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대흥, ‘느림의 가치’ 전달하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방문해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인사말 다음으로 ‘빨리빨리’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빠름을 좋아하고 익숙해져 있다. 치열한 경쟁,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우리는 주변을 둘러 볼 시간도 없이 모든 것을 속전속결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빠른 흐름 속에 ‘느림의 가치’를 전파하는 마을기업이 있다. 충청남도 예산군 대흥면에 위치한 느린손협동조합(이하 느린손/대표 이명구)이 바로 그 특별한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 2년차인 느린손은 주민들이 직접 전통수공예품을 만들며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명맥 잇고, 느림의 미덕을 전파하고 있다.


주민 주도적으로 마을기업 설립

지방도 619호 변 예당저수지의 잔잔한 물길을 따라 가니 의좋은형제공원 옆으로 마을 어귀가 보인다. 마을로 얼마 들어가지 않아 아담하고 정겨운 매장이 눈에 띈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공간으로, 지난 2013년 9월 느린손이 설립됨과 동시에 개장했다.

느린손은 마을기업에 선정된 지 일년이 채 안됐지만 별 무리 없이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큰 수익은 아니어도 수공예품 판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마을주민들도 느린손에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느린손의 실무를 맡고 있는 박효신 예산대흥슬로시티협의회 사무국장은 “느린손이 순항하고 있는 이유는 ‘준비된 마을기업’이기 때문”이라며 “지난 2009년 대흥이 슬로시티로 지정되며 마을공동체 활동을 해왔기에 주민들의 신뢰가 밑바탕 돼 있었고, 관련교육도 꾸준히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슬로시티는 향토인에게는 자연 속에 살면서 고을의 먹거리와 지역 고유문화를 느끼며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고, 도시인에게 마음의 고향을 제공하는 조용한 공동체 운동으로, 대흥면은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지정됐다. 느린손은 ‘예산대흥슬로시티’의 결과물인 것이다. 예산대흥슬로시티로 지정된 후 마을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고 느린손을 설립하게 됐다.

#잊혀 가는 전통문화 명맥잇다

느린손은 19명의 조합원이 주축이 돼 이끌고 있다. 조합원들은 전통 짚공예품, 손바느질 제품, 천연 수제비누, 천연염색 등 손재주를 이용해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 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특히 짚공예는 명성이 자자하다. 대흥의 짚공예는 지난 2011년, 2012년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하는 공예트렌드페어에 2년 연속 초청되어 참가하면서 전국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또한 2012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주최하는 도시농부의 하루라는 기획전에 초청되어 한 달 반 동안 인사동에 대흥의 짚공예 명인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도시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느린손에서는 짚공예와 함께 다양한 공예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작은 매장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천연비누만들기, 천연염색, 짚공예 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잊혀가는 전통문화를 기억하고 보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전통 살리고, 마을도 살린다

느린손은 전통문화만 지킨 것은 아니었다. 느린손이 문을 열며 마을의 모습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마을 어귀 폐가가 예쁜 매장으로 바뀌고, 의좋은형제공원을 찾는 도시민들이 느린손을 방문에 전통문화를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박 사무국장은 “전통공예품의 명맥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느린손의 할 일”이라며 “전통을 살리고, 마을을 살릴 수 있는 마을기업이 1호 느린손에 이어 2호, 3호 등 다양한 테마의 마을기업이 탄생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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