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끝장토론’ 형식을 빌려 규제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후 사회경제 각 부문에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이번 규제개선 노력이 결국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사익추구를 견제할만한 ‘고삐’를 풀어주려는 사전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산업경제 측면, 즉 경제 활성을 위한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작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해 꼭 필요한 지원책이나 복지와 관련한 규제, 이른바 ‘착한 규제’마저 없애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형편이다. 노파심에 바라건대, 정부 각 부처별로 추진되고 있는 규제개선작업에서 그 진가와 경중을 엄히 따져 규제의 가부를 결정하고 본디에 맞도록 잘 다듬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잘 걸러내 옥죌 것은 옥죄고 풀 것은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농업부문에서도 규제개선작업이 한창이다. 이동필 농식품부장관은 ‘규제개혁 장관’이라 이를 만큼 일찌감치 농업농촌 현장위주의 규제 정비에 공을 들여왔다. 그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자 시절에도 농가의 소규모 전통주 제조, 판매와 관련한 비현실적인 규제를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했으며, 장관으로 부임해서도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문턱’ 없애기에 진력해왔다. 생산중심의 농업을 제2, 제3차 산업과 유기적으로 묶어 부흥을 일궈보자는 ‘농업의 6차 산업화’ 주창에도 이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없애려는 노력을 가미하고 있다. 농업부문은 그나마 개선해야 할 규제를 꾸준히 발굴해왔다는 평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농업부문 규제개선의 실제는 그리 만만찮아 보인다. 농업기반, 생산, 가공, 유통, 판매 등 각 단계마다 잘못된 매듭을 풀어 제대로 잡도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일적인 규제개선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규제개선의 목적이나 방향이 똑바르지 않으면 자칫 중구난방의 규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영세농이나 가족농을 보호하는 차원은 저버리고 오직 기업농이나 농기업을 위한 규제완화에 방점을 찍는다면 본디와는 다르게 농업농촌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개발이나 농지전용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규제개선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농촌경제 활성을 이끌되 농업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규제개선의 제일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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