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11일 충남 아산시 종오리 농장에서 발생된 AI는 전북 김제까지 그 감염지역이 확대되었으나 해를 넘기면서 차츰 안정세에 접어들어 닭고기 가격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등, 사육농가들에게는 기나 긴 악몽이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1일 천안시 풍세면의 산란계 사육농장에서의 집단폐사 원인이 고병원성 AI로 판명됨으로서 가금류 사육농가들은 지난 2003년 이래 다시 한 번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AI가 발생된 지역이 공교롭게도 모두 철새 서식지이어서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에 의해 주장된 철새의 AI전파 주범이라는 설이 한층 더 신빙성을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밤하늘을 수놓는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 떼의 군무와 갈대 숲 사이에서 숨죽이며 망원렌즈의 초점을 맞추며 위대한 자연을 노래하던 낭만은 AI로 인해 철새는 사람에게 해로운 ‘나쁜 새떼’로 전락할 운명에 놓이게 됐다.
자연보호와 농업현실과의 엇박자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만약 철새가 AI전파의 주범이라는 것이 학술적으로 판명된다면 농촌의 어메니티라든가 도시민의 탐조여행 등, 도농교류의 기반을 송두리째 뒤 흔들 수도 있음이 큰 문제이다.
환경보호론자들이 주장하는 ‘에코역학(eco-epidemiology:철새바이러스 감염과 사육가금류감염과의 관계를 연구)’가설이 좀 더 과학적 근거에 의한 증명되어야 하고, 현실적으로 충남도가 마련키로 한 ‘철새 도래지 하천 주변에서 가금류 사육금지’ 방안 같은 극약처방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현명한 조처가 마련 돼야 한다.
그래야만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며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세상’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여성농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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