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보 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답작과장



쌀은 우리 민족의 혼(魂)과 얼이 담겨져 있는 주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벼농사가 시작된 것은 4,300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경기도 고양군 가와지 유적지 신석기 시대 토층에서 발굴된 볍씨 4개가 최초의 쌀로 기록되어 있다. 1000여 년 전 통일신라시대 때부터 쌀 생산량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좁쌀이 일반인들의 주요 곡물이었고 쌀은 귀족들이 먹는 것으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조선시대부터 쌀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없어서는 안 될 주곡이 되었다.

이처럼 식량주권과 관련된 중요한 쌀이 시장 개방이라는 절체절명의 파고를 맞고 있다. 1994년 타결된 우르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모든 농산물은 관세화하기로 했으나 우리나라 쌀은 예외를 인정받아 1995년부터 올해 말까지 20년간 관세화를 미뤘다. 그러나 수입개방 유예의 대가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은 해마다 일정 불량이 늘어 올해 40만 9천t 까지 증가했다. 정부에서는 개방을 또다시 미룰 경우 오히려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해 쌀 관세화를 통해 쌀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앞으로 전개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등 시장개방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쌀 시장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추진하여 왔으며, 그 중에서도 수입쌀보다 맛과 품질이 우수한 밥쌀용 벼를 개발해 우리 쌀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그 결과 2003년에 ‘삼광’이라는 최고품질 품종을 개발하였고 2013년 까지 13개의 최고품질 품종을 개발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최고품질 품종의 밥맛은 일본의 히또메보레나 고시히카리보다 우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고품질 품종의 밥맛 우수성을 검정하기 위하여 2008〜2009년도에 4개소 385명이 밥맛을 비교 검정한 결과 중부지역에서는 삼광, 고품>고시히카리>추청 순으로 밥맛이 좋았으며, 호남지역에서는 호품>고시히카리, 히또메보레 순으로 밥맛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재 개발된 최고품질 품종은 전국 어디에서나 재배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성숙기를 가지는 품종을 개발하였다. 중산간지에서 재배가 가능한 조생종 ‘운광’, 중부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한 중생종 ‘하이아미’, 호남이나 영남의 남부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한 중만생종 ‘삼광’, ‘호품’ 등이 개발되었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친환경 재배가 가능한 최고품질 품종도 개발되었다. 벼에 주로 발생하는 도열병,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에 강한 ‘진수미’, ‘영호진미’, ‘해품’ 등이 개발되어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배이력이 불분명한 외국에서 수입되는 쌀보다는 우리나라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된 최고품질 쌀을 소비자가 선택할 것으로 기대한다.

벼 품종을 개발하는 육종가로서 일본이나 중국에서 밥맛 좋은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당장이라도 이야기 당사자하고 그 쌀을 구입하여 여러개의 밥솥에 동일한 조건으로 밥을 해서 우리 최고품질 품종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소수의 비전문가의 단순한 판단에 의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현혹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다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끼면서 쌀 생산농가의 노력만이라도 헛되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이제는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최고품질의 쌀을 해외로 수출을 하기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고품질이며 안전한 우리쌀 이라는 장점을 무기로 모두가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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