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서
(사)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정부는 1999년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내 농업환경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인증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시적인 방안으로 저농약농산물 인증을 포함시켰다. 이후 2009년 마련된 코덱스 가이드라인에 부합되고, 일반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의 차별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0년부터 저농약 인증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과수의 경우 유기 및 무농약 재배에 대한 영농현장의 어려움이 매우 크다는 현실을 반영해 5년간 저농약 인증을 유예하고, 신규인증을 중단했었다.

하지만, 최근 저농약 인증 농산물 중 과수를 제외한 농산물의 무농약 이상으로의 진입은 큰 문제가 없으나 사과, 배, 복숭아, 감, 자두 등 과수의 경우 무농약 이상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저농약 과수를 유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국내 농업 환경과 소비자의 구매 형태를 고려할 때 무농약과 유기농으로 과수를 재배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경우 과수재배는 화학농약, 제초제 등 사용이 많은데, 그동안 저농약 인증제를 시행함으로서 사용량이 크게 낮아져 환경보전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저농약 인증제를 폐지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대체적이다.

더불어 과수의 경우 무농약 인증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재배기술이 일반화 되어 있지 않은데다, 유기 및 무농약 과수생산이 절대 부족한 현실에서 저농약 인증을 폐지하는 것은 친환경농산물 소비시장의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무농약 이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하는 대신 ‘적정한’ 화학농약과 화학비료 사용과 이력추적제를 반영한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어 실제적인 유기·친환경농업을 추구하는 농업인들의 반발도 큰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우리 친환경농업인연합회를 비롯한 친환경농업단체들은 저농약 과수를 무농약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대표적으로 ▲전국적인 무농약 이상 과수농가의 생산기술 조사 및 매뉴얼 제작·보급 ▲논과 밭으로 구분되어 있는 친환경농업직불제를 논작물과 밭작물, 과수로 구분하고, 과수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직불금 지급 ▲저농약 위주의 학교급식 과일에 대한 ‘무농약 이상’ 사용 ▲무농약 및 유기과수 농가의 농작물재해보험금 지원에 따른 재해손실 보전 등이 있다. 특히 과수의 경우 국내 농업현실을 감안해 저농약인증제를 당분간 유예(3~5년)하거나, 유기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 두 가지로 구분하는 별도의 인증제도를 마련, 친환경농산물 범주에 무농약과 저농약 인증을 두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저농약 인증제도는 무농약 및 유기농으로 가기 위한 단계적 관점에서 도입된 제도로서 저농약 인증이 존재하는 한 유기 및 무농약의 확대는 요원한 일이 때문에 힘든 결정이지만 차제에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정부는 무농약 및 유기인증으로의 전환 문제가 농가의 선택 문제라는 소극적 관점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나아가 농약과 제초제로 인한 생태계의 오염을 막아 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주요 농정과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신념을 가지고 저농약 과수농사를 지어온 많은 인증농가들이 일반 관행재배로 후퇴하거나, 유통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무농약·유기 과수산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무농약·유기 재배기술 개발·보급, 과수의 경우 친환경농업직불제 차등지급, 과수재해보험 확대 지원, 유기·무농약·저농약 등 표시제도의 ‘자주인증제도’ 도입 등 방안을 적극 검토해 반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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