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대해 국가가 보호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은 문제다. 계속 보호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 체질을 개선해야 된다.” 외식산업업계 관계자가 농식품부가 주관한 국민공감농정위원회에서 FTA피해대책을 요구하는 농업계를 두고 한 비판이다. 정부가 농업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농업인의 인식변화와 수용할 것을 종용하면서 해온 말과 판박이다. ‘거지근성’을 버리라는 심한 표현도 공공연하게 해왔으니 이에 비하면 양반이다.

문제는 이같은 반농업적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돈 되는 산업을 위해 돈 안되는 농업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경제논리가 대단히 설득력 있게 퍼져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런 인식이 농업계에도 존재한다는 사실. 이날 위원회에서 한 농업인단체장이 쌀 관세화 전환과 관련해 ‘과감한 결단’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관세화 유예시 더많은 수입쌀이 들어오니 감수해야 한다는 것인데, 농업계를 대표한다는 인물의 말이라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부 의도대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대다수 농업인 정서상 입에 담아서는 안되는 금기인 탓이다. 실제로 농업계는 정부 결정을 받아들이는 대신 확실한 피해대책마련을 위한 ‘전술’차원에서 사석에서라도 금기시하는 암묵적인 약속(?)이 존재한다. 더구나 일부라고 하지만 농업계 스스로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을 하면 안된다. 반농업적인 인식 확산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정부의 무대책, 무책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경험하면서 대응책을 세웠다고 호언해왔지만 실제 상황에선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농업개방 정책기조 아래 정부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대책을 세우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장담해왔다. 하지만 실효는 없었다. 세월호 사건에서처럼 사고대응 매뉴얼이 있어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한국농업은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이다. 확실하고 실효있는 정부대책을 통해 생존해야 한다. 특히 지금의 선거정국은 이런 목적 달성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농업인단체 대표라면 농업인 정서에 반하는 말 대신 정치권과 출마자, 그리고 정부를 향해 한국농업 생존대책을 요구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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