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상한선 폐지 ‘공식화’… 물류시설 확대 요구

지난 2000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에 따라 도입근거가 마련된 시장도매인. 2004년 6월 강서시장에 국내 최초로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됐고,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은 전국 32개 공영농산물도매시장 가운데 거래물량 5위, 거래금액 4위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록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시장도매인제 10년, 성과와 활성화 방안’ 토론회의  쟁점을 짚어본다.


◆ 안정적 제도 정착 ‘성장세 돋보여’… 당초 도입 목적에는 ‘미달’

강서시장은 2004년 개장 이후 2012년까지 거래물량 4.12%, 거래금액 10.25%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장도매인의 연평균 성장세는 거래물량 4.38%(경매제 3.9%), 거래금액 10.25%(경매제 9.91%)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대량소비처를 배후지로 둔 유리한 입지조건과 영등포 상권의 안정적인 정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52개 시장도매인(과일 30, 채소 22)의 법인당 평균 거래금액은 2012년을 기준으로 100억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부류별 하위 20%를 제외하면 11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거래금액 기준으로 7:3의 비율로 과일부류에 일방적으로 쏠려있는 거래실적은 당초 영등포시장의 위탁상 가운데 능력 있는 과일취급 상인들이 다수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영업 행태에서 나타났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시장도매인의 영업행태는 매수 36.9%, 위탁 63.1%로 위탁 비중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내부자료는 2008~2012년까지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매수 비중이 최대 36.9%에 불과하다고 되어 있다. 반면 2011년 채소의 위탁비중은 70%를 찍고 있다. 더욱이 강서시장 관계자들은 “시장도매인 거래의 대부분이 위탁”이라며, 실질적인 거래방법으로 당연시 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의 매수·위탁 등 영업행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당초 도입 목적일 뿐만 아니라 향후 발전방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학교 김윤두 교수는 “수입과일의 매수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국내에서 주로 생산되는 품목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채소의 경우 저장성이 낮은 품목은 매수거래 비중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고 시장도매인의 영업행태를 분석했다.

시장도매인은 법적으로 매수, 위탁, 중개 등의 모든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도매인의 당초 도입 목적은 매수거래를 통해 산지 출하자의 가격위험성을 분담하는 것이다. 발표자료에서도 “산지 매수거래는 출하자와 사전협의를 통해 생산자가 원하는 수취가격을 직접 결정할 수 있으며, 출하자 위험부담을 매수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시장도매인 도입 목적 가운데 경매제에서 오는 큰 진폭의 가격변동성을 일정부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매수거래에 따른 위험부담과 자금 확보의 어려움, 부족한 산지정보 및 개척비용 과다를 이유로 회피되고 있다. 과연 시장도매인 도입 목적이 달성된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 가락시장 중도매인 관심 집중…‘초록은 동색?’

이날 행사는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성과를 밝히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 최근 시장도매인에 과열된 가락시장 중도매인들도 대형버스를 동원해 국회를 찾았다. 그래서일까. 발제하는 과정에서 시장도매인과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이 비교되면서 주객을 전도시켰다. 자료집에 없던 새로운 내용이 화면에 비춰지고, 발제는 자연스럽게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의 영업이익률 문제를 도마 위로 올렸다. 발제자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참석자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김 교수는 “왜 시장도매인이 확대되지 못하는가?”를 설명하면서 “가락시장의 영업이익률 23%”를 강조했다. 강원랜드, NHN 등과 비교하며 “전 산업의 어떤 업종도 이런 곳이 없다”고 말해다. “동경도의 도매시장법인 영업이익은 0.36% 정도. 가장 크다는 오타도매시장의 동경청과가 0.8% 수준”이라고 밝혔다. 높은 이익을 내는 도매시장법인이 시장도매인의 도입을 막고 있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또한 정부가 상장경매의 진폭 완화를 위해 주력하고 있는 정가·수의매매가 오히려 더 높은 진폭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서도 높은 변동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당시 제시됐던 자료 속에는 경매과정에서 불락됐던 물건을 정가·수의매매로,  도매시장법인이 손실보전 했던 물량이 포함됐기 때문에 일반 거래보다 더 높은 진폭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락시장의 영업이익률 문제, 특히 일본과의 비교도 무리가 있었다. 가락시장(공영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은 상장수수료에 의지한다. 상장수수료는 경락가격에 따라 정률로 부과되기 때문에 출하자 수익이 높으면 수수료도 높아지는 구조이다. 기본적으로 공영도매시장에서 출하자를 대변하는 유통조직은 도매시장법인이다.

또한 일본과 다른 회계기준이 오해를 낳고 있다. 우리나라 도매시장법인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총 매출액이 아니라 수수료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일본은 총 매출액 기준. 이에 따라 일본을 우리나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20% 수준의 영업이익률이 산출된다. 또한 가락시장에 일본기준을 적용하면 0.75~1.17% 의 이익률이 나온다.

참고로 금융감독원과 일본 농림수산성, 한국은행의 2011년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본대비 순이익율은 백화점 235%, 일본 동경도 중앙도매시장 도매시장법인 77.2%,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55.2%로 나타났다.

◆ 규모화 진전, 33개 시장도매인 1인 대표체제…외상미수금 ‘위험’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성공은 영등포시장의 영업력이 그대로 옮겨올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모집에서는 영등포시장의 후적지 정비를 위하여 1개 시장도매인에 4명 이상의 영등포시장 상인으로 구성할 경우에 자격을 부여했다.

이 같은 인위적인 자격제한은 인력운용의 비효율성(동업자간 각각의 경리직원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과다와 점포의 비효율적 활용(지분에 따른 점포 나누기) 등의 문제점을 발생시켰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1인 대표체제로 규모화 되는 재편과정을 거치면서 2012년 52개 시장도매인 중 33개가 1인 대표체제를 갖췄다.

당시를 기억하는 시장 관계자는 “영등포시장에서 영업력이 좋았던 1등부터 200등까지 상인들이 4명씩 짝지어 시장도매인이 됐다”면서 “그밖의 사람들이 경매제시장에 들어가면서 강서시장 내부적으로 시장도매인과 경매제 사이에는 우월의식, 열등감 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재무재표를 분석한 결과 2012년 유동비율이 808.8%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유동비율이 200% 이상일 때 안정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평균 부채비율은 2008년 대비 6.5% 감소한 16.1%(2012년)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자기자본의 증가와 부채의 감소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재무건전성이 향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시장도매인의 위탁 수수료는 7%. 결제기간은 7일 이내로 제한되어 있지만, 평균적으로 △판매일 기준 1.37일 △반입일 기준 2.39일이면 결제가 완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발전방안으로는 △외상미수금 감소를 통한 경영 안정화 △안전하고 투명한 대금정산체계 구축 △복합물류시설 확충 등이 제시됐다. 시장도매인의 절반 이상은 ‘외상미수금 과다’를 경영상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외상미수금이 악성채권으로 변질될 경우 해당 시장도매인 뿐만 아니라 출하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자본금(평균 8억4,600만원) 대비 54.2%(4억5,900만원)에 달하는 외상미수금이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안으로 구매자카드 도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 시장도매인 “수수료 상한제 풀고,  기반시설 확충해야”

시장도매인의 수수료 상한제 폐지가 공식화됐다.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이구복 회장은 “시장도매인의 가장 큰 족쇄인 수수료 상한제를 자율화해야 한다”면서 “어느 나라도 도매상의 수수료를 규제하지 않으며, 시장은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락시장의 상장 수수료가 4%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시장도매인의 7% 수수료 인상 요구는 출하자에게 달갑지 않다. 시장도매인 역시 수수료에 민감한 출하자를 감안할 때 쉽지 않은 요구다. 그럼에도 기존 7%의 수수료로 영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시장도매인의 주장이다. 불과 몇 분전까지 매출신장과 눈부신 성장세를 자랑하던 시장도매인의 주장이 출하자들을 당혹케했다.

이 회장은 “수수료 규제와 하역비 등을 전면 자율로 맡길 때 건강한 경쟁과 규모있는 시장도매인이 양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장경매에 맞춘 농안법을 시장도매인에 맞는 법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노계호 강서지사장은 “현재 시장도매인은 서울시조례개정을 통해 정수가 60개로 상향되어 있다”면서 “채소전문 8개 법인을 추가할 경우 1,000억원의 매출규모가 추가 발생할 수 있어 강서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객관적 시각에 대한 아쉽움도 지적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욱 유통정책관은 “오늘 참석하신 분들의 다양한 의견이 아쉽다”면서 “전체 도매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논의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소모적인 논쟁이 앞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관은 “출하자의 수요가 중요하다”면서 “도매시장의 다양한 생각을 담아낼 수 있도록 객관적인 시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객석질의에 나선 임규수 농협강서공판장장은 “10년의 성과가 과연 시장도매인의 성과인지? 각 개인의 역량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면서 “시작부터 전혀 다른 출발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수료 상한의 폐지를 요구하는 시장도매인이 과연 경매제보다 효율적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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