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원 영
국립식량과학원 간척지농업과 연구관



요즘 서울시청 광장과 도심 곳곳에서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중단을 촉구하는 농민단체들의 외침이 들린다. 지난 4월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FTA 이행문제와 우리나라 TPP 참여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인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농업분야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국내의 농업분야 역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근로자·가구소득 대비·농가소득·비율이 2004년 77.6%에서 2012년 57.6%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낮은 농가소득에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감소, 경지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식량자급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20% 대 수준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 농업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최근 간척지 농업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간척지는 감소하는 경지면적을 대체할 수 있고 수입농산물의 대량공세에 맞서 대규모화 농업을 하기에 가장 알맞다. 넓은 간척지에서 기계화된 대단위 농업은 기업형 농업으로 성장해 농업인의 고령화와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대부분 분포한 간척지는 높은 염분농도와 낮은 유기물 때문에 아직 벼농사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제염기술이나 염분 피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들이 계속해서 개발되어 밭작물을 충분히 재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실례로 과거 간척지였던 김제 광활에서 재배되는 하우스 감자는 빠른 출하시기와 높은 품질로 이미 농가에 고소득을 올려주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는 새만금 신간척지에서 감자를 비롯한 고구마, 적겨자채 등 10여 작물을 성공적으로 재배해 간척지 밭작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 간척지에서 벼농사 대체작물로 옥수수, 콩 등의 곡물과 사료작물의 시험재배는 이미 그 가능성을 보았지만 채소작물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간척지 작물은 칼슘이나 나트륨 같은 바다의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특수 기능성물질이 일반농경지 재배 작물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건강식품과 의약성분으로서 활용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간척지농업은 현재가 아닌 미래지향형 농업이다. 따라서 토양 물리성과 화학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개량기술이 투입되고 염해에 대응한 재배기술을 정립해야만 흔들리는 위기의 농업에 든든한 보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칠레와의 FTA 체결 후, 국내 포도 농가의 침체가 예상되었지만 우리의 입맛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고 품질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우리는 갖고 있지 않는가? TPP 참여나 중국과의 FTA는 분명 우리 농업에 큰 타격이다. 그러나 역발상으로 과다한 농약사용 등 농산물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는 중국시장에 우리 농산물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보여준다면, 우리 농업시장이 잠식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중국이란 커다란 수출시장을 개척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간척지에서 천덕꾸러기였던 퉁퉁마디(함초)가 천연미네랄 식품으로 각광받고, 오염되지 않은 간척지토양에서 자란 유기농채소가 비싼 값에 수출될 수 도 있는 것이다.

농산물에 있어서 한류열풍이 분다면 얼마나 신명나겠는가? 농산물의 한류열풍이 상상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간척지 소득작물의 수량과 품질을 향상시켜 고급화와 차별화를 이루고, 나아가 항산화 등 기능성물질을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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