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 야생화가 만발한 백두대간 꽃길, 소백산

우리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을 지나 남쪽을 향하는 백두대간은 영주시 단산면 마락리에서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로 넘어가는 고치령을 지난 뒤 소백산에 이른다. 조선 중종 때의 천문지리학자인 남사고가, “허리 위로는 돌이 없고, 멀리서 보면 웅대하면서도 살기가 없으며, 떠가는 구름과 같고 흐르는 물과 같아서 아무런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형상이라서 많은 사람을 살릴 산이다”이라고 칭찬한 소백산(小白山)은 여러 백산 가운데 작은 백산이라는 의미이다. 예로부터 신성시되어온 산으로 삼국시대에는 신라?백제?고구려 3국의 국경을 이루어 수많은 역사적 애환과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다.

1987년 12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소백산은 공원면적이 320.5㎢로서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에 이어 네 번째로 넓은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백두대간의 주요 봉우리는 도솔봉,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으로 이어진다. 퇴계 이황 선생이 “울긋불긋한 것이 꼭 비단 장막 속을 거니는 것 같고 호사스러운 잔치 자리에 왕림한 기분”이라고 노래한 것처럼 소백산의 철쭉은 찬란하고 화사하다. 해마다 수많은 탐방객들이 봄철 철쭉꽃을 보기 위해 소백산을 찾고 있다. 봄이면 하늘과 맞닿은 능선을 따라 야생화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특히,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 이어주는 능선 길은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초원지대를 이루며 길게 뻗어 봄, 여름이면 야생화를 만발함으로서 소백산의 백미로 꼽힌다.

 이처럼 풍성한 식물자원은 소백산을 산림 생태계의 보고로 만들어, 깃대종인 모데미풀과 희귀식물인 솔나리, 노랑무늬붓꽃 등을 포함해 1천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들이 만들어 높은 천혜의 자연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담비, 흰목물떼새, 참갈겨니 등 2,900여 종의 동물들이 서식하며 아름다운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능선을 걷는 동안에도 갖가지 야생화와 능선의 풍경에 감탄을 연발하지만 비로봉을 바로 눈앞에 두는 순간 그 일대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터뜨리게 된다.

■ 창공을 품은 하늘 봉우리, 비로봉

소백산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로봉은 해발 1,400m가 넘는 높은 봉우리이다. 봉우리가 높다고 하나 혼자 우두커니 높이나 자랑하고 있지는 않다. 속 깊고 마음 넓은 친구처럼 비로봉은 그 품에 야생화와 주목 군락 등을 끌어안고 있어 겨울이면 새하얀 눈으로 덮인 주목군락이 고혹적인 설경을 연출한다.
겨울동안 하얗게 뒤덮인 백두대간의 백색 경관을 연출하던 비로봉이 눈 녹는 봄이 되면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푸른 초원과 철쭉, 왜솜다리를 비롯한 야생화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에델바이스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 왜솜다리는 높은 산에서 자라는 식물로서 도솔봉, 비로봉 일원에 자생하고 있다. 솜다리보다 꽃이 작아 왜솜다리라고 부르는데 줄기는 모여 나고 솜 같은 흰털로 덮이며 가지가 갈라진다. 줄기잎은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표면에 털이 없는 것이 있으나 뒷면에는 흰털이 밀생한다. 꽃은 7월에 회백색으로 피고 두화는 원줄기 끝에 모여 달린다.

■ 세기를 내다보는 인내의 나무, 주목

주목은 한국, 중국 북동부, 일본 등이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 높은 산악지대나 추운 지방에 서 주로 자란다. 주목(朱木)이란 이름은 나무의 껍질이 붉은색을 띠고 목재도 붉은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나이가 오래가고, 목재가 단단하며 주목은 잘 썩지 않는 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주목은 바늘처럼 뾰족하고 가느다란 잎에 4월이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주목의 열매는 예로부터 심장병과 위장병의 치료나 구충제로 쓰였는데, 최근에는 탁신이라는 항암물질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의약품으로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그늘진 곳에서도 도시의 공해 속에서도 아름답게 잘 자라는 나무, 그래서 일까 주목은 비로봉의 세찬바람에도 꿋꿋이 서있다.

특히, 소백산 주목은 강한 바람과 강설로 인해서 대부분의 줄기가 비틀리고, 가지가 휘어져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나무들이 모여 있는 주목 군락은 철쭉 군락과 더불어 소백산을 더욱 유명하게 하는 풍광 중의 하나이다. 비로봉 북서쪽(단양 쪽) 완경사면, 약간 오목한 지형에 아름드리 고목들이 약 33ha(329,310m2)의 면적에 모여 자라고 있다. 300년이 훨씬 넘게 이 자리에 자생하며 소백산을 지켜왔기에 우리나라 대표 주목 군락지로서 생물학적 보존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244호(1973년 6월 20일 지정)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2007년 문화재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비로봉 주목 군락지에는 3,798그루가 자란다고 한다. 나무 나이는 200〜800년에 이르며 평균 350년이다. 가슴높이 둘레 38〜98cm가 가장 많고 아주 어린나무도 있다. 평균 키 6m로서 가장 큰 나무는 10m 남짓하다.

원래 이곳 주목 군락은 다른 나무를 들이지 않고 자기들끼리 모여 순림을 이루고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주목 이외에도 복자기, 고로쇠나무, 부게꽃나무, 전나무, 마가목, 함박꽃나무, 귀룽나무, 병꽃나무, 미역줄나무 등이 섞여 자란다. 능선 근처에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종인 모데미풀의 집단도 있다.
소백산 주목은 비로봉에만 집중되어 서식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구역 이외에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지역까지 포함하면 전체 96ha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겨울철 북서풍을 맞받아 온 나무를 하얗게 덮어버리는 상고대가 아름다운 능선과 주목 군락지가 만들어 내는 설경이 소백산의 진풍경이지만 봄이나 여름, 가을에 가도 천상화원의 무궁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어 언제나 우리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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