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가공산업의 연계로 농업의 고부가가치 창출


글 싣는 순서
Ⅰ. 외부 변수에 일렁이는 쌀가공산업
Ⅱ. 쌀가공산업 육성법...기대와 현실
Ⅲ. 농업의 미래동력, 쌀가공산업의 가능성은?
Ⅳ. 농업과 쌀가공산업의 연계방안 및 현안진단 토론회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쌀가공식품산업의 매출규모는 3조3,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쌀가공식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떡류 시장이 1조4,000억원 규모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으며, 막걸리로 대표되는 주류가 1조1,800억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밖에도 쌀고추장과 물엿(조미식품), 햇반으로 대표되는 가공밥류, 과자와 면, 식혜 등의 음료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쌀가공식품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농업을 통한 원료쌀의 수급비중은 크지 않았다. 대부분 의무수입물량(MMA)과 재고미로 충당되어 왔다. 그러나 고품질과 안전성 등 소비자의 기호가 높아짐에 따라 원료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농업에서도 안정적인 소비창구와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가공산업과의 연계는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으로 평가되어온 지 오래다. 이에 쌀가공산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짚어본다.



◆ 2013년 쌀가공산업의 원료쌀 소비량 52만6,140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도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식료품 및 음료 제조업에서 원료로 사용한 쌀 소비량은 52만6,140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57만712톤에 비해 7.8% 감소한 것으로 2010년 64만5,927톤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는 주정용 감소(2011년 24만3,946톤→2012년 14만8,016톤→2013년 5만5,572톤)에 따른 영향이다.

주정용을 제외한 쌀가공산업의 원료쌀 소비량은 47만1,000톤. 이 가운데 정부양곡은 24만6,000톤이며, 민간에서 조달한 햅쌀이 22만5,000톤이다. 실제 농가소득과 직결됐다고 볼 수 있는 물량은 민간에서 조달된 22만5,000톤의 햅쌀이다.

쌀가공산업이 정부의존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본 기획의 1편에서도 밝혔지만, 태생적인 이유가 크다. 또한 원료쌀의 수급에 있어 낮은 가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쌀가공업체들의 영세성과 정부의 저가공급에만 메달리는 일부 업체들의 얄팍한 상술도 여기에 편승하고 있다.

쌀가공산업은 MB정부의 농식품산업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급속도로 확대되어 왔다. 그 이전까지 정례화되다시피 했던 대북쌀지원이 중단되면서 남아도는 재고미의 처분창고로 쌀가공산업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이즈음 쌀가공산업도 각성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수급상황이 불확실한 정부의 재고미에만 목을 메고 있을 수 없다는 자성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쌀가공산업의 계약재배를 돕기위해 논소득다양화사업의 일환으로 가공용쌀 계약재배를 시범사업으로 포함시켰다.

◆ 가공용쌀 계약재배… “농가와 업체 모두가 웃었다”

정부의 가공용쌀 계약재배 시범사업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시행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ha당 220만원을 지원했고, 이는 농가와 가공업체 사이의 간극을 해소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주관으로 진행된 회원사들의 계약재배는 2011년 902.38ha를 시작으로 2012년 2,785.61ha, 2013년 3,765.34ha의 실적을 기록했다. 다수확 품종인 ‘보람찬’을 기본으로 ‘드래찬’, ‘고아미’ 등이 재배됐으며, 일부 쌀가공제품용으로 ‘설갱미’가 계약재배됐다.

가공용쌀 계약재배는 다수확품종이 중심이다. 그 동안 고품질 쌀 생산에만 몰두했던 농가들에게 다수확품종은 생소했다. 실제 재배과정에서는 농촌진흥청이 제시한 다수확품종의 수확량과 큰 차이를 나타냈다. 농가와 계약과정에서 제시된 예측수량은 다수확품종인 ‘보람찬’이 702kg/10a으로 일반 밥쌀용 품종 499kg/10a보다 확실히 높게 제시됐다.

그러나 실제 수확량은 이에 턱없이 부족했다. 통계청이 조사한 전국 수확량 비교에 따르면 ‘보람찬’은 전국 평균 520kg/10a에 불과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계약재배에 참여한 지역별로 자체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람찬’의 경우 백미기준으로 경남 하동에서는 441kg/10a으로 일반 밥쌀용 품종보다 낮은 수확량을 기록했고, 충북 진천에서는 588kg/10a로 최고 수확량을 기록했다.
특히 경남 하동을 비롯한 충북 괴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다수확품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반 밥쌀용보다 적은 수확량을 기록하는 등 큰 편차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은 농가와 쌀가공업체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결과였다. 많은 수확량을 기대하고 낮은 가격에 계약했던 농가는 울상이고, 쌀가공업체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원료쌀 확보가 달가울 리 없다. 이 간극을 해소시키는데 일조한 것이 가공용쌀 계약재배 지원사업(ha당 220만원) 이었다.

◆ 농업과 쌀가공산업의 연계… 지역특화 살린 6차산업 모델

쌀가공산업의 외형적 성장은 정부 주도형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쌀가공식품 시장은 4조원에 육박하는 시장으로 성장,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들의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쌀가공산업은 철저히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원료쌀 조달체계를 탈피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연 어떤 산업이 정부 정책에만 기생해 발전할 수 있겠는가?

최근 들어 농업과 쌀가공산업의 연계를 통한 내실의 싹이 돋아나고 있다. 지역적 특색을 살리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을 이용한 다양한 쌀가공식품과 관광 및 체험이 결합되는 등 6차산업화의 모델이 태동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의 장으로 직접 떡메를 내치며, 송편을 빚는 마을이 있다. 강원도 양양의 송천떡마을이다. 설악산 대청봉이 발원지인 송천계곡의 맑은 물로 재배되는 오대쌀로 만드는 송천떡마을의 다양한 떡은 새벽부터 장작불로 떡살을 삶고 떡메로 치는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만 오대쌀 18톤, 찹쌀 25톤, 잡곡 12톤으로 떡을 생산한 송천떡마을은 인근 서광농협과 마을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쌀을 구입해 떡을 만들어 판매할 뿐만 아니라 체험학습 및 관광명소로 외국인들의 발길까지 사로잡고 있다.

송천떡마을은 마을 내 여성농업인 15명을 중심으로 떡을 만들어 팔던 것이 확대된 형태이다. ‘송천떡마을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든 이후 연매출 10억원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또한 마을단위에서 각각의 위원회를 구성, 송천떡마을과 연계된 각종 체험행사와 팜스테이 등을 통해 6차산업으로 확장시킨 농가주도형 쌀가공산업 연계 모델의 성공사례이다.

경북 의령의 망개떡과 전남 영광의 모싯잎송편은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통해 향토음식의 산업화에 성공, 지역농업과 함께 ‘win-win’하는 사례이다.

경북 의령지역에서 망개떡을 생산하는 떡방앗간들이 2008년 협의회를 구성, 2011년에는 지리적표시 단체표장까지 등록했다. 의령망개떡은 인근 주민들과 계약재배된 원료쌀을 통해 생산된다. 특히 최근에는 의령망개떡에 최적화된 신품종 팥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개발, 전용재배단지 조성에 들어갔다. 지난해 의령망개떡에 사용된 쌀만 82톤에 달할 정도로 지역농가와 끈끈한 연계를 지속하고 있다.

전남 영광모싯잎송편은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례이다. 영광모싯잎송편은 100% 영광군에서 생산된 쌀로만 만든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 영광읍 덕호리 일대에 조성된 ‘모싯잎송편 원료곡 생산단지’에서는 다수확품종인 ‘보람찬’을 무농약재배로 생산하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된 무농약 ‘보람찬’은 모두 계약재배를 통해 전량 출하되고 있으며, 영광모싯잎송편의 중요한 원료곡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모싯잎송편 뿐만 아니라 오색 떡국 떡 등 다양한 떡류제품을 선보이면서 지난해 1,850톤에 달하는 지역쌀을 사용할 정도로 지역내 든든한 쌀가공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밖에 모싯잎송편에 사용되는 동부와 청정지역에서 재배된 모싯잎 등 지역농업은 물론, 농가소득에 큰 몫을 담당하는 주요 소득작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기도는 막걸리 업체를 중심으로 가공용쌀 계약재배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4년째로 접어든 경기도의 가공용쌀 계약재배는 조금은 특이한 모델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막걸리 제조업체에 기술이전 및 연구지원을 전제로 경기쌀 사용을 주문하는 형태이다. 또한 막걸리 업체와 작목반을 직접 연결해 2010년 처음으로 100톤을 공급한 이후 올해는 지난 13일 ㈜우리술과 김포금쌀연구회가 320톤의 가공용쌀 계약재배 협약식을 가졌다.

이밖에 대기업이 주도하는 지역농업과의 연계는 이미 상당규모에 달하고 있다. 국순당은 생산농가와 공동으로 출자하는 공동법인을 설립, 원료공급과 제품생산 및 판매 업무를 분담하는 모형으로 지역농업과의 연계를 꾀하고 있다. CJ는 고창군과 제휴 마케팅으로 지역농가로부터 원료를 수매, ‘TOP 고창’ 이라는 심벌마크를 삽입하는 등 다양한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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