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3대 환경보호협약으로 꼽히는 생물다양성협약은 20여 년 전인 1992년에 체결돼 그 이듬해부터 발효했다. 이 협약은 지구상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보전하기 위한 국제적인 대책과 그와 관련한 회원국의 권리와 의무관계를 규정하기 위해 체결된 국제조약이다. 과학 발달과 산업 발전에 따라 생물종의 멸종속도는 17세기 이후 그 이전에 견줘 100배 이상 빨라졌고, 20세기를 거치면서 멸종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때늦은 감은 있으나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평이다. 특히 식품, 의약품 등 생물자원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생물다양성 보전의 필요성과 이용가치에 대한 인식은 더 커졌다.

그러나 환경보전과 인류공영이라는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국제협약으로서의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생물자원 부국이면서도 정작 산업적으로 이용하지 못한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이 그 이익을 대부분 가져가는 선진국을 비판하며 생물다양성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협약발효 10년이 지나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ABS)’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가입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지난 2010년 10월 ‘나고야의정서’를 채택했다. 머잖아 발효될 이 의정서는 ‘유전자원에의 접근과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보전 차원을 넘어서 유전자원 제공국가와 이용국가 사이의 이익균형까지 아울러 도모하기 때문에 각국의 이해관계는 더 첨예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 협약 가입은 종종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생물유전자원 이용국가에 가까운 우리나라도 가입한 상태다. 문제는 국내이행법률 마련이다. 학계와 산업계의 추정을 종합하면 나고야의정서를 적용할 경우 올해 국내산업 피해액이 3000억 원 이상, 6000억 원에 이르고 향후 그 피해액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 화장품 업계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농업도 제반 부문에서 적잖은 영향권에 놓여있다. 산업통상과 식품의약은 물론이고 환경부와 농식품부 등 범정부차원에서 균형감각을 갖고 국익과 인류대의를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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