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4일 경북 의성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데 이어 27일에는 경북 고령 돼지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함평의 오리농장에서는 27일 고병원성 H5N8형 AI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화도 무산되고 AI종식 선언을 앞둔 상황에서 발생한 터라 축산농가는 물론 방역당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구제역과 AI는 주로 겨울철과 봄, 가을에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 시기에 발생했더라도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이 되기 전에 종식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동안 경험적으로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발생상황으로 이런 공부는 헛공부 였고 여름이라고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기존 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도 구제역이나 AI가 우리나라보다 더 더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미 오래전부터 잘못된 상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날씨가 더워져서 활동성이 떨어질 뿐 사멸되는 것이 아니고, 이 시기에는 공기나 바람을 통해 전염되기보다 사람이나 차량 등 직접적인 접촉이 더 큰 발병원인이라며 보다 면밀한 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역당국은 신속한 방역조치와 함께 철저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미 여름휴가가 시작된데다 불과 한 달 쯤이면 추석명절을 앞두고 있어 3년전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구제역 발병의 원인을 과거처럼 축산농가의 의무불이행 등을 들어 책임을 떠넘기지 말기 바란다. 정확한 역학조사가 나오기도 전에 백신접종 불이행, 방역의식 저하 등과 같은 말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정밀역학조사와 함께 실질적이고 책임있는 방역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축산농가도 보다 적극적인 예방조치에 힘써야 한다. 백신형성률이 낮게 나타났고, 실제로 농가가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볼 때 이를 확인하고 점검하지 않은 방역당국의 책임만 탓할 일이 아니다. 농가 자신은 물론 축산업 전체가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예방조치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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