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돈 하
국립산림과학원 임산공학부장


현재 정부는 ‘과도한 정부 규제가 시장 원리의 효율적 자원 배분을 방해하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판단 아래 과감한 규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기술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던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목재 관련 업계에서도 목재제품에 대한 규격 및 품질검사 결과의 표시를 기업에 대한 규제라고 여기고 이를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목재제품의 품질표시제도는 규제가 아닌 의무제도인데도 말이다. 목재제품의 품질표시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사용하는 제품의 성능이나 효능에 대한 정보의 부족으로 불량 목재제품 사용에 따른 피해를 소비자가 부담했다.

목재 제품의 품질표시제도는 무엇일까· 알고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실제로 잘 활용되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품질표시제도는 국민의 안전과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목재제품을 생산하거나 이를 유통하려는 업체를 사전에 단속함으로써 불량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우리나라는 사용하는 목재량의 83%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2010년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목재산업은 연간 35조원 규모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목재법)을 시행해 목재 제품의 규격과 품질 기준 등 품질 표시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목재 제품이 품질 표시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되고 있는 게 실상이다.

그렇다면 목재 품질표시제도는 왜 시행하는 것일까· 목재의 탄소저장기능을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증진시키고 목재를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다. 또 이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국민에게 안전하고 안락한 건축물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적 안전성이 확인된 목재 제품, 인체에 무해한 처리로 실내 사용의 안전성이 보장된 목재 제품에 대한 명확한 표시가 절실하다.

목재법은 생산자, 판매자, 수입자에 대해 해당 목재 제품의 규격과 품질 검사 결과를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위치에 표시토록 했다. 또 시행령에서는 목재 제품의 규격과 품질 결과의 표시에 생산자 또는 수입자, 생산지 또는 수출국, 규격과 품질검사기관의 명칭, 검사일과 유효기간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목재법 시행령에서 정한 15개 목재 제품에 대한 고시를 제·개정 중이다. 이 가운데 제재목, 방부목재, 합판, 파티클보드, MDF, 목재펠릿, 목탄, 목재칩, 목재브리켓 등 9개 품목의 규격 및 품질 기준은 고시했고, 집성재, 목질바닥재, 성형 목탄의 규격 및 품질 기준은 올해 내로 제정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나머지 난연 목재, 목재플라스틱 복합재(WPC), 배향성 스트랜드보드(OSB)의 규격 및 품질 기준을 제정할 계획이다.

목재법 시행 이전에는 한국산업규격(KS) 또는 국립산림과학원 고시에 따른 품질표시를 한 목재 제품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는 목재 제품을 이용하면서 안전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처럼 목재 품질표시제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며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목재 품질표시제도는 목재 산업계의 기술 발전을 유도해 목재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해낼 것이다. 또 목재 산업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과 산업계, 이해 당사자가 함께 목재 제품의 규격 및 품질 기준 표시제도를 확립시켜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고 목재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제도로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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