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창 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
한국오리협회 회장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한·미, 한·EU 등 농업강대국들과의 FTA체결은 계속되고 있으며, 정부는 세계 최대농업수출국이자 강대국인 중국과의 FTA협상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영연방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아는바와 같이 FTA체결시 최대 피해산업은 농업부문 중에서도 축산분야이다. 한·미, 한·EU FTA의 체결로 향후 15년간의 축산업 피해액은 9.8조원이며, 영연방 FTA 체결 시 2조5천억원의 추가 피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FTA협상을 진행할 때마다 실효성 있는 피해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정작 지난 9월 18일 발표된 영연방 FTA 정부대책은 기존정책의 재탕, 삼탕에 지나지 않았으며 급기야 내년도 축산 예산은 오히려 1.8% 삭감되어 축산농가의 반발이 촉발되었다. 뿐만 아니라 축산단체에서는 축산분야 FTA 피해대책 수립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FTA 간담회를 요청하여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하였으나 아직까지 답변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축산생산자단체는 FTA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10월 23일 여의도공원에서 전국 3만여명이 참여하는 ‘FTA 근본대책 수립 및 영연방 FTA 국회비준 반대 전국 축산인 총 궐기대회’를 개최하였다. 이후 축산생산자단체장들은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축산업계의 요구사항이 관철 될 때 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31일 현재 8일차에 접어들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FTA 최대 피해품목인 축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해 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영연방 FTA에 이어 한중 FTA 타결이 급물살을 타고 코앞에 다가와 있는 현실에서, 축산인들의 요구사항 해결을 위해 축산분야 예산 증액이 필요함에도 내년도 축산예산을 삭감한 것은 우리 축산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음에 개탄하면서 국회에 대해서도 근본대책 없는 영연방 FTA 국회비준을 부결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땜질식 처방, 기존예산 끼워넣기 등 축산업에 대한 정부의 FTA 대책은 그야말로 ‘허울뿐인 개살구’, ‘수박 겉핥기’와 같은 수준으로 축산농민을 우롱하고 있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으며,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축산업 회생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서 근본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만 한다. 또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청와대, 국회에 FTA 축산업 회생대책 마련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포함)와 생산자단체가 참여하는 모임을 구성하여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우리 FTA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바라는 축산업 회생을 위한 요구사항은 ▲정책자금 금리 1%로 인하 ▲FTA 피해보전직불제 현실화 ▲무역이득 공유제 법제화 조속 처리 ▲기존 FTA 대책 현실적 보완 ▲영농 상속공제 한도 및 공제 범위 확대 ▲무허가 축사 양성화 대책 마련 ▲도축장 등 1차 산업기반 시설에 대한 전기료 농사용 적용 ▲축산물소비촉진 및 수출확대 예산 지원 ▲실질적인 사료가격 안정대책 수립 등 모두 9가지다.

우리는 이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며,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에는 ‘11·3일 축산농가 생존권 포기, 가축반납 투쟁’을 벌일 것이다. 축산업은 식량산업이자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생명산업이다. 정부는 축산업에 대한 가치를 하루 빨리 깨닫고 축산인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부디 정부는 현장 축산농민들의 자괴감과 울분에 귀 기울여 예산이 수반되는 실질적인 축산업 피해대책을 수립하여 주기 바라며, 11월 3일이 축산농민 봉기의 기념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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