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정 렬
한국낙농육우협회장


낙농가들은 최근 원유 생산량이 늘어난데 따른 수급 상황을 고려하고, 우유 소비 감소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유업체들의 처지,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십분 고려해 금년도 원유가격 인상분(25원)을 유보키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리터(ℓ)당 원유 기본가격은 940원으로 유지하게 된 것입니다.
유가공 업계들은 지난해 원유가격연동제가 처음으로 시행되면서 원유가격이 13%나 치솟았는데, 이번에 또 가격을 올리면 부담이 너무 크다며 가격 동결을 요구해 왔습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이를 수용한 것입니다.

얼마전 가졌던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는 또 원유가격연동제를 시장 수급상황을 감안한 협상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10% 범위 내에서는 가격 협상의 여지를 두기로 하고, 낙농진흥회 이사회 내에 ‘유제품가격 조정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입니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우유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일정한 공식에 따라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로, 생산비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매번 가격결정 때마다 겪던 우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없애자는 취지입니다. 이사회는 여기에 더해, 원유가격연동제 공식에 따라 산출한 가격이 전년도 가격의 4%를 넘지 않으면 가격을 동결하고, 이듬해에 전년도 증감분을 합산해 가격을 책정하는 ‘4% 누적 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기존 연동제를 따를 경우 생산비 상승에 따라 원유가 인상요인이 있으나, 국민의 어려운 경제사정, 낙농산업발전 등을 고려하여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상에 임했던 것입니다.

저희 낙농가들은 잉여원유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자발적인 고통 감내, 즉 젖소의 외부 입식을 금지하고, 송아지 모유 먹이기, 저능력우 도태, 기본생산량 초과원유 최대한 생산 자제 등을 솔선해왔습니다. 덕분에 6월 들어서는 계절적인 요인까지 보태져서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이미 유업체가 겪는 고통을 나누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쿼터초과원유 가격을 ℓ당 561원에서 100원으로 대폭 인하하는데도 합의하였습니다.

2011년 구제역 당시 원유생산량이 크게 부족했음에도 원유가격 인상은 없었습니다. 원유가격은 낙농산업의 특수성을 감안, 시장의 수급실세에 따라 가격 조정을 해온 것이 아니라, 생산비 변동에 따라 조정하여 낙농기반을 유지해 왔습니다. 또한, 우리는 2002년 쿼터제 도입이후 스스로 수급조절을 하여 왔습니다.

현재의 수급상황은 FTA로 인해 국산원료 사용분은 감소하고 수입원료 이용분이 크게 증가하여 국산 유제품 시장이 잠식된 것에 근본원인이 있습니다. 일례로 유제품 총 소비는 전년대비 0.7% 증가한 반면 국산 원료 이용분은 전년대비 2.6% 떨어졌습니다. 수입원료 이용분도 전년대비 5.3% 크게 늘어났습니다. FTA가 우리 우유의 생존기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대목입니다. 근본대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국민 여러분께 안전하고 신선한 우리우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지금과 같이 우리우유를 국민 여러분들께서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