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화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농업연구사


1960년대까지만 해도 상업적 개념보다는 집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찌꺼기를 처리하는 목적으로 집집마다 1〜2마리의 돼지를 길렀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대인만큼 돼지는 잔반을 처리하고 이와 동시에 국민의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돼지고기 소비량은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인다. 1980년 11kg이던 우리나라의 육류소비량은 2012년에는 40.5kg이었는데 이중 돼지고기가 19.2kg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소비가 늘며 돼지는 부업 수준에서 전업농 형태로 사육규모가 커졌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질병발생이 증가하여 돼지 생산성은 낮아졌다.

  양돈의 생산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하는 항목 중에 MSY(Marketted pigs per Sow per Year)라는 것이 있다. ‘어미돼지 1마리가 연간 출하하는 돼지 수’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2012년 우리나라의 MSY는 17마리로 양돈 선진국인 덴마크나 네덜란드 25마리에 비해 70% 수준으로 낮은 실정이다.

양돈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돼지에게 어떤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까?
첫째, 생산되는 새끼돼지의 수를 높여주는 사육환경이 필요하다. 어미돼지의 태어나는 새끼수를 높이는 방법은 새끼돼지를 많이 낳는 어미돼지로 개량해 나가는 노력과 함께 세심한 영양·사양 관리가 요구된다. 돼지는 새끼를 10마리 이상 낳는 다태동물이기 때문에 어미돼지는 장 눌림에 의한 심한 변비를 겪게 된다. 섬유소는 식물체의 세포막 주요 구성성분으로 단위동물인 돼지의 소화관 내에서는 분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전에는 가치가 없는 영양소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에는 정장작용 등 식이섬유로 주목받고 있다. 필자가 행한 사양시험에서도 임신돈사료에 섬유소원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펠렛을 5% 첨가하여 임신기간 동안 급여한 결과 산자수가 0.7마리 증가하였는데, 섬유소 증량 급여로 장내 환경이 개선된 효과라 여겨진다.

둘째, 젖 뗀 후 돼지의 폐사율을 낮추는 사육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젖 뗀 후 폐사율이 높은 원인은 환기체계 불량과 사육면적 과밀 등 사육환경이 나쁘기 때문이다. 적절하지 못한 환기는 돈방 내 존재하는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균의 증식을 촉진하여 만성소모성질환을 발생시킨다. 또한 과밀사육은 돼지에게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을 증가시켜 사료섭취량을 감소시킴으로써 성장을 저해시키게 된다.

셋째, 어미돼지가 새끼돼지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사육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어미돼지의 번식회전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비생산일수를 단축해야 한다. 비생산일수란 어미돼지가 연간 번식활동(임신과 포유)을 하지 않는 기간을 말한다. 이를 단축하기 위해서는 발정관찰을 정확하게 실시하여 발정적기에 교배하고, 적절한 시기에 임신진단을 실시해 주며, 어미돼지의 체형에 따른 사료급여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돼지를 사육하는 궁극적 목적은 소득창출에 있다. 2013년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분석한 MSY 수준별 생산성 추정 결과를 보면 MSY가 16마리일 경우 경영비는 31만5천원인 반면 22마리일 경우는 28만원으로 11% 낮았다. 또, 마리 당 소득은 MSY가 16마리일 경우 2만5천원인데 비해 22마리일 경우는 6만원으로 2.4배 높았다.
부디 돼지가 좋은 환경에서 길러져 높은 생산성과 함께 우리네 건강한 밥상의 흥을 돋우어 주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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