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생산기반·가격경쟁력 완비한 ‘아시아의 브라질’

정부는 최근 베트남에 국내 농산물 시장을 열어준다는 결정을 대외 선언했다. 농식품부는 우선 FTA협상 결과, 농업보호 의지를 충분히 반영했다며 ‘쌀 협상대상 제외’ 항목을 상징적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오히려 전자,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의 수출활로를 더욱 탄탄하게 닦았음은 물론 한류에 힘입은 문화적인 이미지까지 보태면 ‘+α’의 매력덩어리 교역조건을 따냈다고 주장하는 터다.

정부의 설명대로 한·베트남 FTA에 따른 농업분야 피해는 미미한 수준일까. 쌀시장은 계속 예외조항으로 묶어둘 수 있을까. 베트남은 한국을 상대로 한 농산물 수출시장은 체념한 것일까.
농식품부의 브리핑내용을 마냥 신뢰할 수 없는 이유가, 이런 불안한 궁금증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쌀 예외…지켰나?”

협상결과 쌀 및 쌀관련 제품 16개는 기존 아세안FTA 양허결과에서 양허제외 했던 것을 협정대상 제외로 변경했다. 관세철폐 및 관세와 관련된 모든 의무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보호수준을 기존보다 높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베트남이란 나라를 한번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베트남은 쌀 최대 수출국 서열 2위다. 전세계 수출규모의 15%이상을 차지하는데다, 쌀 자급능력이 125%에 달할 만큼 쌀 수출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처지다. 뿐만 아니라 수출단가가 세계에서 가장 싸다. 미국산 중립종이 톤당 1천140달러, 중국산 단립종이 741달러를 호가할 때 태국산과 베트남산 본선인도가격(FOB)은 톤당 351달러에 불과할 정도.

중국이 우리나라에 의무수입량의 50%나 수출할 수 있는 근거가 미국산보다 가격이 낮기 때문이란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 입장에서 쌀 수출은 충분히 승산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차원에서 쌀을 협상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은, 미심쩍은 대목이다. 그러나 TPP를 생각하면 해답이 나온다. 관세를 낮추고 예외적용 항목을 만드는 그간의 FTA와 달리 TPP는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담을 없애자는데 초점이 맞춰진 협정이다.

제3국과 네거티브 방식의 서비스협상을 체결할 경우 똑같이 네거티브 방식의 후속협상을 보장키로 한 것처럼, 다자간 동등한 조건이 될 TPP 회원국이 된다면 당연히 쌀 시장은 더 이상 보호막을 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게 된다.
쌀 수출에 전력을 다해야 할 베트남이 한국사회의 정서적 여론을 의식해 쌀을 예외 종목으로 양보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베, 농산물 자급률 100%…수출이 타깃

베트남의 경지면적은 1980년에 660만ha에서 2002년 954ha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특히 홍화강과 메콩강 삼각지(Delta)의 경우 천혜의 농업지역이다. 쌀 생산은 최근 10년사이 179%나 증가했고, 돼지고기 생산량 또한 두배이상 늘었다. 국가 주요 시책이 농산물 수출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이런 생산기반 조성은 농산물 국내 자급률에서 100%이상으로 증명되고 있다. 낙농제품을 제외하면 모두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여력은 수출에 쏟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쯤 되면 FTA 성사로 인한 우리나라의 농업피해가 미미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정부 설명은 어설픈 공염불이 된다.

정부도 우려하고 있는 과실류 시장은 망고, 파인애플, 두리안, 바나나 등이 10년내 관세가 없어지면서 국내 과수농가는 물론, 시장에서도 판도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과수농가들의 간접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충분한 분석을 통해 지원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언급하고는 있으나, 과일시장은 이미 모두 열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도 한·베트남 FTA로 인한 피해규모가 적다고 설명하면서 “열대과일중 몇 품목은 필리핀과 태국에서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인정할 정도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냉동마늘과 건조마늘, 생강, 천연꿀, 고구마전분, 돼지고기 등이 순차적인 관세철폐로 한국행을 채비중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한·베트남 FTA는 모든 분야의 예외없는 완전개방을 추구하는 TPP 가입을 염두해 두고 서둘러 추진한 것이 자명해 보인다”면서 “농업의 민감성에 대한 인식이 전혀없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협상추진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메콩델타 농자재 수출사업, ‘효자’냐 ‘적’이냐”

베트남 전체 쌀생산량의 50% 점유하고 있는 메콩델타지역은 3모작이 가능할 정도로 농업보고로 통한다. 그만큼 베트남 정부는 시설현대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를 손꼽아 염원하고 있다.

이번 한·베트남 FTA를 통해 우리 정부는 국내 농산기자재 부품을 수출해서 메콩델타 지대를 겨냥한 농기계공장 설립 계획을 내비쳤다. 협상에서 베트남측이 강하게 요구했던 대목이다. 현지에서 제조된 농기계로 농작물이 생산되면, 이는 곧 수출화물선으로 옮겨질 게 자명한 일이다. 메콩델타지역이 농산물 수출지대로 육성될 경우, 농산물을 실은 배는 우리나라로 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진단이다. 역공을 맞는 것이다.

이지역은 특히 세계적인 곡물메이저들이 코코아 재배지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지대로의 육성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결국 한·베트남 FTA로 인한 직간접적인 농업피해는, 정부의 예견과 달리 상당한 현실로 목전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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