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복순(강릉시생활개선회)

어느날 참새들의 아침인사에 부수수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난다. 너무나도 눈이 부시고 아름답다. 멀리 보이는 파란 산등성이에 싱그러움이 넘치고 넓게 펼쳐진 들녘에는 무르익어가는 벼이삭들의 풍요로움에 미소를 보내본다.

“나는 온 세상에 아름다움을 뿌려 주는 해님”이라고 인사를 넌지시 던지며 빙그레 웃는 모습에 내 마음의 뿌듯함을 느낀다.

살랑살랑 다가와 속삭이듯 인사하는 바람의 간지러움 속에 겸손해지는 벼 이삭들의 착한 마음들…
참새들의 지저귀는 합창 속에서 이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체조를 하고 서둘러서 어디론가 훌쩍 날아가는 귀염둥이들 피곤하면 찾아와 쉬었다 가라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나니, 뭔가 허전함이 내 맘을 감싼다.

사방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음을 조이며 숨을 가다듬고 있는데 “자! 밀짚모자다’하면서 내 머리 위에 씌워주고 가는 농부 아저씨…
그러고 나니 내 자신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다리는 하나고 팔은 양쪽으로 벌리고 서 있는 내 모습…

비록 낡은 바지 저고리지만 고름은 예쁘게 매어져 있었다. ‘이만하면 누구 못지않은 멋쟁이지!’라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흐뭇해진다.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차곡차곡 기억 속에 메모하면서 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보련다.
어쩌다 찾아오는 개구쟁이들의 웃음과 장난 속에 같이 어울린다.

얼굴이 까맣게 그을려, 친구들의 놀림도 받아보고 항상 여행을 즐겨하는 떠돌이 구름과의 대화 속에서 내 마음도 풍성하게 만든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모든 아름다움과 지혜로움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욕심쟁이다.

가끔은 비구름의 심술로 오랜만의 샤워도 즐긴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무르익는 벼 이삭들의 대화 속에서도 인내와 겸손을 배우고, 해님의 달콤한 옛날얘기에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 너그러움과 따뜻함,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고 베풀 줄 아는 마음과 미소를 배운다.

산등성 너머로 해님을 전송해주면서 헤어지는 아쉬움도 맛보고, 산마루 밑에 모랑모랑 피어 오르는 연기 속에서 포근함을 느끼며, 내일의 풍요로움을 생각하며 따뜻한 아랫목에 등을 대고 누워본다.
미래를 설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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