지만 소식이 없답니다. 이제는 우리 보부상에게 탐문을 하고 있지만 본 사람이 없답니다. 선암 계곡에 들어갔다지만 흔적도   못 찾고 돌아왔다고 하던데요.”

“혹여 충주 관찰사라도 오면 아주 잘 대접해야 한다. 동방 무리 중 몇 명은 원칙대로 돈을 걷어. 만일 모자라면 사람을 시켜서 자식이라도 데려오고.”
 우창 도방회의는 싱겁기 짝이 없었다. 단양의 군수도 관으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고 도주 자리를 노리던 동방 방주가 중도 하차하자 도방회의는 우창 도주의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

 “반갑습니다. 나는 우창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도주 김석수 입니다. 지난   십년간 여러분이 열심히 잘해주신 덕분에 우창은 더욱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각지에서 도적이 들끓다보니 나라가 어지럽고 또한 여러분 스스로도 장사가   어렵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이제는 도적이 백주에 날뛰는 것은 고사하고 여강에까지 나타나서 소금 배를 강탈하고 살인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창에서는  몇 명의 무사를 고용해서 도적을 막고 있으며 여러분의 통행에도 지장이 없도록  길목을 지켜줄 것입니다. 또 해변에는 왜적들이 노략질을 일삼고 있어 소금을 구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금을 갑절이나 주고 사와야 하고 운송비용까지  무척 들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소금 값을 올려야 수지가 맞으니 부득불 값을 올렸습니다. 이 점, 여러분께서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우창은 여러분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지금 가져가는 소금은 특별히 전액의 반만 받고 나머지 반은 외상으로 장부처리 하겠습니다. 다른 물품은 종전과 같고 수입품인 감초만 갑절 올려야 되나 조금만 올리겠습니다. 비단, 포, 종이, 약재 등 값이 조금 내려갔으니 많이 사가시기 바랍니다.

 하진포에 여러분들을 위해 음식을 푸짐히 장만했으니 마음껏 잡수시기 바랍니다. 내일부터 상거래를 시작하겠습니다. 끝으로 아직까지 장부 처리가 안 된 분은 저희 심부름꾼이 가면 꼭 보내어 주시기 바랍니다. 또 소식이 끊긴 분이 열 명이니까  그 분들의 보증인들은 물품을 받아가지 못합니다. 불미스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동향끼리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송선단은 매포, 영춘, 평창, 정선까지 조치했으니 불편함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으로 도방 회의를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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