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와 기초단체 등 지방정부의 장과 지방의회 의원, 교육감을 뽑는 선거가 목전에 있다.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예년의 과열선거 정국과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여야 정당들은 세월호의 비극과 정부의 무능을 연계하느냐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대체로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거 출마자들도 여론의 눈치를 보며 차분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선 후보자 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며 대개 국민은 심판의 잣대를 나름대로 마련하고 이번 선거에 참여할 태세다.

농업인으로서는 사뭇 다른 선거 분위기에다 눈코 뜰 새 없는 농번기라는 점이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수단 중 하나인 직접선거의 성공여부는 국민 또는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여부에서 갈린다고 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의 의견개진이 제대로 이뤄지고, 그 대표성을 부여받은 이들이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올바른 활동을 펴는 단초가 바로 선거, 투표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농업인의 권익과 의견을 대변할 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 그리고 그 현실에 비례해 농업과 농촌의 주요의제가 정부와 의회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농업종사 인구비중이 전체 인구의 오 퍼센트 이하로 떨어진지 오래된 데다 선거 출마자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농업인 비중은 급감했다. 후보들 입장에서는 당락을 결정짓는 열쇠가 ‘비농업인’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속된 말로 ‘표밭의 질’이 다르다고 볼지 모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각종 선거에서 농업과 농촌, 농업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불길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 가격 등락의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한 최저가격 보장제도나 지역경제를 살릴 지역농업 육성을 적극 요구하든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든 선거에서 농업인을 받들고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인물을 뽑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농번기든 부패한 정치권에 대한 염증이든 선거에 대해 무관심한 이유야 다르겠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농업인의 목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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