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다 연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장내 미생물은 1만 종이 넘고, 무게의 합이 약 2kg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가 미생물의 바다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개체들은 각각 고유의 미생물군계와 평생을 같이한다. 미생물 중에는 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과, 독소를 생성하는 유해 미생물이 있지만 유용한 미생물도 많이 있다. 유용한 미생물은 의약, 식품, 환경 화학, 생물소재, 에너지원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농업분야에서는 작물의 생육 촉진, 생산성 향상, 병해충 방제, 토양 개량, 환경 정화 등을 위해서 미생물을 이용한 농자재를 사용한다. 미생물자재에는 일반적으로 미생물농약, 토양미생물제제, 퇴비의 발효 및 부숙에 이용되는 부숙제 등이 포함된다. 미생물농약은 국내 유기농업인증 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병해충방제제로 인정받고 있다. 연용 시에도 내성이 없고 인축에도 안전하다. 그래서 사람과 작물 모두에게 안성맞춤이다.

언제부터 미생물을 이용한 농자재가 개발되기 시작한 걸까. 그 이유에 대한 답은 ‘유기농’에서 찾을 수 있다. 전 세계는 유기농을 향하고 있다. 유기농 제품이 주는 혜택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안전하고 신선한 음식을 위해 유기농 전문 매장을 찾는 것은 이제 친숙하게 다가오는 풍경이 되었다.

소비자 수요뿐만 아니라, 국내 농업 정책은 친환경농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제 가운데 ‘저농약 인증제’가 2015년까지 유지되다 2016년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이에 대비책으로 몇몇 농가들은 유기농으로 전환하여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합성비료와 농약 없이 단시간에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유기농 재배가 어려운 작목 중 하나는 인삼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인삼은 품질과 효능 면에서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다. 인삼의 성분 중 널리 알려져 있는 사포닌은 배당체라 부르는 화합물의 일종이며 인삼 사포닌은 진세노사이드라고 일컫는다. 피로회복, 면역력 증가 등의 진세노사이드 효능은 과학적으로 구명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고, 더불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국민 1인당 인삼 소비량은 1980년 0.11kg에서 2012년 0.46kg에 이르렀다.

인삼을 찾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유기농 인삼’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유기농 인삼을 재배하는 곳이 몇 곳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기농 인삼을 연구하는 이들에 의해 재배기술, 토양관리, 병해충 관리 기술이 개발·보급되는 시작단계에 있지만, 아직도 유기농 인삼은 가야할 길이 멀다.

인삼은 뿌리를 이용하는 작물 중 가장 긴 재배 기간이 요구되는 작물이기 때문에 병이 발생하면 수 년 간의 노력이 한 번에 헛수고가 된다. 현재까지 인삼 품종이 다수 개발되어 왔으나, 주요 인삼병에 대한 저항성을 갖는 품종은 아직 육성되지 않았다. 즉, 유기농 인삼 재배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병’이다. 병원균은 대부분 포자 형태로 인삼이 생육하는 포장 주변에 늘 존재하면서 적절한 발생환경이 조성되면 인삼에 침입하여 병을 일으킨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에서는 인삼뿌리썩음병원균에 대해 길항능이 있는 유용균을 분리하고 유전체를 해독하여 유용한 기능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또한 강원도 철원 인삼약초연구소와 공동 연구하여 개발하고 있는 고품질 인삼 재배용 기능성 퇴비는 실험실 및 현장 조건에서 그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에 있다.

인삼뿌리썩음병을 방제하는 것 외에도 유기농 인삼 재배에 해결해야 할 수많은 숙제들이 남아있다. 인삼 전문가, 토양 전문가 그리고 미생물 전문가가 서로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이 안정적인 유기농 인삼 재배법의 정착을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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