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보다 나은 ‘최고품질’ 벼 품종이 경쟁력


쌀은 단순히 농산물이라 칭할 수 없는 민족의 얼이 깃든 우리 농업의 자존심이다. 자존심이란 스스로도 지켜야 하지만 존중받아야 할 형이상학적 개념이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처받으면 이성을 잃을 정도로 극도의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 농업인들의 난데없는 아스팔트 농사도 이 때문이다. 쌀 산업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쌀 개방화 물결이 거센 가운데 민족의 얼이 담긴 쌀 산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에 놓인 쌀 산업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 제아무리 수입쌀이 밀려온다 해도 이들 쌀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쌀을 생산하면 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일찌감치 다양한 쌀 품종 개발을 추진해 왔다. 가공용에 적합한 품종부터 식의학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품종까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쌀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지는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벼랑 끝에 선 쌀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다양한 쌀 품종을 소개해 쌀 산업의 경쟁력을 도모해볼 방침이다.
 

글 싣는 순서
Ⅰ. 용도별 기능성·가공용 쌀 개발로 소비 활성화
Ⅱ. 수입쌀보다 맛과 품질이 우수한 쌀 개발
Ⅲ. 쌀 생산비 절감 ‘직파재배 및 정밀 농업기술’
Ⅳ. 쌀 수출 및 열대지역 적응 벼 개발



농촌진흥청은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이후 수입쌀이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으로 국내 쌀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쌀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최고품질 벼’ 품종 연구에 매진했다. ‘최고품질 벼’ 품종 개발 전략은 2003년부터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 2003년 ‘삼광‘ 품종을 시작으로 지난해 개발된 ’해품‘에 이르기 까지 13개 품종이 개발됐다.

쌀 재배농가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최고품질 벼’ 재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농진청은 쌀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밥맛이 뛰어나고 재배 안전성이 높으면서 수량이 많은 벼(500kg/10a이상)를 개발해 ‘최고품질 벼’로 선정했다.

최고품질 벼 선발기준은 쌀알 가운데(심백)와 쌀 옆면(복백)에 하얀 반점이 전혀 없고 ‘일품’ 이상의 밥맛을 가져야 한다. 또한 도정수율이 75% 이상, 완전미 도정수율은 65% 이상이어야 하며, 벼에 발생하는 주요 병해충에 2개 이상의 저항성을 가져야 한다. 최고품질 벼의 재배면적은 지난 2008년 6만 6,000ha에서 지난해 19만 2,000ha까지 늘어 전체 재배면적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농진청은 오는 2017년까지 ‘최고품질 벼’를 15종으로 확대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 삼광

지난 2003년 개발된 ‘삼광’의 출수기는 8월18일로 일품벼 보다 2일정도 빠른 중만생종이며 간장은 87cm로 일품벼 77cm보다 길고 수당립수는 119개로 비슷하며 등숙비율이 높고 현미 천립중은 22.2g으로 일품벼 23.0g보다 다소 가벼운 편이다
삼광벼의 재배지역은 중부평야 및 남부중간지이다. 질소질 비료 과용시 미질저하, 등숙저하, 숙색불량 및 병해충 발생이 우려되기 때문에 적정 균형시비 해야 한다. 저온 및 냉수관개시 출수지연의 우려가 높아 냉수용출답 재배는 피하는 것이 좋다. 수량은 10a당 569kg으로 높은 편이며,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등에 아주 강한게 특징이다.

■ 운광
운광벼는 고품, 삼광 등과 함께 세계 최고품질 품종으로 개발됐다. 운광벼는 조생종이지만 밥맛이 추청보다 좋고 병충해에 강하면서 수량이 매우 높다. 주요 특징을 보면 재배 적지는 중북부 중간지, 남부 중간지 및 평야지 등이고 출수기가 평균 8월 1일 전후이다. 특히 수량성이 10a당 586kg(농가재배시 다소 감소)으로 매우 높고 키가 60cm정도로 작아 도복에 아주 강하다.

■ 고품
중생종인 고품벼는 출수기가 8월 14일쯤이고, 수량성은 10a당 542kg, 흰잎마름병에 특히 강하다. 식미조사에서 밥맛이 우수한 일품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중부 평야, 남부중간지 및 중서부해안지에가 재배 적지이다.

■ 호품
‘호품’은 2006년도에 개발된 단간내도복으로 담수직파재배와 이앙재배가 가능한 장점을 겸비한 최고품질 벼 품종이다. ‘호품’은 수량과 쌀 품질을 동시에 향상하기 위해 1/2차 지경수 비율을 증대하고 등숙이 일시에 되도록 초형을 개량했다.
쌀수량은 기계이앙재배에서 6.0톤/ha로 자포니카 최고품질 품종 중에서 가장 높은 수량성을 가지고 있는 품종이다. 다만, 질소비료를 많이 주면 미질 저하 및 도복이 우려되기 때문에 균형 시비해야 한다.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에는 강하나 기타 병해충에 약해 적기방제를 해야 하며 가을 장마시 수발아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 적기 수확해야 한다.

■ 칠보
지난 2007년 개발된 ‘칠보’는 기존 국내 벼 품종들의 수량성과 재배안전성을 가지면서 일본의 최고 쌀 품종인 고시히까리의 미질 장점을 겸비한 최고품질 벼 품종이다. ‘칠보’는 중만생종으로 키가 적당(76cm)해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내도복성 품종이고 이삭수가 많은 특성을 갖고 있어 등숙에 유리해 등숙율이 89%에 달한다. 또 벼 줄무늬잎마름병과 도열병에 강한 복합내병성 품종이다.
영남평야지 1·2모작지, 중부평야지, 동남부해안지와 남부중산간지 재배에 알맞다. 전국 평균 쌀수량은 557kg/10a으로 높은 편이다. 칠보는 적기에 중간물떼기를 실시해 헛가지 치는 것을 방지해야 하며, 흰잎마름병에는 약하기 때문에 해안지 등 상습발생지에는 재배를 피하는 것이 좋다.

■ 하이아미
쌀이 맑고 투명한 ‘하이아미’는 밥맛이 좋고, 더운밥은 물론 식은밥에서도 밥맛이 좋다. 토요식미치(기계검정) 및 관능검정 결과 ‘추청벼’ 보다 밥맛이 좋고, 밥을 지은 후 시간이 오래 지나도 밥맛의 변화가 적어 대량 급식용으로 적합하다.
특히 현재 중부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는 ‘추청벼’보다 수량성과 재배안정성이 높아 중부지역 계약재배 농가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이아미’는 중생종으로 잘 쓰러지지 않고 도열병 및 줄무늬잎마름병에 강하며 수량은 10a당 538kg으로 화성벼(535kg)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008년에 개발돼 2011년 1,594ha, 2012년 5,490ha으로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 진수미
지난 2008년 개발된 ‘진수미’는 서남부 및 남부해안지, 호남 및 영남평야지 보통기 보비재배에서 8월 15일로 남평벼보다 2일 빠른 중만생종이다. 간장은 85cm로 남평벼보다 7cm 크며, 수장은 비슷하다.
‘진수미’는 병해충에 복합적인 저항성이 있고 쌀 외관이 매우 맑으면서 투명해 밥맛이 좋은 품종으로 남부지역에 적합하다. 수량은 10a당 555kg으로 높은 편이다.

■ 영호진미
중만생종으로 남부지역에 재배가 가능한 품종인 ‘영호진미’는 2009년 신품종으로, 선정된 품종 중에서 밥 맛이 가장 좋은 품종이다. 영호진미는 밥을 지은 뒤 보온밥솥에 24시간 보관해도 변색정도가 낮고, 수확 후 다음해 여름까지도 좋은 밥맛이 오래 유지되는 특성도 있다.
우리나라 남부지역에서 재배된 쌀은 벼가 익는 시기인 8월 하순 기상조건이 중부지역에 비해 야간온도가 높아 일교차가 적어 밥맛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보완키 위해 개발된 품종이다.
‘영호진미’의 다 자란 벼의 키는 70cm로 성숙기에 쓰러짐이 강하다는 ‘남평’보다 6cm정도 작아 재배안전성이 매우 높다. 또한 흰잎마름병과 줄무늬잎마름병에 강하기 때문에 남부평야 및 해안지역에 친환경단지 등 재배에 적합하다. 

■ 미품
지난 2010년 개발된 중만생종인 ‘미품’은 쌀이 맑고 투명해 도정한 후 쌀 모양이 좋아 가공업자의 선호도도 높은 품종이다. 미품의 쌀 생산량은 10a당 564㎏이며 충남 이남 내륙 평야지 재배에 알맞은 품종이다.

■ 수광
‘수광’은 도복에 강하고 수발아가 적으며, 벼 재배에서 문제가 되는 도열병,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에 강하며 수량은 직파재배에서 10a당 516kg으로 ‘남평(490kg)보다 5% 증수된다. 성숙기는 중만생종으로서 남부평야지에 알맞으며 도정수율(76.5%)과 백미 완전미율(94.5%)이 높은 우수한 도정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쌀알이 맑고 깨끗해 외관품질이 우수하고, 밥의 모양·찰기·질감이나 밥맛 관능검정에서 대비품종인 ‘추청’ 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광’은 내년도 국립종자원에서 정부보급종을 생산해 중부이남 남부지역에 보급될 예정이다.

■ 대보
‘대보’는 쌀 외관과 밥맛이 좋고 쓰러짐에 강하다. 또 흰잎마름병과 줄무늬잎마름병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고품질쌀 생산에 유리한 품종이다. 수량은 10a당 593kg으로 개발된 13개 ‘최고품질 벼’ 품종 중 호품 다음으로 높다.

■ 현품
‘현품’은 질소비료 사용량을 최소화한 품종이다. 일반벼의 경우 질소비료를 10a당 9㎏가량 넣지만 ‘현품’은 6㎏만 줘도 10a당 생산량이 509㎏에 달한다.
특히 쌀알이 맑고 투명하며 밥맛이 우수한 ‘현품’은 도정률이 75.2%, 백미완전립률이 91.8%로 ‘남평’ 벼의 도정률(74.2%)과 백미완전립률(91.3%)보다 높아 소비자뿐만 아니라 가공업자(미곡종합처리장(RPC))의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에 개발한 ‘현품’은 종자공급체계에 맞춰 오는 2016년부터 적응지역에 보급될 예정이다.

■ 해품
지난 2013년 개발된 ‘해품’은 밥쌀용 최고품질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품’은 쓰러짐에 강하고 흰잎마름병과 줄무늬잎마름병에 강한 특성을 보이며, 10a당 수량성은 526㎏/10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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