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냐 관세화 유예냐를 두고 관민의 대립구도가 첨예하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 규정과 통상 실익을 거론하며 쌀 관세화가 유리할 수 있다거나 ‘관세화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반면 농업인과 민간 통상전문가들은 쌀 관세화를 기정사실로 몰아가는 정부에 반발하는 한편 주식인 쌀을 지키기 위해서는 관세화는 절대 안 된다거나 늦출 수 있는 만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연초부터 쌀 관세화 불가피론을 지펴왔던 정부는 유월말까지 관세화 여부를 결정해 기구 사무국과 회원국에 통보한다는 계획표까지 내놨다. 정부 입장은 명확하니 이해당사자인 농업인이 반대하든 찬성하든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다. 아니면 이도저도 골치 아프니 속전속결로 마무리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의 쌀 관세화 여론몰이는 농업인보다는 비농업인, 국회를 비롯한 다른 산업계에 파상적으로 이뤄지는 양상이다. 이른바 포위 전략이다. 다수의 ‘비농업인’을 호도해 소수의 농업인을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칠레, 미국, 유럽연합, 호두, 캐나다 등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도 정부의 현란한 여론몰이 전략의 소산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쌀 관세화 ‘가공’은 ‘재료’부터 저급의 수입산으로 밝혀지고 있다. 쌀 관세화 불가피론을 강조하려 정부가 홍보자료를 낸 ‘필리핀의 쌀 관세화 유예 실패’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필리핀은 이미 이태 전에 쌀 관세화 유예시한이 끝났고 지금까지 끈질기게 협상테이블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주목할 만한 ‘개념정립’이 있었다. 송기호 변호사가 신문지면을 통해 이동필 장관에게 ‘쌀 수입허가제 폐지 대책’을 공개 질의한 것이다. 국제통상, 특히 농업무역과 관련협정 전문변호사인 그의 질의내용은 핵심을 찌르고 있다. 그는 정부나 도하 언론에서 오용하고 있는 ‘쌀 관세화’라는 영어식 표현을 양곡관리법의 ‘쌀 수입허가제 폐지’로 써야한다고 역설했다. 쌀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허가 없이 수입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의 관세화 규정과 별도로 국내 양곡관리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나아가 수입허가제 폐지를 전제한 쌀 관세율이 얼마인지, 허가제를 폐지했을 때 우리 쌀을 지킬 대책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농업인의 의문을 담은 이 공개질의에 농식품부장관의 공식답변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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