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품속처럼 포근한 ‘쌈지촌’으로 오세요”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천북·광천IC를 지나 96번 지방도를 따라 천북방면으로 가면 ‘쌈지촌마을(이하 쌈지촌)이 나온다. 길가에 예쁘게 핀 양귀비꽃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마을을 찾는 모든 사람들의 쉼터가 되는 작은 의자 세 개와 쌈지촌 안내지도가 반긴다. 파란하늘, 넓은 들판, 아름다운 뒷동산이 정겨운 쌈지촌은 마친 고향 할머니의 품속같이 포근함이 느껴진다.
배산임수를 자량하는 쌈지촌은 녹색농촌체험, 마을기업 등을 운영하며 살기 좋은 마을, 함께 잘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소외된 마을이 주목받는 마을로

쌈지촌에 들어서면 마을 어귀마다 심겨진 꽃들, 깨끗하고 잘 정돈된 마을환경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러나 몇 년 전만 해도 지금의 쌈지촌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쌈지촌 박동규 위원장은 말한다.

“이곳이 전국에서 못사는 마을로 손꼽혔었어요. 보령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우리 마을은 동쪽은 서산, 서ㆍ북쪽은 홍성으로 행정구역의 경계에 있죠. 행정관리에 소외될 수밖에 없었어요. 이 때문에 우리 마을은 이곳저곳에서 몰려온 쓰레기로 어수선했고, 냄새로 외각으로 밀려난 축산농가들도 대거 들어왔습니다.”

더 이상은 마을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이에 7년 전 박 위원장을 주축으로 마을개발사업을 시작했다. 행정에서 소외 된다고 마을에서까지 등한시할 수 없었던 것. 우선 쌈지촌은 가축분뇨 냄새로 인한 안 좋은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마을 곳곳에 나무를 심고 꽃을 심는 등 환경정화에 나섰다.

 이후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살고 싶은 마을, 찾아오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녹색농촌체험을 운영했다. 봄에는 모내기체험, 여름에는 채소수확체험, 가을엔 고구마 캐기, 벼 수확 체험, 겨울에는 연날리기, 김장김치 담그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쌈지촌에서 경제사업의 일환으로 설립한 ‘쌈지꽃사랑회(대표 최경자)’가 지난 2012, 2013년 마을기업에 선정되며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마을주민 평균 연령은 65세 이상으로 대부분 연로하세요. 그분들이 사부작거리며 일을 하고, 푼돈이라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면 삶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마을기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마을의 부녀회장을 7년째 맞고 있는 최경자 쌈지꽃사랑회 대표는 마을기업의 설립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주민 화합 이뤄 완벽한 공동체 만들 것”

조용한 마을이었던 쌈지촌은 7년간 마을개발사업을 이어오며 활기를 띠게 됐고, 전국의 마을들 중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빈 빗자루질이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마을기업다운 마을기업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처음 농촌개발사업을 시작할 때는 제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사업들을 추진했어요. 마을주민들의 의견과 이해를 구하지 않았죠. 그 결과 겉은 성장했을지 몰라도 속은 텅 빈 꼴이 돼버렸어요. 마을주민들과 소통하며 화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쌈지촌은 안정된 일자리 창출, 소득증대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농촌마을을 만들려고 했지만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

“주민들은 오직 농사지어서, 수확해 잘 파는 것만이 돈이라고 생각하세요. 그 외에는 자신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죠. 쌈지촌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재투자하거나 마을공동이익사업에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 와 닿지 않아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쌈지촌은 지금 잠시 사업은 중단하고 마을 주민들의 농업경영에 대한 지식과, 역량을 키우고 화합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마을주민들과 함께하는 마을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공동체’육성을 가장 우선으로 두고 사업을 진행할 것을 밝혔다.
쌈지촌은 지역공동체 육성을 꾸준히 이어가며 쌈지촌만의 상품 및 문화컨텐츠를 육성해갈 계획이다. 우선 설탕을 대체할 발효당을 개발해 상품화할 예정이며, 농촌의 현장을 실시간 영상으로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채팅방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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