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영도매시장은 출하자를 위한 곳”

전문가들의 거듭되는 문제제기와 출하농민들의 반대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논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수익사업 직접 참여로 불거지고 있는 설립목적에 대한 참람과 관리기능의 해태 등. 현재 가락시장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와 다양한 관점에서의 해법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중앙정부의 지분행사 ‘강화’…관리조직 정비 필요”

“시장관리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직접사업은 여러 문제점은 안고 있다. 관리업무와 무관한 사업 확장으로 조직이 비대해 졌고, 도매시장 유통종사자들의 지도·감독권을 가지면서 이들과 직접 경쟁하는 갈등을 초래시키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의 지방공사 관리체제 문제점 개선방안’을 발표한 한국식품유통연구원 이동혁 원장의 문제제기다.
이동혁 원장은 일본의 도쿄도와 서울시, 대표적인 중앙도매시장으로 츠키지(築地)시장과 오다(大田)시장의 관리조직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비교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도쿄도에는 시(市)에 도매시장의 기능과 역할을 매우 중요시하는 별도의 담당부서(중앙도매시장국)에서 도매시장 발전에 대한 종합계획이 수립된다. 각 도매시장별 관리사무소는 유통인들과의 협조관계를 유지하며 관리업무만 수행한다. 아시아 최대의 수산물도매시장인 츠키지 시장의 관리사무소 인원은 71명. 일본 최대 청과시장인 오타시장은 29명의 관리사무소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에는 과(課) 조직도 안 되는 농수산유통팀(6명)에서 정부양곡 및 직거래, 친환경농산물, 도매시장 관련 업무를 모두 총괄하고 있다. 도매시장 관리업무는 지방공사(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관리업무에 충실하지 않고, 유통사업주체와 경합되는 사업을 직접수행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또한 사업 확대를 위한 신사업 개발 비중을 높이면서 기본 업무인 관리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정원은 298명(임원3, 사무직215, 기술직80). 지난 7월 서울시의회에 보고된 현원은 283명(임원2, 사무직204, 기술직77) 이다.

이 원장은 “오다시장의 관리효율성을 살펴보면 1인당 시장관리규모는 부지면적 기준으로 13만3,000㎡, 거래물량 3만2,000톤, 거래금액은 88억5,700만엔(860억원)“이라며 ”가락시장의 관리인원을 198명으로 봤을 때 1인당 시장관리규모는 부지면적 기준으로 오다시장 대비 20.3%(2만7,000㎡), 물량기준으로는 38%(12만2,000톤), 거래금액으로는 25%(218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 원장은 “도매시장 건설 시 투자한 중앙정부 지분의 권한행사를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관리참여 범위를 확대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관리업무와 사업의 철저한 분리로 관리조직을 대폭 정비하고, 관리업무에 유통주체가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적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외신뢰도 ‘하락’…“총사업비 급증, 기간연장 등”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따른 설계안은 기존 계획과 달리 농산물 반입 통로를 좁게 만들었고,  한 방향이던 물류동선을 바꿔놨다. 집·배송장 길이가 매우 짧고, 경매장과 중도매인 점포가 집배송장 라인과 수직으로 배치돼 물류의 효율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의 문제점과 발전방안’을 발표한 전남대학교 강연실 교수의 지적이다.

강 교수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있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1단계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교수에 따르면 1단계 사업은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의 가장 첫 번째 사업. 그럼에도 본래 목적과는 가장 먼 사업이다. 관리서비스동은 관리공사와 소매시설이 들어서는 건물로 낙찰가격 기준 43%(3,011억원/낙찰가 6,975억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진 도매시장의 도·소매 분리 원칙을 파기할 뿐만 아니라 시설현대화를 가장한 부동산 분양사업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강 교수는 “도매시장 고유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2·3단계 사업이 중요하지만, 정작 현실은 1단계 사업에 큰 비중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는 서울시의 특정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으며, 호화로운 외형 구축은 고비용 도매시장 운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직판시장동의 높은 시설사용료, 과도한 관리비, 다양한 부대비용 등은 대부분 영세한 직판상인들의 영업위축을 초래해, 서울시에 심각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공영도매시장은 농민을 위한 곳”

종합토론에서는 다양한 입장의 토론자들이 각각의 해법을 주장했다. 농민단체에서는 판매관리동에 과도하게 투자된 사업비로 인해 시설현대화의 핵심인 청과동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더욱이 시설현대화는 출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농식품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특수품목중도매인연합회 이계수 회장은 “상인들이 해야하는 사업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대외적인 유통환경이 도매시장의 입지를 좁히고 있는 상황에서 관리공사가 유통인들의 영역까지 침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국과실중도매인연합회 정석록 서울지회장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 지회장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시설현대화사업은 이미 유통인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업이 되어 버렸다”면서 “1단계 사업이 진행될 때 3년 이라는 시간을 약속했지만, 2009년에 시작된 사업이 2014년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리동이 시급한가? 청과동이 시급한가?”를 물으며 “지금 이곳에 하역, 유통, 생산자대표들이 모두 와있는데, 관리공사는 이들의 의견을 모두 무시하고 1단계 공사에 너무나 많은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힐책했다.

서울경기항운노조 정해덕 위원장은 “상장거래가 잘 되고 있는 품목을 상장예외로 하려는 관리공사의 행태가 보인다”면서 “왜 그런가를 살펴보니, 관리공사와 도매시장법인 사이에 감정이 개입되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동부팜청과 고규석 사장은 “더 이상 갈등을 유발시키는 자리에는 참석하고 싶지 않다”면서 “관리공사가 나서서 정말 심도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도매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김고은 사무관은 “정부가 농안기금으로 공영도매시장을 지은 이유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관리공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출하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관은 “외부 유통환경을 생각했을 때 지엽적인 주제에 함몰되는 것은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시설현대화사업에 대해 단순하게 시설을 개보수하는 수준이 아니라, 저온유통체계 구축으로 농산물의 감모를 막고, 물류효율화 등을 꾀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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