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도주와 덕배의 시선이…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도주와 덕배의 시선이 준량과 무관에게 꽂혀 있었다. 무관이 손에 있던 것을 슬그머니 감추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딴청을 했다.

 “도주, 우공은 이곳에 언제쯤 온답니까? 지난번 만났을 때 이때쯤 온다고 했었는데.”
 우대감 말에 도주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리한 무관의 눈이 도주의 얼굴 표정을 놓칠 리가 없었다. 준량도 석연찮은 느낌이 들었다. 준량은 갈 길을 서둘렀다.

 “저희 배를 타고 건너가시지요. 배는 준비했습니다.”
 “아닙니다. 우리 배로 가겠소.”
 “그 배는 방금 관찰사 관리들이 타고 갔습니다.”

 관찰사가 타고 갔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주가 내어준 배는 양쪽에 의자까지 있고 크기도 관의 배보다 컸다. 저녁 노을에 노가 유난히 붉게 빛났다. 벌써   강가에는 땅거미가 짙게 깔리고 있었다.
 강 중간쯤 오자 강 건너 관청과 상방리 불빛이 드문드문 보였다. 반대편의 우창에는 아직도 일이 있는지 제법 많은 불빛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배가 기울기 시작하였다. 당황한 무관이 소리쳤다.

 바닥에서 물이 솟구치고 있었다. 무관과 준량이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하자   사공이 소리쳤다.
 준량과 무관이 일어서려 하자 배는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사공은 재빨리 뱃머리를 붙들었지만 무관과 준량은 허우적대고 있었다. 무관은 준량을 잡아끌었다. 뒤집힌 배는 속수무책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사공이 두어 번 무관을 잡아주는 것 같더니 강 건너 기슭으로 헤엄쳐 갔다.

 “무관이 우릴 알아 봤을까요?”
 “글쎄, 건져 올릴 때 정신이 조금 있었는데 모르지.”
 “형님, 저기 좀 보십시오. 우창에서 배를 띄워 찾는 것 같습니다. 이쪽에는 사람을 찾는 횃불이 보입니다.”

 우창쪽에서는 사람을 풀어 준량을 찾느라고 어수선했다. 단양 군수가 물에 빠졌다하자 하방강 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양에서 내려온 군수가 무관과 빠져 죽었다며 온 천지가 난리 날 것은 뻔했다. 관리들의 눈에 핏발이 섰다. 이리 뛰고 저리 뛰던 그들이 외중방 어귀에서 조그마한 나룻배와 그 옆의 군수와 무관을 발견하고는 횃불을 흔들어 신호를 하였다.  

준량이 먼저 깨어나서 무관을 흔들며 가슴을 누르고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준량은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위해 뱃머리를 놔두고 자신에게 헤엄쳐오던 무관의 모습을  떠올렸다. 충분히 강가로 헤엄쳐 갈 수 있었을 텐 데도 끝까지 준량을 살리기 위해 애쓴 무관이었다. 형방이 능숙한 솜씨로 응급처치를 하자 물을 몇 모금 토하더니 무관이 깨어났다. 힘깨나 쓴다는 장사들이 무관을 업고는 부리나케 관청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우창에서 도주를 비롯한 많은 무리가 건너와서 준량 일행 뒤를 쫓아갔다.

 멀리 이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용두와 바우가 자갈밭을 밟으면서 걸어갔다.   아직 보름달은 아니건만 멀리 투구봉까지 훤하게 눈에 들어왔다.
 오성암에 도착한 용두는 절간 툇마루에 드러누웠다. 벌써 가을이 왔는지 허리춤 사이로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바우가 나무함지에 물을 가득 담아 강물에 젖은 옷을 벗고는 찬물에 기어이 목욕을 하였다. 오성암에 머문 지도 벌써 삼일 째였다. 가끔  산 속에서 소쩍새가 울 뿐, 산사는 아주 조용했다. 때 아닌 참나무에서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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