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수원에서 개청한지 올해로 52년, 그간 자리하고 있던 서호 주변은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인공저수지인 축만제를 만들어 수원성(화성) 유지에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던 과학영농의 역사 현장이다.
농촌진흥청은 그간 농업인 소득향상과 복지농촌 구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왔으며 지난 반세기의 성과는 국가경제 발전의 근간이 되었다.

전국의 토양 정보를 전산화해 쉽게 토양의 특성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한 흙토람, 주요 작물의 비료 주는 방법과 방제기술, 우리나라 지형에 적합한 각종 농기계 보급 등을 통해 하얀 쌀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제철 없이 과일도 즐길 수 있게 됐다. 가축과 사료작물 개발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뒀다. 한우, 축진듀록, 우리맛닭 등 품종 개량과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청보리 같은 사료작물의 성과로 품질과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무엇보다 미래의 농업을 위해 역량 강화 교육과 인재 양성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도시민을 대상으로 한 귀농귀촌교육, 농업인대학, 현안학교 등 맞춤형 교육은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 농업인대학은 보다 전문적인 교육 체계를 도입해 수료생 소득이 평균 25퍼센트 향상된 성과와 함께 해마다 100여 대학에서 1만 명 이상이 교육을 받고 있다. 2009년부터는 축적된 농업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고자 해외농업개발센터를 설립, 농업발전을 위한 기술지원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 2005년,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올해 7월 21일부터 전북 혁신도시 농업생명연구단지로 단계별로 이전해 7월 28일에 새 시대를 연다. 기존의 수원 본청 자리를 비롯한 서호 및 주변의 논(둔전), 국립농업과학원 생물부 부지, 농업유전자원센터 57개 연구시설을 남겨 중북부 지역에 적합한 연구를 지속한다. 전북혁신도시에는 농업생명연구단지 630만9천㎡ 면적에 344만7천㎡(104만평)의 시험포와 159개동의 시험연구시설이 자리한다.

농촌진흥청 이전은 단순히 청사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농업연구의 과거 역사를 수원에 남겨두고 미래의 역사를 전북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농업연구의 전통과 정신을 새로운 연구 시설과 청사에 담아 농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세계적 농업연구의 중심이 될 새로운 농업연구 메카가 전라북도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는 국제적 흐름에 따라 농산물의 전면개방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와 있다. 영세농과 고령농업인이 많은 문제 극복을 위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맞춤형 농업정책과 그 정책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이 강력한 극복 수단이 될 것이다.

많은 농업 선진국 선례에서 보듯 우리 농업도 수량 위주의 농산물 생산에서 벗어나 생명공학, 정보통신, 첨단소재,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융합을 통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바이오산업으로의 발 빠른 전환이 절실한 시기라 판단된다.

농촌진흥청은 이제 전북혁신도시에서 새로운 업무를 시작한다. 우리나라 농업과학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으로서 단순히 물리적인 이전만으로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발전정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수원에서 50년 이상 우리나라 농업연구의 중심축으로 역할을 해왔듯이 이제부터는 전북에서 농업과학기술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전북이전으로 구축된 첨단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농업인, 대학, 농산업체 및 바이오벤처들과 협업을 통하여 우리농업을 창조경제의 주축으로 육성 할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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