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Ⅰ. 외부 변수에 일렁이는 쌀가공산업
Ⅱ. 쌀가공산업 육성법...기대와 현실
Ⅲ. 농업의 미래동력, 쌀가공산업의 가능성은?
Ⅳ. 농업과 쌀가공산업의 연계방안 및 현안진단 토론회



본지는 기획특집으로 ‘농업의 미래동력, 쌀가공산업 연계방안’ 이라는 대명제를 선정하고, 3편의 특집기사를 보도했다.

제1편 ‘외부 변수에 일렁이는 쌀가공산업’에서는 정부의 재고미 처분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강구된 쌀가공산업의 태생적 한계와 자립기반 없이 덩치만 부풀려온 쌀가공산업의 문제를 진단했다.

제2편 ‘쌀가공산업 육성법, 기대와 현실’에서는 수많은 기대 속에서 지난 2011년 11월 제정된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현재까지 법 제정의 근간이 되는 쌀가공산업육성 5개년 기본계획 조차 수립되지 못하고 방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제3편 ‘농업의 미래동력, 쌀가공산업의 가능성은?’에서는 농업과 쌀가공산업의 연계, 즉 쌀농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쌀가공산업과의 연계사례를 발굴하고 그에 대한 가능성을 조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은 67.2kg. 2004년 82kg 이후 10년만에 15kg 가까이 줄었다. 연 평균 -2.1%씩 쌀 소비가 줄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84g으로 하루 밥 2공기도 안된다.

그러나 쌀가공산업의 원료쌀 소비량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주정용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쌀소비량을 자랑하는 떡류의 경우 ‘2011년 16만1,628톤’ → ‘2012년 18만3,095톤’ → ‘2013년 20만3,656톤’으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도 2012년 7만4,495톤에서 2013년 10만톤으로 늘어났고, 증가세가 55.3%에 달하는 기타 곡물가공품의 경우 원료쌀 사용량이 2012년 2만9,995톤에서 4만6,575톤으로 급증했다.

▲ 좌장 :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철호 이사장
쌀 소비의 흐름과 우리 농가의 41.7%가 쌀 농사를 짓고 있는 현실에서 농업과 쌀가공산업의 연계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이정표라 할 수 있다. 또한 농업의 미래동력으로 쌀가공산업을 바라보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 6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농업과 쌀가공산업의 연계방안 및 현안진단’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3회 동안 진행된 ‘농업의 미래동력, 쌀가공산업 연계방안’을 매조지는 자리로 각계를 대표한 전문가들이 제시한 다양한 해법을 지면중계한다.






◆ ‘농업과 쌀가공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모델 구축’

▲ 발제자 : 농식품가치연구소 장인석 소장
‘농업과 쌀가공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모델 구축’을 주제로 발제한 농식품가치연구소 장인석 소장은 “농업·농촌과 쌀가공산업의 연계는 쌀 소비촉진이라는 공감에서 출발한다. 쌀가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쌀 농가의 소득 향상이라는 1차적인 목적과 함께 논의 다원적 형상유지, 식량자급률 확보, 식량안보 등 다양한 부가기능이 수치로 가늠할 수 없는 가치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농업과 쌀가공산업의 연계를 논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계약재배이다. 일본의 2012년 쌀 수급정책을 보면 주식용 쌀 재배면적을 152만ha, 비주식용 쌀의 재배면적을 11만6,000ha(가공용 3만3,000ha, 신규수요 6만8,000ha, 비축 1만5,000ha)로 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기본적으로 가공용 및 신규수요와 비축물량의 재배면적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주식용 이외로 사용될 48만톤은 매년 6월 말까지 용도를 결정해 계약을 체결한다. 이 때 지자체는 계약재배 농가에게 별도의 지원을 통한 소득 보장으로 고품질 가공용쌀 공급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1~2013년까지 3년간 가공용쌀 계약재배 시범사업이 추진됐다. 당초 현실과 괴리된 목표치로 결과와는 차이가 컸지만, 큰 의미를 가진 사업으로 평가된다. 가공용쌀 계약재배 사업에 참여했던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복수응답 가능) 결과를 보면, 참여이유는 ‘원가절감’(95%) ‘안정공급’(80%)으로 모아졌다. 계약재배 지속 여부에서는 85%의 업체가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했고, 전용재배단지가 조성될 경우 조사대상 모든 업체가 참여의사를 밝혔다. 애로사항으로는 ‘농가의 구입가격 인상요구’(100%)가 가장 컸다. 또한 정부지원정책이 변경될 경우 사업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농가들의 경우 ‘소득증대’(95%)와 ‘판로안정’(90%) 때문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재배를 계속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참여가 ‘불확실’(82.5%) 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농가들은 가공용쌀 계약재배시 kg당 1,530원 정도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가공용쌀 계약재배의 성공 열쇠는 정부의 지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참여농가와 업체가 원하는 계약가격의 간극을 지원사업이 메워주고 있었다.

장인석 소장은 “가공용쌀 계약재배는 개별 업체별 추진보다는 업체간 공동으로 사전 구매물량을 예측하고, 농가생산조직과 계약하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면서 “정부 역시 원료 대체관계에 있는 밀가루와의 상대적 원가경쟁력과 쌀가공제품의 고급화 등 제품경쟁력 제고를 고려, 계약재배 실적에 따른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쌀가공산업 견인을 위한 선도기업 육성 필요”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성명환 연구위원
관세화와 쌀가공산업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을 발표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성명환 연구위원은 “쌀 관세화 이후 추가적인 쌀 수입이 없다는 전제 속에서 말하겠다”면서 “쌀 관세화는 피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필리핀의 경우 5년간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해 지금보다 2.3배 정도 의무수입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또한 관세율도 35%로 낮추고, 육류에 대한 관세까지 인하하는 값비싼 대가를 지불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세화 유예시 최소 100만톤 정도의 의무수입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밥쌀용 30만톤과 가공용 70만톤 규모이다. 특히 가공용의 경우 쌀가공산업의 국내산 원료곡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쌀값 하락 및 직불제 증가에 따른 정부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성 연구위원은 “관세화 유예시 가공용 수입쌀이 증가하고, 국내산 가공용쌀 구매가 감소할 것”이라며 “이러면 국내 쌀 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곧 농가의 쌀소득 하락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적 측면에서 보면 수입량 증가로 인한 국내 쌀가격 하락은 농가소득 하락이기 때문에 직불금 규모의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정부 재정에 대한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 연구위원에 따르면 쌀가공산업의 경우 관세화가 유예되면 수입산 위주의 저가·저품질 쌀가공시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쌀가공업체들의 저가 수입쌀 수요가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저가 판매경쟁이 가열되는 구조가 고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쌀가공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성장산업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저해시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쌀가공업체 중심의 발전모델도 주장했다. 성 연구위원은 “쌀가공산업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산업의 주체인 기업의 수익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쌀가공업체는 안정적으로 원료조달이 가능하고, 농가는 고정된 판로를 통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속가능한 쌀가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선도기업 육성이 중요하다”며 “미곡종합처리장을 쌀 도정 뿐만 아니라 가공제품 생산도 가능한 종합 쌀가공업체로 육성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향토자원을 활용한 쌀가공 개별기업 및 마을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농가와 가공업체간 상생구조 만들어야”

▲ 국립식량과학원 김보경 답작과장
지속가능한 쌀가공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원료를 생산하는 농업인, 가공 및 제품생산을 담당하는 쌀가공업체,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야만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원료곡을 생산하는 농업인은 높은 쌀값을 기대하고, 쌀가공업체는 낮은 가격과 많은 수량을 요구한다. 소비자는 고품질의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등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김보경 답작과장은 “가공용 품종개발을 통해 농가의 소득증대 뿐만 아니라 쌀가공업체에 균일한 원료곡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상생사례를 만들고 있다”면서 “그 동안 품종개발을 통해 국가품종목록에 등재된 241개 품종 가운데 쌀가공산업이나 산업소재 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59개 특수미가 개발됐다”고 밝혔다.
김 과장이 밝힌 가공용쌀 품종개발을 통한 농업과 쌀가공업체의 연계 모델은 △설갱미를 이용한 양조산업화(국순당) △고아미를 이용한 쌀국수 산업화(백제물산) △보람찬 쌀을 이용한 영광모싯잎송편 산업화(고향식품) △큰눈, 삼광벼, 흑광 등을 이용한 발아현미 산업화(미실란) 등이다.

김 과장은 “가공업체별로 제품생산 레시피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적합품종을 찾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라며 “제품 레시피에 맞는 맞춤형 품종으로 생쌀발효에 적합한 양조용 설갱미, 무균포장밥과 영광모싯잎송편 등 떡류 제조에 적합한 다수확품종 보람찬 등이 있다”고 말했다.
 
생쌀발효에 특화된 설갱미는 국순당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계약재배를 통해 1,645톤을 수매했다. 다수확 품종인 보람찬은 영광모싯잎송편의 원료쌀로 쓰이면서 2010년부터 연간 21ha 정도를 계약재배 하고 있다.

김 과장은 “쌀가공산업 육성을 위해 원료곡과 가공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해 건식제분용 품종개발을 했다”면서 “아직까지 일본에서도 개발하지 못한 건식제분용 품종은 쌀가루 생산비를 30~40% 이상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수확품종의 수확량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수성 품종은 기후와 농민의 재배수준에 따라 수확량이 크게 차이난다”면서 “농가의 재배기술에 대한 교육을 통해 개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계약재배, 농민단체 요구안으로 국회 제출할 것”

▲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강정현 정책실장
농업인 생산자를 대표한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강정현 정책실장은 “농업인에게 있어 쌀은 단순한 농업 생산물이 아닌, 삶과 함께 녹아있는 일상”이라며 “쌀가공산업의 발전 모태와 농업과의 연계는 결국 생산기반의 안정적 유지에서 기반된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관세화를 유예할 경우 쌀값 하락과 정부 재정부담이 심화될 것이라는 성명환 연구위원의 발표에 대해 “관세화를 하더라도 쌀값 하락은 막지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관세화 시 정부발표대로 관세화율을 300~400%를 맞춘다고 하지만, FTA와 TPP 등에서 과연 쌀이 양허제외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관세화가 되더라도 심리적인 측면을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쌀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며, 정부 역시 직불금을 명목으로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농가 중심의 특성화된 모델로 농업과 쌀가공산업과의 연계를 주장했다. 강 실장은 “농업정책의 실패사례를 보면 개량적 판단에 따라 평가되기 때문에 예산투여와 성과에 대한 강박이 보인다”면서 “일례로 농촌어메니티사업에 많은 예산이 투여됐지만, 특화를 보편화시키면서 무리한 사업추진을 강행하면서 결국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성공한 특화사례를 단순하게 일반화 시키는 행위는 ‘이웃이 하면 나도 한다’는 식의 무리한 접근으로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이다.

농업과 쌀가공산업의 연계에 있어 정부의 정책지원을 강조했다. 농업인들은 원료곡 생산의 중심에 서고, 마케팅과 제품생산은 쌀가공업체가 담당해야 한다. 특히 쌀가공산업은 아직까지 국가 지원이 없으면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이다. 따라서 정부가 가공용쌀 계약재배 지원을 통해 원료곡을 생산하는 농가와 제품을 생산하는 쌀가공산업을 함께 북돋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공용쌀 계약재배는 생산기반 유지에 가장 좋은 모델이다. 또한 농업과 쌀가공산업의 연계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2011~2013년까지 진행된 가공용쌀 계약재배 시범사업은 종료된 이후 예산배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강 실장은 “가공용쌀 계약재배 지원사업이 올해도 없고, 내년에도 예산배정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공용쌀 계약재배 지원사업 예산 반영을 위해 농민단체 요구사항으로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의제매입공제율 ‘상향’…계약재배 중재 창구 필요”

▲ 농산식품 박영근 이사
“결국 전쟁에서 가장 앞장서 있는 사람은 농민과 가공업체이다. 과거에는 제품을 만들면 가격을 메이커가 결정했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정한다. 지금 쌀가공산업은 가장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과거 국내산 재고미의 저가정책으로 산업이 성장했지만, 더 이상 재고미만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다.”

농산식품 박영근 이사는 “현재 정부가 저가로 공급하던 재고미가 소진되면서 kg당 600원 정도의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했다”면서 “그럼에도 대기업이나 납품업체에서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쌀가공업체의 현안문제를 제기한 박 이사는 “쌀을 구입할 때 의제매입이라고 해서 일정 비율을 정부로부터 공제받는 제도가 있다”면서 “정부가 2013년 세제개혁안을 만들면서 농축산물 원료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 공제한도를 신설해 가공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의제매입세액공제 공제한도를 폐지하고, 쌀가공식품업체의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을 최소 음식점과 같은 8/108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 산업적 기반을 튼튼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제매입세율이란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 농·수산물을 사들이면 매입세액이 있는 것으로 인정해 일정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로 현재 쌀가공업체들의 의제매입공제율은 4/104 수준이다.

국내산 쌀 소비에 가장 좋은 학교급식 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도 제시됐다. 박 이사에 따르면 일본 니카타현은 지방자치단체와 학부모, JA전농이 각각 1/3식 분담해 쌀 급식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학교급식비가 한정되어 있어 좋은 쌀을 쓸 수가 없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경우, 한정된 가격으로 양을 늘리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박 이사는 “농산식품의 경우 부산에서 영업을 하다가 지역연계 사업을 위해 경남 함양에 공장을 증설했다”면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었지만, 인프라의 한계로 늘어나는 수출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공용쌀 계약재배의 중재 창구도 제안됐다. 박 이사는 “가공용쌀 계약재배는 실제 농민과 업체의 이해가 충돌한다”면서 “계약재배 업무를 컨트롤 하고 이해관계를 중제 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공매, 실수요자 배정 어려워 산업기반 붕괴 우려”

▲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송광현 전무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송광현 전무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가공용쌀의 공개경쟁 입찰은 쌀가공산업의 기반을 붕괴시키려는 발상”이라며 “실수요자 공급이 되어야만 배분이 안정적인데, 가격에 의한 최적배정을 한다는 것은 적시공급에 대한 문제와 부가비용을 발생시키는 등 시장기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공용쌀 공개경쟁은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실수요자인 쌀가공업체를 대상으로 가공용쌀을 공매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공매시스템을 통할 경우 가격경쟁 입찰이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의 가공용쌀 확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공매 과정에서 발생되는 수수료는 업체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1만6,000여 떡류 업체들의 원료곡 구입도 문제다. 이들 대부분은 영세업체들로 공매시스템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원료곡을 확보하더라도 쌓아놓을 창고가 없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송 전무는 “쌀가공산업은 기본적으로 공급의 안정성과 가격, 물량, 품질이 중요하다”면서 “정부의 구곡관리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곡관리 정책으로는 재고미의 여유가 있을 때 쌀가공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지만, 정부재고가 부족할 경우에는 산업이 퇴보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안정적인 산업기반을 구축할 수 없다. 최근 다수확 품종이 보급되면서 계약재배 시범사업이 진행됐지만,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종료되면서 국산쌀을 활용한 부가가치 제고에 한계를 드러냈다.

정부양곡의 주정용 처분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송 전무는 “정부양곡을 주정용으로 처리할 때는 국제 타피오카 수입가격을 기준으로 하는데 kg당 300원 수준에 처분하고 있다”면서 “주정용 처분에 대한 재정결손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가공용쌀 공급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산업발전 뿐만 아니라 정부재정을 보전하는데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쌀가공산업은 체계적인 투자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렵다. 이는 정부 정책에 따른 일관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공용쌀에 대한 중장기적인 가격 및 공급량을 제시해야 이에 맞는 산업계의 투자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

가공용쌀 계약재배 문제도 제기됐다. 송 전무는 “쌀 수급불균형에 따른 사후적 관리비용을 가공용쌀 계약재배에 투입함으로써 쌀 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면서 “계약재배를 쌀가공산업 활성화 측면 뿐만 아니라, 식량자급률 향상 및 수급안정 차원에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가공용쌀의 수급조정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금년 예산확보도 안됐고, 내년 예산은 기재부까지 올라가지도 못했다”면서 “초다수성 품종을 대상으로 하는 가공용쌀 계약재배는 일정부분 리스크를 농가와 업체가 안고가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재배단지, 한번 깨지면 다시 조성은 어렵다”

▲ 농림축산식품부 이재훤 식량산업과장
“2011년 3월에 쌀산업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에 가공산업 활성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후 쌀가공산업육성법(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다만, 기본계획을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최근 쌀 관세화 등의 현안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기본계획은 정책조정심의위원회에 올라가 있는 상태이다.”

쌀가공산업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이재훤 식량산업과장은 “그동안 국산 재고미와 수입쌀의 저가공급을 통해 쌀가공산업이 이뤄졌고, 지난 2011~2013년 계약재배 시범사업으로 ha당 220만원을 지원해 농가와 가공업체의 간극을 매워왔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예산지원이 안됐고, 내년에도 예산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별화된 고품질 시장을 위해서는 분명히 좋은 품질의 쌀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계약재배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정부가 지자체의 가공용쌀 계약재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시·군에서 2,100ha 정도의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없이도 계약재배가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면서 “여기에 ha당 700kg의 다수확품종의 수확량을 감안한다면 1만4,000톤 정도의 고품질 가공용 쌀이 공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년 2,000ha, 내년 3,000ha의 계약재배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일부에서는 직불금이 있는데, 보조금(가공용쌀 계약재배 지원사업)을 또 줘야 하느냐?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서 “만일 우리가 쌀 과잉이 돼서 18만8,000원 이하로 떨어지면 그만큼 변동직불금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국가재정과 가공산업 육성에 소요되는 금액을 비교할 때 해석이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편 객석토론에 참석한 CJ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밝힌 지자체의 계약재배면적은 가공업체들이 내년 예산이 확보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재배단지를 유지하기 위해 굉장한 리스크를 가지고 투자한 것”이라며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사업으로 재배단지가 한번 깨지고 나면 다시 조성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떡류식품가공협회 관계자는 “쌀가공산업이 정부 재고미 소진산업으로 보는 시각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의 계약재배 시범사업에 참여해 6개월에 걸쳐 레시피를 만들어 놓았더니, 시범사업이 종료됐다”면서 “떡집들이 농가와 100가마를 계약재배하자고 하면 농가에서 웃어버리는 것이 현실로, 정부가 고품질 쌀을 공급할 수 있는 노력이 있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좌장으로 토론회를 진행한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철호 이사장은 “지난 2011년 쌀가공산업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아직까지 기본계획도 수립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에 확고한 의지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가공용쌀 계약재배 등 일관성 없는 정책에 어떻게 산업계가 투자를 할 수 있겠나?” 고 질책했다.
한편 이날 논의된 내용은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의 정책건의서로 작성,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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