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미와 인공미가 어우러진 숲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는 남서부 바덴 뷰르템베르크(Baden Wuerttemberg)주에 위치한 독일의 대표적인 산림지역이다. 슈바르츠발트는 Schwarz(검정)라는 단어와 Wald(숲)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검은 숲이란 의미를 갖고 있어 한자어로 흑림(黑林)으로 보통 불리는데, 로마인들이 이 지역에 들어섰을 때 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어 어둡고 침침하기 때문에 silva nigra라고 말하였고 이 라틴어가 독일어로 Schwarzwald가 되었다고 한다.

슈바르츠발트는 지역명 그대로 숲이 울창한 지역으로 크게 북부, 중부, 남부 슈바르츠발트 3지역으로 구분한다. 슈바르츠발트에서 가장 높은 산은 남부 슈바르츠발트에 위치한 펠트베르크(Feldberg)로 해발고 1,493m이다. 펠트베르크 아래에는 펠트제(Feldsee)라는 빙하호가 있으며 이 호수주변은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지역에서 주로자라는 나무는 대부남부 슈바르츠발트의 중심도시는 후라이브르크(Freiburg i. Br.)시인데, 스위스와 불란서 국경에 위치한 인구 20만의 독일 내 최고의 휴양도시이며 뷰르뎀베르크(Baden Wuerttemberg)주 임업연구원(Ba.-Wue. Forstliche Versuchsanstalt)이 있고 후라이브르크 임업대학이 있는 임업 연구도시이기도 하다. 저지대는 라인강 지류(해발 210m)와 인접하고 있고 고지대는 흑림의 샤우인스란트(Schauinsland)봉(1,284m)까지 자리하고 있어 해발고 차이가 1,000m 이상이고, 북위 48도에 위치하여 우리나라보다 10도 이상 북쪽에 있다. 도시면적의 42%가 숲으로 구성되어 도심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녹지나 숲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발고에 따라 저지대의 하안림과 고지대의 산악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저지대의 평지림·하안림은 참나무, 물푸레나무, 오리나무, 단풍나무가 주로 자라고 있고, 고지대의 구릉·산악림은 울창하게 자란 독일가문비나무, 너도밤나무, 전나무 등이 다양한 모양의 숲을 이루고 있다. 저지대의 하안림지역은 다양한 활엽수 수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후라이브르크 하안림은 대부분 평지림으로 이중 모스발트(Mosswald)가 1,100ha로 가장 넓은 저지대림이다.

이 지역은 도심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6km거리에 있어 많은 시민들이 산책이나 조깅을 하여 휴양기능이 대단히 높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의 과다한 산업용 지하수 이용으로 지하수면이 낮아져 산림피해가 발생한 후로는 지하수면을 높이기 위하여 숲내에 인공적으로 배수로를 설치하여 숲의 건강도를 높이고 있다.

후라이브르크의 구릉·산악지는 흑림(Schwarzwald) 지역으로 침엽수와 활엽수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후라이브르크시에서 제일 높은 지역인 해발 1,284m의 샤우인스란트(Schauinsland)봉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10km로 이곳까지 연결되는 도로는 우리나라 대관령 옛길과 같이 대단히 굴곡이 심하지만 슈바르츠발트 숲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슈바르츠발트에서 3번째로 높은 산인 샤우인스란트(Schauinsland)는 Schau(보다), ins(를), Land(토지)란 세 단어의 합성어로 아래지역을 볼 수 있는 곳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곳에서 라인강 상부지역, 불란서 알사스지역의 포게젠(Vogesen), 스위스 쪽 알프스를 날이 좋을 때 모두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탁 트이고 해발이 높은 곳이다. 샤우인스란트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이 전망대는 이 지역에서 자란 미송을 사용하여 1980년에 지은 것으로, 그 높이가 16m로 샤우인스란트의 해발고를 합하면 정확히 1,300m가 된다. 샤우인스란트로 올라가는 길은 차도와 케이블카가 있는데, 샤우인스란트 케이블카는 1930년도에 설치된 것으로 독일에서 오래된 케이블카 중의 하나이다.

샤우인스란트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숲은 너도밤나무(Fagus sylvatica)와 독일가문비나무숲이다. 너도밤나무는 유럽전역에서 볼 수 있는 수종으로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수종이지만 유럽의 대표적인 나무이다.

우리나라에는 너도밤나무 단 1종이 울릉도에 자라고 있다. 유럽의 너도밤나무는 40m 이상 자라는 나무인데 샤우인스란트처럼 해발이 높고 바람에 노출된 장소에서는 높이 자라지 못하고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형태 모양을 이루고 있어 펜너도밤나무(Faehnbuche, 깃발너도밤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초지 가운데 자라고 있는 너도밤나무는 이러한 형태로 자라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너도밤나무는 잎이 두껍고 많기 때문에 너도밤나무숲에 들어가면 햇빛이 조금밖에 들어오지 않아 어두침침하고 하층식생이 적은 것이 특징이며, 지표부에는 음지에서 견딜 수 있는 식물들만 자란다. 이렇기 때문에 임령이 비교적 어린 너도밤나무숲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지표부에는 풀 한포기 나지 않는 곳도 있다.

샤우인스란트 아래쪽에 자라고 있는 너도밤나무 노령림은 나무 높이가 40m 정도 되고, 가지가 하나도 없는 회색빛 줄기가 대리석기둥처럼 일렬로 늘어서 있고 초록색 하층식생이 자라고 있어, 마치 초록색 카펫을 깐 대리석 궁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준다.

너도밤나무가 단순림으로 자라고 있는 곳도 많지만, 다른 수종들과 같이 자라는 곳도 있다. 너도밤나무와 가문비나무가 같이 자라는 숲은 이들 수종이 경쟁하듯이 높이 자라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침엽수가 활엽수보다 높이 자란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두 수종이 같이 자라면 햇빛도 더 많이 들어오고 낙엽이 더 잘 분해되기 때문에, 나무들을 위한 양분공급이 원활하여 더 좋은 숲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숲을 구성하는 수종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알 수 있게 한다.

너도밤나무가 자라는 숲 사이에 다른 활엽수들이 자라는 모양은 너도밤나무와 전혀 달라 금방 알아 볼 수 있다. 다른 활엽수들이 자라는 곳을 자세히 보면 전석지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는데, 돌이 많아 너도밤나무가 자랄 수 없는 곳에 다른 활엽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활엽수는 대부분 단풍나무로 나무줄기는 꼿꼿하지 않지만 폭 넓은 수관과 굵은 줄기가 여러 방향으로 휘며 자란 모양은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품처럼 보인다.

경사가 완만한 지역에는 인위적으로 심은 독일가문비나무가 단순림을 이루고 자라고 있다. 독일가문비나무가 도열을 하듯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은 질서정연하여 독일인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으며, 높이 40m 이상 자란  독일가문비나무 앞에 서면 그 크기에 위압되는 듯 하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수토보전과 배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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