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지 꽃의 맛·멋·향에 취하다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정안마곡사로 512-2. 정안천을 따라 가다보니 산기슭에 유독 하얀 꽃이 만개한 곳이 눈에 띤다. 작은 간판에 ‘카페 데이지(Cafe Daisy)’라고 적혀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펴있다. 작은 식물원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마을기업 ‘춤추는 꽃동네(이하 꽃동네/대표 변명숙)’이다.

꽃동네는 다섯 명의 아낙네들이 주축이 돼 지난 2013년 설립한 마을기업니다.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아름답고 행복한 노후를 만들고자하는 아낙네들이 일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예쁜 꽃으로 농촌여성들의 삶을 예쁘게 물들여가는 꽃동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상과의 소통 창구가 된 ‘꽃’

꽃동네는 변명숙 대표가 집 앞 마당에 꽃을 심는 것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4년 아무 연고지가 없는 공주시 정안면으로 귀촌한 변 대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그동안 도시생활로 지친 심신을 다스리고자 집 앞 마당에 꽃을 심었다. 척박한 땅을 일구고 꽃을 심으며 변 대표는 농촌생활에 적응해갔다. 꽃이 예쁘게 핀 정원은 마을 주민들과 지나가던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았고 구경 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변 대표는 이를 기회로 삼아 마을과 세상과의 소통의 창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탄생된 곳이 바로 카페 데이지이다.
카페를 운영하던 중 변 대표는 마을에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 암으로 남편을 잃고 마음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친한 동생이 남편이 세상을 뜨고 나서는 일도 손에 놓고 무기력하게 지내더라고요. 혼자 자식 3명을 키우며 그 많은 농사일을 하는 것이 엄두가 안나 도시로 이사를 갈까 고민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죠. 그때 동생에게 꽃을 심으라고 권했어요. 저도 꽃을 심으며 마음을 달랬듯 동생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변 대표는 그동안 카페를 운영하며 공부한 꽃차 만드는 법을 토대로 동생이 재배한 꽃을 수매해 꽃차로 가공, 판매했다. 이후 마을에서 우정을 돈독히 해온 아낙네 다섯 명을 주축으로 꽃 재배를 확대했고, 지난 2013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했다.

유기농 꽃으로 꽃차ㆍ음료 생산


꽃동네에서는 1500여평 밭과 2만여평의 임야에서 직접 유기농으로 100여가지의 꽃을 재배하고 있다. 관상이 아닌 식용이기 때문에 손수 재배하거나 산에서 채취한 꽃만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꽃동네에서는 직접 재배한 꽃으로 만든 꽃차, 꽃음료, 꽃한과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특히 꽃을 건조해 만드는 것이 아닌, 저온에서 서서히 익히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해 생산되는 ‘덖음 꽃차’를 만들고 있다. 덖음꽃차는 단숨에 수분을 날려버리는 건조와 다르게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기 때문에 맛, 향, 모양, 색을 그대로 유지한다.

또한 최근 개발한 장미음료인 장미 코디얼(농축액)은 물에 타서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 여름 음료로 제격이다. 은은한 장미향과 새콤달콤한 맛으로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주전부리로 즐길 수 있는 꽃차 한과도 개발해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꽃은 관상용으로도 좋지만, 기능성 성분이 많아 식용으로도 아주 좋아요. 장미는 노화방지, 항암효과, 숙취해소, 기억력향상에 좋고, 개나리는 여성 피부미용에, 제비꽃차는 불면증, 변비에 효과가 있는 등 꽃마다 좋은 성분이 포함돼있어 최근 건강차로 많은 소비자들이 찾고 있습니다.”

꽃동네는 정성스럽게 만든 꽃차와 꽃음료를 카페 데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카페 데이지에서는 꽃차와 솔트를 블렌딩한 족욕제로 꽃차족욕테라피도 운영하고 있으며, 덖음꽃차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아름답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꽃과 함께 일하며 멋있는 커리어실버를 만들자는 것이 꽃동네의 목표에요.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본인들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죠. 앞으로 마을기업 내 소단위 사업체를 만들어 1인 1기업의 전문화된 영역을 개척해 더욱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파급력을 넓혀나가겠습니다.”[문의. 041-856-5929]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