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용
(사)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장


1990년대 UR협상 당시 수입개방에 따른 농업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정부에서는 농어촌발전종합대책으로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의 육성을 규정하는 농업법인 제도를 도입했으며, 이는 우리 농업이 소규모 가족농 체제에서 협업적·기업적 농업경영 체제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 농산업 분야에서 농업법인은 현재까지 13천여개가 설립되어, 8만여명의 종사자와 연간 17조원에 이르는 매출로 우리 농업·농촌의 발전과 먹거리 생산 공급, 일자리창출 등 농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한·중FTA 협상 등의 시장개방과 농식품의 6차산업화 등 급속한 농업환경 변화의 상황에서 이제 농업인들만의 경쟁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의 농식품 기업들과의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국내 농업법인의 77%를 차지하고 있는 영농조합법인의 법적 구조가 과연 지구촌의 무한 경쟁에서 발전과 성장이 가능한 구조인지를 깊이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영농조합법인은 원천적으로 농업인들을 제외하고는 자본 투자를 하기 어려운 구조이며, 자연히 농업에 관한 투자는 농민들 개인의 자본이거나 아니면 국고보조나 융자 외에는 없는 실정이다. 최근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12.12.1)에 의한 협동조합이나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한 조합원은 모두 ‘납입한 출자액내에서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어 조합원의 가입과 탈퇴를 자유롭게 하고 조합사업의 투자활성화를 유도하도록 법에 반영하였다.

 그러나 동일분야의 농업법인체임에도 영농조합법인은 관계법령(농어업경영체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유한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아, 이 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 중 조합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채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조합원 증원이나 추가 자금 투자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영농조합법인 법인채무에 대한 무한책임 규정이 그동안 농업환경이 변화했음에도 제도도입 당시 그대로 남아있어 조합원 증원이나 추가 자금 투자에 큰 걸림돌이 되고 되었다. 그로 인해 농업투자 활성화나 건실한 농업법인으로의 지속적 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농업인들의 고령화·은퇴로 인하여 새로운 조합원을 모집할 필요성이 있으나, 탈퇴시 다른 조합원들의 책임 가중으로 반대하는 경우도 있으며, 신규 모집은 기존 조합채무에 대한 무한책임 문제로 인하여 부채가 있는 영농조합법인에 조합원 가입을 꺼리고 있어 세대교체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새로운 투자가 유입되기 어려워지고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저온창고, 선별장과 같은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시설투자에 있어 정부지원금이나 은행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또한 영농조합법인이 타 법인과 통합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려 해도 무한책임 규정으로 기존 부채를 다 청산하고 해산한 후 합병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부채상환문제, 기존업력을 인정받지 못해 대출 및 정부지원 중단, 기존유통거래의 상실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해 경영개선 위한 시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관련법에 명시하지 못한 법조항이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영농조합법인도 ‘조합원의 출자금액의 한도에서 책임을 부담’하도록 관계법령을 개정해야 할 것이며 합병, 투자유치, 세금 문제 등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여 정부 보조나 융자에 의존하지 않고 농업법인 스스로가 자생력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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