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에 전해지는 설레임과 사랑스러운 미소

보림사는 전라남도 장흥군 가지산 자락에 860년경에 창건된 1000년이 넘는 오래된 사찰이다. 보림사 비자나무숲은 한눈에 들어오는 뒷산에 자리를 잡고 있는 3ha정도의 조그마한 숲으로 사철 푸른 상록수인 숲의 위쪽으로는 비자나무 그리고 대나무가 각각의 푸름을 경쟁하며 자라고 있는 원시림 같은 숲으로 숲 바닥에 천년전부터 자라온 차나무가 있어 숲의 위 아래가 사철 푸르다.

보림사는 통일신라시대의 유적을 간직한 사찰인 동시에 우리나라 야생차를 대표하는 사찰중의 하나로 그 의미가 큰 곳이고 가지산 역시 규모는 작으나 찾는 사람이 많은 다양한 모습의 숲이 있는 산으로 볼 수 있다. 비자나무숲은 보림사, 가지산 드리고 차나무 군락지와 함께 역사·문화적으로나 생태적으로 그 가치가 크기 때문에 보전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이름도 독특한 고급나무인 비자나무

보림사 뒷산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숲의 일부는 짙은 초록색을 띤 나무들로 이루어져 있고 일부는 대나무로 이루어진 것을 멀리서도 알 수 있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비자나무가 비교적 많이 자라고 있다.

비자나무란 이름은 비자나무의 잎이 옛날에 머리를 빗을 때 사용하던 참빗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 한다. 비자나무의 꽃말은 ‘사랑스러운 미소’다.

비자열매와 나무는 예로부터 민간과 한방에서 귀중한 약재와 목재로 널리 쓰이고 있는데 비자나무의 열매는 예로부터 진상품으로 받쳐졌을 만큼 귀했고, 제사상에 오를 정도였다. 비자열매는 눈을 밝게 하고 양기를 돋운다라고 할 정도의 강장제 효능이 있다고 하였다. 비자를 상시 먹으면 고혈압 예방치료에도 도움되고 요통이나 빈뇨를 치유하며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작용도 한다. 옛날에는 비자를 먹어 몸 안의 기생충을 없앴기 때문에 구충제로도 많이 쓰였다. 지방분이 있어 비자유를 짜기도 하는데, 이 기름은 기관지 천식이나 장 기능에 효과 있다고 하였다.

비자나무 목재는 재질이 좋아 고급가구재, 장식재 등으로 사용이 되었으며 바둑알을 놓으면 바둑알이 튀지를 않고 자리를 잡을 정도로 재질이 좋아서 바둑판으로 가장 좋은 재료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많은 비자나무나 비자나무숲은 대부분 천연기념물 등으로 지정이 되어 보호를 받고 있거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별도의 보호를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나무숲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제주 구좌읍을 비롯해 고흥, 해남, 화순에 비자나무숲이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나무 노거수는 강진 삼인리, 진도 상만리, 사찬 성내리에 분포하고 있다.

■ 보림사를 감싸고 자란 비자나무숲

보림사 뒷산에서 사찰을 보호하듯 서있는 비자나무숲은 면적은 그리 넓지는 않지만 숲을 형성하고 있다. 그 면적은 3ha, 9,000여평 정도이고 그 안에 자라고 있는 비자나무는 250본에 조금 못 미치지만 나이는 100년이 훨씬 넘고 하층에는 야생 차나무가 자라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전 하기 위해 1982년에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이 되었다. 이처럼 비자나무 숲은 사람들이 심어서 만든 숲이 아니고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이루어진 숲이다.

보림사 오른쪽으로 난 급경사 산책로를 따라 산을 오르면 활엽수들이 자라고 있지만 차츰 눈에 보이는 것은 짙푸른 잎을 달고 있는 비자나무이다. 비자나무숲이라는 것은 검푸른 숲의 색에서 알 수가 있는데 하늘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울창하여 숲 터널에 들어온 것 같다. 잎을 가득 달고 있는 비자나무 가지는 소나무 와 같은 다른 침엽수의 가지와는 달리 가지가 줄기 아래쪽에서 위까지 달려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길게 한 방향으로 자라고 있다.

나무의 굵기는 한 아름에 가깝고 키는 10~15m이지만 나무의 생김새를 보면 나이는 족히 100년이 넘을 것 같아 보인다. 이렇게 비자나무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산위로 뻗은 길이 등고선 방향으로 변하면서 비자나무가 길 위아래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길을 들어서서 비자나무 껍질을 만져 보면 딱딱하지가 않고 스펀지를 누르는 것 같은 촉감을 느낄 수 있고, 가지가 많이 달려 있어 속을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이다. 줄기는 구불구불하게 자라서 그 형상이 나무가 아닌 조형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가지 끝을 자세히 보면 가지 끝에 초록 빛 비자열매가 6?7개가 한 무더기가 되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차나무가 비자나무아래 자라고 있는데 차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자라고 있어 차나무위에 비자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차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은 비자나무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 햇빛이 숲 바닥까지 많이 도달하는 비교적 밝은 구역이다.

■ 비자나무 숲바닥의 초록색 보물 차나무

자나무아래에 어린 비자나무 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풀들도 자라고 있는데 눈에 많이 보이는 것은 차나무이다.
오솔길을 따라 숲속으로 더 들어가면 갑자기 대나무가 나타나 숲의 모양이 바뀌는데 대나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비자나무도 같이 자라고 있다. 여기 대나무밭에도 차나무가 같이 자라고 있는데 비자나무아래에 마찬가지로 차나무가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고려와 조선조 초기에 전국 차소(茶所) 19개소 중 무려 13개소가 이 장흥에 있었다고 할 정도로 이 지역에 차나무가 많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가지산 보림사 주변과 천관산 기슭 등 장흥의 7개 지역 약 30ha, 90,000여평 이상에 야생차가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장흥 주민들 중엔 봄철이 되면 차나무가 있는 야산을 돌아다니며 찻잎을 따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보림사는 우리나라 차문화의 시원지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장흥엔 차를 만들었던 다소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기 때문에 민간에서 마시는 동전 모양의 이름이 돈차(錢茶)를 만들었다. 발효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전통발효차인 돈차는 찻잎을 시루에 찐 뒤 절구에 찧어서 만드는데, 떡처럼 쪄내기에 일명 떡차라고도 한다.

특히 보림사 돈차는 조선 후기엔 제법 유명세를 떨쳤는데,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절집이나 사하촌에서 돈차를 제조했다고 한다. 요즘도 절집 뒤쪽 산기슭엔 차밭이 있어 스님들이 직접 찻잎을 따고 덖어 차를 만든다. 보림사의 돈차는 강진에 귀양 와 있던 다산 정약용선생이 보림사 뒤쪽 대밭에 차나무가 많이 자라는 것을 보고 절의 승려들에게 차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보림사 차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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