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이른 한가위를 앞두고도 농산물가격이 좀처럼 회복세를 띠지 못하면서 농업인의 불안이 크다. 농산물 최대소비기라고 할 수 있는 추석에 맞춰 생산, 출하시기를 조절해왔던 농업인들로서는 대목이 대목 같지 않다고 볼멘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연초 월동채소의 가격폭락사태가 빚은 연쇄파동은 올해 내내 농산물가격의 하락세를 몰아왔다. 그러잖아도 태풍이나 기상이변으로 적잖은 피해에 직면한 데다 가을장마까지 전국을 뒤덮는 등 날씨마저 수확을 앞둔 농작물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곳곳에서 들리는 농업인의 비명은 처연하다. 태풍은 한반도 남서부 지역의 과일을 마구 털어놨고, 이어진 큰비는 전국 곳곳 농산물의 품질과 생산성을 떨어뜨렸다. 포도는 궂은 날씨 탓에 알이 터지는 열과 현상이 주산지를 휩쓸고 가격마저 하락해 농가의 복장을 터지게 했다. 강원지역 고랭지 배추와 무도 밭에서 썩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장가격 형성과 때 아닌 팔월의 긴 비가 수확을 단념케 만들고 있으니 농가의 시름은 밭에 묶혔다. 이렇듯 차례용으로 쓰이는 과일뿐 아니라 갖가지 농축산물의 가격이 대목장은커녕 예년 시세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으니 농업인들로서는 쓴맛만 다시게 될 일이다.

품목별 농산물 생산액에서 으뜸을 달리는 쌀마저 산지가격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한 민간 농업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산지 쌀 평균가격은 팔월 중순 현재 80킬로그램 한 가마가 16만7천여 원에 그치고 있다. 예년에 견줘 8천 원 이상, 지난해 수확기 직후에 견주면 1만 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정부의 쌀 전면개방 선언 여파는 아직 나타날 시기가 아닌데도 말이다.

농산물가격의 하락은 기상 탓도 있으나 무엇보다 수급 불균형이 주요인이다. 우리는 연초 가격폭락사태가 연중 연쇄파동을 일으킬 것이니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누차 지적해왔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소비자물가에만 편중한 수급정책을 펴며 농업계 목소리를 외면했다. 농식품부장관과 공공기관들이 추석에 우리농산물을 선물하자고 하나마나한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못마땅하다. 농산물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하는데, 알맹이는 빼고 쭉정이만 만지작거리는 짓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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