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병 춘
전 농촌진흥청작물과학원 목포시험장장


수많은 수난을 겪으면서도 1200여년을 이어 온 우리나라 전통 차 생활 문화가 한중, 한일 FTA협상을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차 산업의 호황기는 차 문화의 호황기를 가져왔으나 2006년부터 시작된 차 산업의 침체는 차 문화의 활성을 저해하고 있다.
만일 차수입이 개방될 경우 우리의 전통 차 문화의 뿌리가 흔들리면서 중국이나 일본 차 문화에 완전 잠식당하게 될 것이다.

차계의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자 국회에 두건의 차 관련 진흥법이 발의되어있다. 차계에 큰 희망을 주는 일로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으나 미루어지고 있어서 차 농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법률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과학적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조속한 차 진흥법 제정을 건의하는 바이다.

국산차 국내 소비와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 있는 차를 생산해내야 한다. 고품질이며 신뢰 받는 적정가격의 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먼저 용도별로 고품질이며 내한성이 강한 차나무 영양계 품종을 육성하여 보급하고 차별화된 지역별 명차 생산기술을 개발 하여야 한다.
씨앗으로 차밭을 만든 재래종 다원은 찻잎이 나오는 시기가 개체마다 달라 채엽 적기결정이나 기계 채엽이 어려워 생산성이 반감된다.

영양계 품종을 육성보급하기 위해서는 차나무 육종연구가 먼저 이루어져야하며 연구를 하려면 연구소와 연구 인력과 넓은 시험포장, 필요 기자재, 그리고 충분한 예산이 있어야 가능하다.
국립중앙시험장과 각 지역시험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과 중국 사례를 보더라도 차 관련 과학적 연구 없이 명차를 생산할 수 없다.

충분한 예산과 인력으로 차나무 품종 개발과 제다기술 개발, 후세를 위한 새로운 차 생활문화 재정립, 국내외 행사 총괄, 품질평가제도 확립과 평가사 양성, 차 관련 지도사(다례사, 인스트럭터 등) 양성, 수출전략 등 을 추진할 수 있는 국립 차 중앙시험장이 설립되어야하며 지역별 명차를 만들고 품질을 관리 할 수 있는 지역 시험장(연구소)이 반드시 존치 보완 되어야 한다.

우리 민족의 전통 차(茶)는 다른 음료와 달리 마음을 닦고 도(道)를 닦는 음료로 군자라고 의인화되면서 자기관리의 역할모델로 발전하여왔다.
세월호 참사이후 국가 대개혁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국민들 스스로가 영적으로까지 변화하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결의와 노력이 없으면 이루기 어려운 목표이다.

고려 때 사헌부 관리들이 올바른 판결을 하기 위해 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다지는 차시(茶時)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조용히 차 한 잔씩 주고받으면서 새 마음운동으로 욕심을 줄이고, 있는 자가 없는 자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배려하며 용서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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