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발전을 위한 여성들의 ‘무한도전’

전광역시 중구 중촌동 주택가 골목 사이, 대형 빵집처럼 화려한 조명과 진열대가 놓여 있지 않지만 정겨움이 물씬 느껴지는 작은 빵집이 눈에 띤다. 이곳은 소박하지만 정직하고 바른 먹거리를 만드는 ‘평화가 익는 부엌 보리와 밀(이하 보리와 밀/대표 김미정)’이다. 보리와 밀은 100% 우리밀로 만든 천연발효빵과 쿠키를 생산하는 마을기업으로, 마을주민들과 함께 일하며 얻은 수익은 마을로 환원하고 있다. 또 이웃과 소통하는 마을을 만들고, 나눔과 돌봄, 협동을 통해 평등하고 평화로운 마을로 만들기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마을활동이 경제활동으로
보리와 밀은 지난 2001년부터 대전여민회를 주축으로 중촌동에서 ‘솔밭나눔장터’를 정기적으로 열며 마을활동을 시작했다. 마을이라는 울타리에 함께 살고 있는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고자 시작했던 활동은 점차 참여 주민들이 늘어나며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07년 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을 개관하며 마을독서네트워크 활동을 통한 마을공동체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아이를 보육하는 엄마들도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찾게 됐고 엄마들의 소모임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도서관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읽고, 또 한쪽에서는 엄마들이 모여 재능을 공유하는 품앗이 강좌를 열었다.

김미정 대표는 “점차 엄마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마을주민들이 재능,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해졌다”며 “때마침 중촌동이 자립형 지형공동체 사업에 선정되며 마을주민들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할 마을카페 ‘자작나무숲’을 개소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한계에 봉착하게 됐다. 마을활동이 경제활동과 연결되지 않아 생업을 위해 마을활동을 중단하는 엄마들이 많아졌다. 마을활동과 경제활동을 연결시킬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보리와 밀이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자는 큰 틀에서 고민한 끝에 아이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드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김 대표는 “주민 다섯명이 주축이 돼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웠는데, 다량의 설탕, 버터, 기름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니 우리 아이들에게 먹일 수가 없었다”면서 “시행착오 끝에 기존 빵 만드는 방법이 아닌 술빵을 만드는 원리를 이용, 천연발효빵을 개발·판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밀로 만든 안전한 먹거리 제공

보리와 밀의 대표상품은 천연발효 방식으로 만든 전통발효빵과 쿠키 ‘부푸름’이다. ‘부푸름’은 100% 우리밀을 사용하고, 소량의 설탕과 소금 외에는 방부제, 합성착향료, 합성착색료, 합성팽창제 등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20시간 이상의 자연발효와 저온숙성을 통해 만들어지고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부푸름 빵은 우리밀빵, 우리보리빵, 우리단호박빵, 우리옥수수빵 등 4종류이다. 부푸름 우리밀쿠키는 견과류, 과일, 초코 등을 첨가해 만들고 있는데 쿠키 역시 화학첨가물은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이밖에도 새콤달콤한 레몬차와 우리 전통 음료인 식혜도 보리와 밀의 인기상품이다.
김 대표는 “건강한 먹거리와 슬로푸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보리와 밀, 빵과 쿠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안전한 농산물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우리의 기쁨”이라고 전했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성장기회 주고파”
보리와 밀을 통해 마을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 마을카페 ‘자작나무숲’, 마을기업 ‘보리와 밀’과 함께 마을역사탐험대 ‘그루터기’, 마을신문 ‘오마을’ 등 활동영역을 넓혀나갔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으로 인해 일거리를 찾는 여성, 특히 경력단절 된 주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마을활동에 참여하며 자원활동을 통해 직업을 체험하고, 더 나아가 적성의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가치 있는 마을활동을 하며 좋은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있다”며 “마을기업을 주축으로 여성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며 마을도 발전하고, 여성도 발전하는 마을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문의전화 : 042-353-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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