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량이 한양에 도착하니 도성 문이 닫히기 전…

준량이 한양에 도착하니 도성 문이 닫히기 전이었다. 준량은 급히 말을 몰아 대궐에 도착하여 상소를 올렸다. 상소를 받아 든 명종 임금이 큰 소리로 내관을 불렀다.

 “내관은 정승을 비롯한 육조판서를 즉각 대령시키도록 하여라.”
 충청도 시골인 단양군수가 직접 상소를 올려 임금이 소집을 명한다는 소식에 조정대신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조판서가 준량의 내역을 알아와 임금께 아뢰었다.

 “황준량은 올해 서른 여덟으로 갑자 생이며 임오년 사월, 알성시에 장원하여 병오년 유월에 문관에 급제한 수제이옵니다. 지난 봄, 충청도 단양 군수로 부임한 자입니다.”
 “승지는 한자도 빼지 말고 대신들 앞에서 상소를 읽어 내려가라.”
 승지가 긴장된 목소리로 상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조정 대신들 모두 상소문에   귀를 귀울였다.

 ‘삼가 생각하건데, 천하의 일은 피폐되기 전에 보수할 경우에는 보통 사람도 대처하기 쉽지만, 이미 피폐된 후에는 지혜로운 자도 공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이루어져 있는 형세를 기반으로 해서 피폐한 정치를 수습하는 것은 수령의 힘만으로도  쉽게 도모할 수 있다 하겠지만, 텅 비어 버린 허기만 가지고서 이미 흩어져 버린 것을 수습하는 경우에는 수령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지울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피폐된 것을 진기(振起)시키는 어려움은 피폐되기 전에 보수하는 쉬움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 조처에 대한 방략(方略)은 결코 수령이 전담하거나 옹졸한 자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신은 글귀나 조금 아는 보잘 것 없는 유자(儒者)로서 경세(經世)하는 재주가 없는데 외람되이 군수의 책임을 맡고 보니 잔폐(殘廢)된 고을을 정상으로 회복하는 책임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어찌 정성과 생각을 다하여 조금이나마 걱정을 나누어 갖는다는 중임(重任)에 부응하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돌아보건대 이곳과 가까운 곳에 신이 살았기에 일찍부터 피폐된 것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단양군수로 부임함에 있어 그 참상을 목격하고 시기에 맞추어 사무를 보자니 백성이 흩어진지 이미 오래 되었고, 편안히 앉아서 모른 체하자니 온갖   공적인 일들이 모여듭니다. 그래서 가부간(可否間)에 의심이 되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그러나 그 동안 성스러운 성상께서 천리 밖을 훤히 살펴보지 않으셨다면 고루한 신하가 어찌 감히 그 사이에 한 가지인들 조처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신이 삼가 살피건대, 단양고을은 본디 원주의 조그마한 고을 가운데 하나였는데 적을 섬멸한 공로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지금의 칭호로 올려준 것입니다.
글=조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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