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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목민의 길, 또 다른 시작(3)
준량이 한양에 도착하니 도성 문이 닫히기 전…
2014년 10월 24일 (금) 15:25:35 글=조순호 .
삼면이 산으로 막혀 있고 한쪽은 큰 강이 흐르고 있는데 우거진 잡초와 험한 바위 사이에 있는 마을 집들은 모두 나무껍질로 기와를 대신하고 띠풀을 엮어 벽을 삼았으며  농토는 본래 척박해서 수재(水災)와 한재(旱災)가 제일 먼저 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흩어져 고정적인 재산을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풍년이 들어도 반쯤은 콩을 먹어야 하는 실정이고 흉년이 들면 도토리를 주워 모아야 연명할 수가 있습니다. <여지승람>에 ‘땅이 척박하고 물이 차가워서 오곡이 풍요롭지 못하다’ 고 한 것은 이곳의 풍토가 본래 그렇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극도로 피폐해져서 살아갈 길이 날로 옹색해지는데다가 부역(賦役)에 나아갈 수 있는 민호가 사십호에 불과하고 산과 들의 경지 면적이 삼백 결에도 차지 않으며 창고의 곡식 사천 석 중에는 피가 섞여 있는데 그것도 징수할 것이 반이지만 받아 낼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부역의 재촉은 큰 고을보다도 중(重)하고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것이 다른 고을 백성보다 몇 곱절이나 되어 한 집이 백호의 부역을 부담하고 한 장정이 백 사람의 임무를 감당하게 되어 가난한 자는 이미 곤궁해지고 곤궁한 자는 이미 병들어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사방으로 흩어져 갔습니다.

 새도 남쪽 가지에 둥지를 틀고 이리도 옛 언덕을 향하여 머리를 돌린다고 하는데, 고향을 떠나기 싫어하는 것은 사람이 더욱 심한 것입니다. 그러한 사람들이 자신이 살던 농토와 마을 버리고서 돌아오려 하지 않으니 유독 인정이 없어서 그런 것이겠습니까? 살을 에어내고 골수를 우려내듯 참혹한 형벌을 가하여 잠시도 편안히 살수 가 없으므로 마침내 온 고을이 폐허가 되었으니, 성덕(聖德)이 밝은 시대에 백성이 이렇게 심하게 학정(虐政)에 시달릴 줄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비참한 상황을 만들어 놓은 자는 아대부처럼 끓는 물에 삶기는 형벌을 면하였으니, 악을 징계하는 법이 너무 허술하지 않습니까?

선한 것만으로는 정치를 할 수 없는 것이니, 반드시 비상한 방도(方道)가 있어야 다 끊어져 가는 형세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이 망령되어 천려일득(千慮一得)으로 주제넘게 세 가지 계책을 전달하겠으니, 삼가 전하께서는 살펴주소서.

 (상책)조그마한 고을이 완전히 피폐해져 전혀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 지금 같은 형편에 전일(前日)의 조공(租貢)을 독촉한다면 비록 공손히 청할지라도 어찌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제 부역을 면제해 주어 그 항목을 없애고 십년 동안을 기한으로 즐거이 살면서 일하게 하여 백성들에게 태평스러운 삶을 누리게 함으로써 인의(仁義)의 은택(恩澤)에 젖어들게 한다면, 원근(遠近)에 유산(遊山)되어 있던 백성들이 모두 돌아올 것이며, 거칠어진 백 리의 땅이 다시 살기 좋은 낙토(樂土)로 변해서 근본(根本)이 이루어질 것이니, 이것이 상책(上策)입니다. 의논하는 자들이 멀리 십년으로 기한을 정한 것이 너무 길다고 하는데, 이는 근본을 아는 자의 말이 아닙니다.

옛 사람들이 백성을 휴양시키고 생식시키는 데는 반드시 십년의 오랜 세월을 기한으로 하여 왔습니다. 월나라 구천이 국력을 양성한 것과 제갈량이 국력을 규합한 것과 같이 해야 합니다. 신은, 십년만 부역을 면해  주면 백년을 보장할 수 있지만 삼년이나 오년에 그치면 구제하자마자 도로 피폐되어 원대한 계획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조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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