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융복합’, ‘농촌관광’…농촌발전 이끈다

▲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 해 말 부여군의 스마트온실을 방문해 살펴보고 있다.
“버티는게 이기는 거다.”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대사다. 농업인들은 2014년 쌀 전면개방, FTA의 파고를 지나고 2015년의 출발선에 서 있는 지금 어느 정도의 노력과 정성을 쏟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 볼 시간이다.

지난 해는 연초부터 연말까지 계속된 FTA체결과 기상이변, 농산물 가격의 폭락 등으로 인해 농업인들의 얼굴에는 주름이 펴질 날이 없었다. 하지만 힘들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법. 2015년에는 농업인들이 버티고,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이 뿌려지길 기대하며 주목할 만한 농업 트렌드를 살펴본다.



■ ICT 융복합에 농업미래 기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올 해 신년사에서 ICT를 활용한 첨단화·과학화·편의화로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ICT융복합 기술 개발과 빅 데이터 구축을 통해 한국형 ICT 융복합 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올해도 ICT 융복합 사업을 위한 예산을 323억원 배정하는 등 농업의 융복합을 한국농업의 미래모습으로 구상하고 있다.

특히 안방에서 손가락으로 농장을 관리하는 스마트팜은 언제 어디서나 농장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 확인하고, 급수와 배수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등 농작물에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스마트팜 시범농가인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강전호씨는 “스마트폰을 온, 습도 조절이나 개폐등의 작업에 활용하고 있는데 기존의 작업보다는 편리한 구석이 있다”면서 “스마트폰을 활용하니 농사가 한결 수월해졌고,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비용도 절감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ICT 융복합 사업을 통해 ▲생산성 및 품질 향상 등으로 농가 소득 증대 ▲유통효율화에 따른 비용절감 기여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시설농업의 성장동력 산업화 가능 ▲수입대체 및 수출시장 개척 ▲농식품산업의 고도화와 IT융합 서비스 확대로 고용창출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 “농촌관광객을 잡아라”

현대의 농업은 1차 생산, 2차 가공을 넘어 휴양, 관광이 포함된 3차 산업으로 변신해 있고, 이것이 융합된 6차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속에서 농촌관광산업은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고, 농업인들에게는 새로운 소득창출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촌관광의 시장규모 역시 2003년 926억원에서 2012년에는 2,950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아울러 농촌관광의 형태도 녹색농촌체험마을부터 농촌체험 관광열차, 농가맛집, 팜핑 등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되고 있고, 농촌에는 농촌체험관광연구회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농촌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K-FARM 누리사업이 대표적으로 대전에서는 의료관광을 시작으로 영동군 국악과 와인, 예산군 힐링 농가체험, 공주시 한옥체험 등이 펼쳐져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와함께 강원도 양구군은 최근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글로벌 프로젝트’ 팸투어를 실시했으며, 한국컬리너리투어리즘협회는 한식을 문화적으로 스토리텔링해 또다른 형태의 농촌관광 상품을 만들고 있다.

▲ 경상북도 안동시의 얌빈 수확현장.
빅팜컴퍼니 안은금주 대표는 “농촌관광은 농촌이 발전하고 소득화를 시키는데 꼭 필요한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다”면서 “하지만 농촌관광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농업인들의 서비스마인드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관광객들이 농촌을 찾았을 때 그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또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도록 내 지역의 자원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있어야한다”이라고 강조했다.

■ 아열대작물 인기 올해도 이어질까

2015년에도 아열대작물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구온난화와 농업기술의 발달등으로 인해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던 과일이나 채소 등이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돼 새로운 소득 작목이 되고 있다. 제주도, 경남, 전남과 같은 남쪽지역에서는 망고, 용과, 패션프루트 등 아열대 과일이 생산돼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지역에서는 아열대 채소인 쓴오이, 공심채, 인디언 시금치, 아티초크 등도 함께 재배되고 있다.

또 몇 년 전부터 경기도와 충청북도에서는 한라봉이 재배되면서 농작물 재배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패션푸르트가 생산돼 지역의 로컬푸드매장에서 판매되고 있고, 강원도 삼척시에서는 울금, 얌빈 같은 아열대작물의 재배에 성공했다.

이처럼 농업기술의 발달로 생산은 잘 해내고 있다. 하지만 판로, 활용법 등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고 섣불리 나섰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야콘과 같은 도입된지 비교적 오래된 작물들도 소비자들이 아직 모르는 경우가 많아 작물에 대한 기능과 활용법을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생물자원연구소 권중배 실장은 “얌빈같은 경우 전라도지방에서는 인기가 상당히 높다”면서 “올 해 역시 농가들은 소비자들이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렌드에 맞춰 아열대작물을 선택하고, 또 연구기관에서는 농가에 재배기술을 보급해 실질적으로 소득화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농작업 안전관리사 등 유망 직업으로 꼽혀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령화 문제나 이농 현상의 대안으로 귀농, 귀촌이 떠오르고 있지만 농촌에서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직업적인 여건은 부족하다. 귀농, 귀촌을 한다고 해서 모두다 농사를 지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이들에게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된다면 농촌의 새로운 동력자원이 될 수 있다.

지난 해 농촌진흥청은 ‘농업·농촌 유망 일자리 발굴 조사 연구’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농업 트렌드를 반영한 농촌일자리 50선을 소개했다.
먼저 1차 산업에서 유망한 일자리는 친환경 병해충방제 전문가, 도시농업 컨설턴트, 농작업 안전관리사, 초음파진단 관리사 등이 선정됐다. 이중에서 농작업 안전관리사는 농작업 관련 질병과 상해에 대한 조사와 분석, 농작업 안전 인증 등의 역할을 한다. 향후에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 안전보건 교육과 홍보를 수행하는 ‘농업안전보건센터’를 설치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차 산업에서는 로컬푸드 직매장, 농촌체험 해설사, 농촌교육농장 플래너 등이 꼽혔다. 국내 농촌교육농장은 2006년 8개소에서 2013년 429개소로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농촌교육농장 플래너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농촌 삶의 질 분야에서는 치유농업전문지도사, 농업노동력 고용서비스상담사 등이 꼽혔고, ICT 등 융복합에서는 스마트농업전문가, 이력관리시스템 개발자 등이 농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충북 음성군 자연목장 이연재 대표(채소 소믈리에)는 “농사에 있어서 자격을 갖춘다는 것은 흔히 하는 말로 ‘알고 농사짓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채소 소믈리에는 채소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접목할 수 있어 농사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직업적인 부분이 아니라도 자신에게 맞는 자격을 갖춘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한 발짝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석3조의 효과 ‘치유농업’

치유(힐링)는 그동안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농업에서도 치유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2015년에는 농업인들의 부가가치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치유의 최적지인 농촌에서는 도시민들이 안고 있는 정신적, 육체적 문제를 농업활동과 경관 등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 치유농업은 농장, 농촌경관을 활용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제공되는 모든 농업활동을 의미한다. 이미 영국, 스웨덴 같은 유럽국가에서는 2000년대부터 도입 해 연구중인데 유럽 전역에 3,000 여개 이상의 치유농장이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농촌진흥청이 법무부와 협력해 청소년 수형자들의 텃밭 가꾸기 활동 결과 불안감과 대인 예민성이 현저하게 감소했고, 정원 가꾸기 활동 결과에서도 우울감이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밝혀졌다. 또 지난 해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는 치유농업지도자과정을 개설해 29명의 수료자를 배출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치유농업지도자는 정신·신체적 장애, 사회 부적응 등으로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농업 생산 활동과 농촌경관을 활용해 사회·교육적 혜택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인력육성팀 장미정씨는 “농업에 치유라는 개념을 접목하면 농업인들이 농산물 수확을 하는데도 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다”면서 “특히 농촌체험농장을 운영하는 농업인들의 경우 기존에 유치하지 못했던 장애인, 우울증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접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유농업이 농촌에 잘 정착한다면 농업인은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고 도시민은 농촌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다시말해 도시민·농업인·농촌을 살리는 1석3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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