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야, 억수는 잘 있겠지?

 “바우야, 억수는 잘 있겠지? 도둑질하기는 애시당초 거리가 먼 놈이었는데.”
 “그런데 형님, 이것 글씨 보이세요? 무슨 인장 같습니다. 무관이 손에 쥐고 있길래 제가 옷소매에 넣고 있다가 깜박하고 그냥 왔습니다.”
 “무관 주제에 이런 인장을 갖고 다닐 리 만무하고, 목상 대감이라면 몰라도.”

 용두는 바우가 건네준 인장을 내려다 보았다. 옥으로 만들어진 패에 우삼수라고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패 둘레로 아름다운 그림이 음각되어 있는 도장이었다. 언뜻 보아도 귀하고 중요한 물건 같았다. 단양의 우공자라는 이름은 들어봤어도 우삼수란 이름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무관이 갖고 있는 것도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고지식하기로 소문난 무관이 훔쳤을 리가 없었다.

 “사공이 건너와서 알렸을 때는 영감은 이미 물귀신이 되었어야 했는데…… 그 근처에서 뱃놀이하는 자가 있었다니…… 더군다나 우리 쪽배를 타고 말입니다. 어쨌든 우리가 구했다고 생색을 내고 화를 모면했으니 다행입니다.”

 관찰사 아전들이 준량을 찾아왔다. 사경을 헤맨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치고는 늦은 인사였다. 관찰사 아전들과 인사를 나눈 준량이 무관을 찾았다.
 “이보게 이방, 내 봉수대 좀 갔다 오겠으니 객지 손님 잘 모시게. 내친 김에 공납 전까지 보고 오겠네. 해지기 전에 올 것이야.”

 준량은 곧바로 우화교를 건너 봉산으로 올랐다. 지난번 갔다 온 단양천이 한눈에 들어왔다. 땀을 흘리며 봉산에 오르자 봉수대 관리가 나와 읍을 하였다. 봉수대는 충주 관찰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단양 관리와 대하는 일이 극히 적었다. 봉수대 아래에 몇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모두가 봉수대를 관리하는 자들의 집이었다.

 준량이 봉수대를 밖에서 한번 돌아보고 앞이 트인 마당으로 나왔다. 아무리 군수라 해도 봉수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것이 나라의 법이었다. 이곳에서는   우창 안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건너편 우창에서 연기가 솟아올랐다. 어제 타다 남은 것을 태우는지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였다. 준량과 무관이 나무로 만든 평상에 걸터 앉았다.
 “자네 때문에 이렇게 살았네. 자네가 은인이야. 우리가 빠진 곳이 강 중간 정도 되지? 강폭이 오리는 족히 넘겠구나.”

 “우리를 구해준 자가 덕배란 서리라며?”
 “그렇다고 합니다만…….”
 “하필이면 잘 가다 왜 강 중간에서 배 바닥에 구멍이 났을까?”

 “저도 그것이 의심이 갑니다. 또 구해주었다는 덕배는 체격이 좋은데……. 가물가물하지만 덕배란 자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 날렵한 사람 둘인 것 같은데 자세히 생각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손에서 뭔가 빼앗아 가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인장이었습니다. 옥으로 만든 것은 어제 잃어 버렸고요. 이것 하나 제 옷소매에 들어 있었습니다. 어제는 두 개 있었는데…….”

 준량이 받아든 인장은 아주 오래 된 것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져 정교하게 다듬은 것이 제법 커 보였다. 까만 옻칠 때문인지 검은빛이 햇볕에 반사되고 있었다. 글씨를 유심히 보던 준량이 넌지시 무관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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